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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사설인증서 경쟁]허인 국민은행장의 꿈, 카카오 넘어선 '원펌' 인증서④KB금융 5계열사 통합인증체계 구축, 범용성 확대 주안점

손현지 기자공개 2021-02-25 08:15:17

[편집자주]

은행권이 사설인증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공인인증서가 20년 만에 폐지되며 '전자서명' 사업 기회가 새롭게 열렸기 때문이다. '비대면' 사업 환경이 보다 확대되는 상황인 만큼 사설인증서 기술을 서둘러 확보하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다는 게 은행권 판단이다. 아울러 비은행 신수익원 확보에 목이 마른 상황에서 사설인증서 사업은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사설인증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각 은행들이 과연 어떤 전략을 짜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4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의 자체인증서 개발 추진 계획에 확신을 실어준 계기는 다름 아닌 '카카오'의 출현이었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6월 카카오뱅크 출시와 함께 '카카오인증서'를 선보였다. 카카오 자체 기술력으로 구축한 전자서명 시스템이었다. 공인인증서의 불편함을 개선한 게 특징이다. 당시 사설인증서 개념이 미미했던 국내 금융시장에선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카카오페이는 은행업권으로 세력 확장을 시도했다. 당시 국민은행과 몇몇 시중은행에 '로그인' 인증서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거래를 위한 '전자서명' 인증서의 미약한 부분을 보강하고자 하는 목적도 담겨 있었다. 플랫폼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탓에 금융거래 업력은 짧은 편이었다. 금융업 새내기인 만큼 시중은행들과의 '협업'을 도모한 셈이다.

전자서명 기능 인증서는 크게 '로그인'과 '전자서명' 방식의 두 종류로 나뉜다. 로그인은 뱅킹앱 접속을 위한 본인확인이 목적이다. 지문이나 패턴, 비밀번호 등의 방식을 활용한 인증서다. 이와 달리 전자서명 인증서는 금융거래나 계약 등을 위해 사용되는데 핀(PIN)번호를 넣어 거래에 대한 기록을 남겨놓는 구조다. 향후 거래 부인 방지를 위한 장치로 전자거래에선 필수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국민은행은 이때부터 자체 인증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히 '로그인' 기능 뿐 아니라 전자서명 기능까지 갖춘 인증서에 대한 니즈였다. 미리 전자서명 사업을 준비하지 않으면 카카오나 네이버 등 테크핀 기업들의 인증서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당시 국회에서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이 발의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사설인증서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래의 인증서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도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섰다. 향후 플랫폼 개발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판단이었다. 편리한 전자서명 기능을 구현할 경우 타 은행과 차별화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금융그룹의 특성상 타 계열사와의 연계방안을 마련하기도 용이했다. 전자서명은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결과제라는 생각에 개발과정을 적극 지지했다.

내부검토 결과 디지털 사업 차원에서도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비용적인 혜택을 고려했다. 타 인증기관에 매년 지불하는 인증서 사용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렸다. 고객자산을 이체하는 업무인 만큼 고객 신뢰 측면에서도 업력이 짧은 플랫폼 기업에게 전자서명 업무를 맡길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1년 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9년 7월 탄생한 게 KB모바일인증서다.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월평균 인증건수는 2600만건에 달했으며 현재 발급자수 7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금융결제원의 뱅크사인(은행권 공동 인증서) 가입자가 약 40만명임을 감안하면 무려 16배나 많은 규모다. 출시 1년 반만에 이룬 쾌거다.

올해부턴 인증서(KB모바일인증서) 업무 전담 조직이 마련됐다. 이전에는 공식적인 조직이 없었다. 디지털금융그룹 내 디지털금융부에서 인증서 운영 업무를 일부 분담하는 방식이었다.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탓에 외부 제휴 등 사업 확장 요인이 적기도 했다.

다만 공인인증서 폐지(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 움직임과 함께 인증서 업무가 불어났다. 자체인증서를 보유한 만큼 작년 하반기 국세청의 연말정산(홈택스) 시범사업자 선발에도 도전해야 했다. 당시 별도 TFT인력을 꾸렸는데 이들은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팀'으로 격상됐다. '모바일인증서팀'이란 이름으로 재편됐으며 구성원은 현재 9명 정도다.

허 행장의 주도하에 KB의 인증사업은 그룹간 시너지 창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허 행장은 국민은행의 리더 겸 KB금융 디지털혁신부문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이 2018년부터 구축한 '원펌' 체계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KB금융은 디지털 뿐 아니라 자본시장, CIB, 개인고객, SME, WM연금에서 매트릭스 체제를 이루고 있다.

인증서 업무는 플랫폼 사업과 궤를 같이 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앱과의 연동성을 고려해 관할 부서도 개인고객그룹 내 신설된 개인뱅킹플랫폼부로 이관했다. 국민은행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이더라도 KB스타뱅킹 앱을 설치할 경우 계좌개설부터 KB모바일인증서 발급이 가능토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민은행은 향후 KB모바일인증서의 범용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외부 플랫폼과의 연계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KB모바일인증서는 KB금융그룹의 5개 계열사(KB손보, KB생명, KB저축은행, KB증권, KB카드)에서도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통합인증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은행 앱인 'KB스타뱅킹'과 '마이머니' 뿐 아니라 향후 KB계열사 앱으로 금융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의 인증서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도 KB금융그룹 계열사에서의 범용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라며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 시켜 다양한 업권의 비대면 금융거래 업무를 한 플랫폼에서 할 수 있도록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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