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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우려' HUG, 신종자본증권 재개할까 제2의 한전채 사태 우려, 시중 유동자금 흡수 경계…부동산 활성화 가능성도 염두

손현지 기자공개 2024-11-04 07:43:21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갑작스럽게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철회한 배경을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금융당국과의 완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을 꼽고 있다.

금융위는 금리 구축 현상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한전채 사태처럼 시중 유동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하 사이클에 맞춰 향후 부동산 시장 활성화 조짐도 남아있는 만큼 선뜻 조달을 승인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IB업계에서는 HUG의 향후 조달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전세보증사고 출혈로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외부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제동…한전채 사태 반면교사

IB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 29일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 일정을 철회했다. 당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5000억원 가량을 모집한 뒤, 수요에 따라 최대 7000억원까지 발행할 예정이었는데 계획 자체를 연기한 것이다. 추후 발행 재개 여부는 미정 상태다.

HUG는 일찍이 올초부터 채권발행을 위한 사전 절차를 차근히 준비해왔다. 시장성 조달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으며, 그외 자금조달 루트를 넓히기 위한 여러 조건을 갖추는데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채권 발행 이력이 전무했던 만큼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는 후문이다. 기존 HUG는 주식 전환이 가능한 전환사채나 주식을 인수할 권리가 부여된 신주인수권부 사채만 발행할 수 있었다. 지난달에는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뒤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등급 평정을 받았다.

따라서 갑작스런 계획 차질을 두고 의아하다는 시선이 대다수다. IB업계에선 발행 철회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미승인을 꼽고 있다. HUG는 공기업이라 채권 발행에 앞서 당국의 협의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우려의 시각을 표하며 발행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 금융위는 과거 한전채 사태의 재연을 경계하고 있는 듯 하다"며 "AAA급 공사채가 시중 유동자금을 모두 흡수해버릴 경우 채권시장이 경색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과거 한전채 사태와는 상황적 차이가 있다. 당시엔 금리인상과 레고랜드 사태가 맞물렸던 때라 돈맥경화가 심화됐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신중한 스탠스로 공사채 발행에 임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HUG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금리 측면에서 주목도가 높았던 딜이다. 신용등급 AAA, 신종자본증권 신용등급 AA+라는 크레딧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HUG의 발행금리가 올라가면 추후 금융지주·은행들도 이보다 높은 자본성증권 금리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HUG가 제시했던 희망금리밴드가 3.5~4.1% 수준이었다. 금리를 예상보다 높은 4.1%까지 제시하면서 사금융사들의 채권은 그 이상의 금리를 줘야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안전한 공기업의 채권이 금리 메리트까지 지닌다면 사기업의 채권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금리인하 사이클 돌입…"금융위 부동산 활성화 가능성 염두"

금융당국이 향후 부동산 활성화에 대한 부담을 느껴 HUG 채권 발행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UG는 긴급수혈 차원에서 신종자본증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과거 전세사기 보증사고로 주택도시기금 피해자들을 변제하는 과정에서 작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자금난은 물론이고 부채비율도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정부가 예산을 활용해 자본금 증자에 이어 주식 등 현물 출자 등으로 재정 보충에 나섰지만, 외부 재원 조달이 불가피해진 상황이었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돼 재무구조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향후 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경우 재정적 부담은 자연스레 완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미국에 이어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사이클에 접어든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며 "HUG의 재무 관리 역량이 자체적으로 개선될 여지도 남아있는 만큼 공사채 발행에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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