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네이버 혈맹' 득실은 SKU·네이버와 트래픽 결합, '물류·온라인 플랫폼' 시너지
김은 기자공개 2021-03-11 08:22:0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0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네이버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초대형 연합군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단순 사업 제휴가 아닌 서로 피를 섞는 '지분교환'을 통해 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득실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이미 앞서 네이버가 CJ그룹과 지분 교환을 통해 물류 서비스에 대한 사업 제휴 방안을 맺은 만큼 앞으로 '네이버·신세계·CJ'로 이어지는 기술·유통·물류 삼각편대를 완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중국 알리바바의 썬아트리테일 지분 투자 등 신유통 전략을 펼친 해외 기업들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향후 네이버의 방대한 온라인 트래픽을 실제 쇼핑으로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이마트는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미 큰 틀에서 합의를 마치고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이마트는 "사업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적인 방안들을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가 CJ그룹과 문화콘텐츠와 물류 분야에서 포괄적 전략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6000억원대 주식을 교환했던 만큼 이번에도 지분 교환 방식의 제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분교환은 혈맹으로 표현될 만큼 단순 사업제휴보다 훨씬 더 강력한 형태의 동맹으로 평가받는다. 교환 주식 수가 적더라도 상대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주로 오너일가가 친척이나 형제 관계일 때 지분 교환을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와 네이버가 지분교환 전략까지 써가면서 맞손을 잡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이마트의 지분 교환은 ㈜이마트의 취급품목수(SKU)와 네이버의 트래픽을 결합해 서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20조원을 넘어서는 오프라인 유통 선두 업체다. 2006년 한때 연간 19개 점포가 신규 출점 하는 위세를 떨치기도 했지만 이후 경영환경이 서서히 기울면서 기존 할인점 중심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후 온라인몰 고도화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점포 유통에서도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를 중심으로 편의점, 전문점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맡고 있는 SSG닷컴은 지난해 50%가 넘게 성장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래액이 약 4조원 수준, 점유율이 4%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경우 대규모 마케팅으로 인해 46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이마트는 풍부한 트래픽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고 다양한 빅데이터 등을 접목시켜 장기적인 전자상거래 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와의 협력을 통해 현재 2000만명에 달하는 신세계포인트 회원을 유료 회원화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량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네이버의 경우 27조원 수준의 거래액을 앞세워 온라인 쇼핑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만을 제공하기에 자체 상품력과 배송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히는 신선식품과 물류 센터 및 배송인프라를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말 CJ그룹과 6000억원대 지분교환을 실시해 콘텐츠와 물류 서비스에 대한 사업 제휴 방안을 맺었다.
구체적인 협업 방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향후 네이버와 ㈜이마트가 지분 교환을 통해 계약을 맺을 경우 ㈜이마트가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SSG닷컴 배송시스템'과 네이버의 파트너인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류망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면서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의 물류 역량이 더해질 경우 시너지가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 이마트는 올해 점포를 리뉴얼해 배송센터 역할을 맡는 PP센터를 10여곳 더 늘려 하루 배송량을 기존 13만건에서 14만건까지 늘릴 계획이다.
앞서 지분교환을 진행한 네이버와 CJ대한통운 측은 아직 구체적인 협업 방향을 정한 것은 아니고 현재 지속해서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같은 전략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중국 1위 마트 썬아트리테일 지분 투자 등과 유사하다. 알리바바는 썬아트리테일 뿐만 아니라 전자장비 유통업체 '쑤닝' 지분 20% 인수, 중국 2위 가구설비 업체 '이지홈' 지분 15% 매입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융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 알리바바는 2017년 11월 썬아트에 지분 투자(지분율 33%)를 집행한 뒤 2020년 10월 지분을 72%로 확대 시켜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는 트래픽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 및 취급품목수(SKU)가 약했던 알리바바와 온라인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던 썬아트리테일의 니즈가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리바바와 썬아트리테일의 전략은 예상 대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썬아트의 판매액의 24%가 알리바바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나 썬아트의 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0.1% 성장하는데 그쳤다. 업계는 알리바바 트래픽의 썬아트 전환이 예상보다 미진했으며 징동 등 경쟁업체의 부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와 중국 온라인 및 오프라인 시장은 분명 차이점이 존재한다. 다만 해외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 앞으로 방대한 네이버의 트래픽을 실제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핵심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양사의 전략은 중국 알리바바가 중국 1위 마트 썬아트리테일에 진행한 지분 제휴와 미국 구글-월마트의 파트너십과 맥락이 같다"며 "트래픽을 보유한 네이버와 SKU 등 콘텐츠를 보유한 ㈜이마트가 결합해 서로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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