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포스코케미칼]기타비상무이사는 데블스 애드버킷?③이차전지 소재 투자 포함 3개 안건에 반대표…사외이사는 반대표 '전무'
박상희 기자공개 2021-03-24 14:21:3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데블스 애드버킷(악마의 변호사, devil's advocate)'이란 어떤 사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사회 경영이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서 단순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독립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포스코케미칼의 경우 데블스 애드버킷의 역할을 사외이사가 아니라 포스코 인사인 기타비상무이사가 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 이후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경우가 전무했는데, 기타비상무 이사만 3차례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2건은 이차전지 소재 투자와 관련된 안건이었다.
◇기타비상무이사가 경영진 견제?...이차전지소재 투자3건 반대
포스코케미칼의 최근 10년 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사회에서 이차전지 관련 의결에 부쳐진 안건은 모두 15건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는데 2개 안건은 기타비상무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했다.
구체적으로 2019년 2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포스코ESM N65 생산설비 증설 투자' 안건에 대해 이전혁 전 기타비상무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날 이사회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모두 6건의 안건이 올라왔는데 이 전 기타비상무이사는 나머지 5건의 안건에는 찬성했지만 생산설비 증설 투자 안건에만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 전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에 앞서 2019년 2월8일 열린 이사회에서 '포스코ESM 흡수합병 승인'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현 포스코케미칼은 2019년 4월 음극재를 생산하던 포스코켐텍과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합병을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발돋움했다.
기타비상무이사가 포스코ESM 흡수합병 건에는 찬성했지만 생산설비 증설에는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다. 'N65'는 양극재 모델명으로, 포스코케미칼에서 자체 개발한 전기자동차용 양극재 제품이다.
2.5세대(젠2.5) 전기자동차용 벌크형 N65 양극재 기술 개발에 성공한 포스코케미칼 에너지소재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전기자동차용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시장 진입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2020 올해의 포스코케미칼인'으로 선정됐다. 이 연구원은 앞서 2019년 포스코 기술 컴퍼런스에서도 전기자동차용 판매 확대에 기여한 공로로 포스코 기술대상 창의상을 수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N65'는 LG화학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에 납품되는 양극재를 위한 모델로 개발됐다. N65 개발을 통해 포스코케미칼은 2020년 1월 LG화학과 3년간 1조8533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에 성공한 바 있다.
납품을 위해서는 증설 투자가 불가피한데 포스코 소속 기타비상무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이에 대해 "이사회 결정과정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기타비상무이사 선임...포스코측 인물 '낙점'
포스코 소속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회에서 이차전지 소재 관련 반대표를 행사한 사례는 또 있다. 2020년 1월30일 개최된 포스코케미칼 이사회에서 박현 전 기타비상무이사는 '이차전지 음극재사업 부지매입'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해당 부지는 포항시 동해면 상정리(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로 추정된다. 포스코케미칼은 박 전 기타비상무 이사가 왜 반대표를 행사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케미칼의 이차전지 소재기업으로의 변신은 포스코그룹 차원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뉴모빌리티 종합 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포스코케미칼의 이차전지 소재 투자는 포스코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사안이다. 포스코그룹 역사상 역대 최대규모였던 1조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성공이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포스코 소속인 기타비상무이사가 양극재 및 음극재 투자 관련 이사회 안건에서 각각 한 차례씩 반대표를 행사했다. 기타비상무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안건은 다수결에 의해 모두 통과됐다.
눈에 띄는 점은 반대표 행사가 사외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16년부터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없었다.
포스코케미칼 이사회 내 기타비상무이사는 전통적으로 모기업인 포스코 인사 몫이었다. 포스코그룹은 원칙적으로 계열사 별 자율경영을 추구하지만 포스코는 기타비상무이사를 통해 최대주주(61.26%)로서의 목소리를 이사회에서 개진해왔다.
2010년대 이후 포스코케미칼의 이사회 안건 가운데 사내이사나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한 경우는 없었다. 반대표가 나왔던 안건은 3개였는데, 예외 없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의한 것이었다.
이 전 기타비상무이사는 2018년 5월25일 열린 이사회에서 '강남300 골프회원권 매각 및 신규 매입' 안건에 대해서도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사외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가 한 셈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이사회 모든 안건이 이사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어야 하는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케미칼의 기타비상무이사는 정석모 포스코 이차전지소재사업실장이다. 올해 재선임돼 2년째 기타비상무이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이사의 경우 지난해 안건에는 모두 찬성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안건 가운데 투자 규모라든지 매입 가격이라든지 세부적인 내용 때문에 포스코케미칼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했을 수 있다"면서 "기타비상무이사가 반대하더라도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찬성하면 의안 가결이 확실시 된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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