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흔들리는 LH]'한계 직면' 윤리경영 소위원회…변화 기로에 서다③인권보호·재무회계·성(性)인지건축 초점, 심의분야 확장 가능성 거론
이윤재 기자공개 2021-03-30 09:41:14
[편집자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출범 12년만에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에 직면했다. 직원 부동산 투기로 알려진 비위 사실은 조직 전체의 도덕성에 흠결을 남겼다. 후속조치로 사태방지법과 조직개편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산 180조원 규모의 거대조직이 그간 어떤 견제장치에 의해 움직였는지 의문은 남아있다. 더벨이 LH 이사회 선임과정과 운영방식, 감사조직, 소위원회 분석 등을 통해 통제시스템의 한계와 개선점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리경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설립 이래 줄곧 고민해 온 주제다. 사장 직속인 윤리경영위원회와 별도로 이사회 산하에 윤리경영 전문 소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간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내부 정보를 이용한 직원의 부동산 투기로 인해 윤리경영 소위원회가 구조적으로 가진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고 변화도 불가피해졌다.LH는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 이외에 전문 소위원회를 개별적으로 두고 있다. 이사회에 상정할 안건을 두고 사전에 소위원회가 먼저 적합성을 따져보는 방식이다. LH는 소위원회 운영에 대한 내용은 제한적으로만 밝히고 있다. 지난 2014년 LH가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는 △기획경영 △주거복지 △녹색개발 소위원회로 이뤄져 있다.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가 변곡점을 맞은 건 2019년이다. 당시 LH는 이사회 규정을 대거 손질했다. 핵심은 비상임이사 주도로 탈바꿈이다. 직전까지는 비상임이사 2인, 상임이사 1인으로 이뤄졌던 소위원회 구성 요건을 비상임이사 3인 이상으로 개정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소위원회 구성도 달라졌다. LH가 내놓은 2019~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는 △윤리경영 △주요사업 △지역상생발전으로 재편됐다. 기존 기획경영 소위원회가 윤리경영으로 확대 재편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윤리경영 소위원회는 최미라 비상임이사, 장미현 비상임이사, 백동훈 비상임이사 3인으로 이뤄져 있다. 최 비상임이사는 법조 전문가로 법무법인 다솜 대표변호사, 장 비상임이사는 젠더공간연구소 소장으로 건축분야 전문가다. 백 비상임이사는 회계전문가로 신우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활동 중이다.
LH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이사회 규정을 손질하면서 산하에 소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처음에는 기획경영과 주거복지, 녹색개발 소위원회로 출발해 현재 체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시점에 현재 형태로 변하게 됐는지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윤리경영 소위원회가 진행한 심의 건수는 2019년 25건, 지난해 21건이다. 지난해 LH가 이사회에서 논의한 안건이 35개인 걸 감안하면 꽤나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심의 빈도와 달리 견제 기능에 대해서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LH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윤리경영 소위원회는 인권보호와 재무회계, 성(性)인지 건축 등을 전문으로 한다. 주요 심의내용을 보면 하위직 처우개선 등 직원보수규정 개정안 등을 진행한 것으로 명기돼 있다. 전신인 기획경영 소위원회에서 확대 개편됐지만 여전히 경영에 초점이 상당 부분 맞춰졌던 셈이다. 무엇보다도 윤리경영 대상은 회사 자체에 우선순위를 뒀고 직원 개인에 대한 감시와는 거리가 멀었던 게 현실이다.
이번 직원 부동산 투기 리스크로 결국 윤리경영 소위원회도 변화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그간 해온 심의 영역만으로는 이번과 같은 리스크들을 이사회에서 사전 차단하기는 어렵다는게 명확해졌다. 그간 진행해 온 전문분야에 직원 윤리이슈에 대한 감시를 추가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갖는다. 사전 심의에만 초점을 맞춰온 소위원회가 내부이슈에 능동적으로 심의·토론에 나설 수도 있다.
앞선 관계자는 "윤리경영 소위원회는 설립목적에 따라 이사회 안건을 사전 심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재로선 직원 개인 윤리에 대해서는 사전심의를 하려는 계획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관련 내용이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된다면 당연히 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속 위원들이 내부 이슈에 대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심의·토론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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