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중국진출 코앞…현지전략 초점 '기업금융' '법인→지점' 설립으로 목표 선회, 범농협 계열사 자금지원 역할
손현지 기자공개 2021-04-12 08:00:14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은행이 중국 진출 전략 초점을 '기업금융'에 맞췄다. 이에 따라 타 은행과 달리 현지 '법인'이 아닌 '지점' 형태로 영업을 개시하기로 했다. 중국 현지에서 은행 법인은 모든 영업이 가능하나 지점은 기업금융밖에 할 수 없다.중국 현지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란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아울러 무리하게 자본을 출자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용적 부담이 적은 지점을 설립하는 게 낫다고 봤다. 농협은행은 현지 지점을 중심에 두고 네트워크를 점차 확장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2일 중국 금융당국인 중국은보감회(은보감회)로부터 북경지점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작년 9월 지점설립을 위한 사업계획안을 담은 지점설립 신청서를 제출한 지 6개월 만에 내려진 예비인가다. 향후 전산구축, 인력채용 등의 구체적인 절차를 거쳐 연내 영업을 개시할 방침이다.
해외 영업점은 '사무소-지점-법인' 순서로 영업 가능 범위가 확대된다. 사무소는 금융영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단순 현지 네트워크 확대 용도로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지점은 기업금융 중심의 영업에는 용이하지만 소매금융(리테일) 영업을 할 수 없다. 현지법인은 기업금융부터 리테일 등 대부분의 영업이 가능하다.
당초 지점이 아닌 법인 설립 방안도 고려했지만 자본 출자에 대한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중국은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이미 진출한 시장인만큼 무리하게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다고 봤다. 아울러 해외 특수은행에 대한 중국 당국의 비우호적인 시각도 있어 설립요건도 까다롭다.
이에 지점 설립으로 계획을 선회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대부분이 현지법인 형태를 선택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농협은행은 보다 안정적이고 빠르게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쉬운 지점설립을 선택한 셈이다. 비록 기업금융으로 영업범위가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에 대한 현지 수요 역시 크다고 판단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대출을 실행하기 위해선 지점이 법인에 비해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다. 현지 법인의 경우 동일인 여신한도 제한으로 거액 여신 취급이 어렵고 자체 신용등급이 없어 자금차입에 제한이 있다. 국내 농협은행 본사 자본금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자본금의 10% 내에서만 기업 대출이 가능하다. 지점은 일정 규모의 영업기금을 예치하기만 하면 되지만 법인은 비용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기업들도 많이 진출한 국가라 대출 수요도 충분하다"며 "범농협 계열사들 또한 현지에서 활약 중이라 농협은행이 현지에서 금융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지점 설립이 이뤄지면 농협은행이 숙원사업을 마침내 풀게 됐다는 의미도 지닌다. 2007년부터 문을 두드렸지만 농협은행이 특수은행이란 점 때문에 중국 진입장벽은 높았다. 중국 은행감독법은 해외 금융사 중 순수 상업은행에게만 진출을 허용해왔다. 따라서 특수은행인 농협은행에게는 기회가 적었다. 2013년 사무소를 간신히 개설할 수 있었지만 금융영업은 불가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봤다. 사드(THAAD) 갈등, 홍콩 사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안정성이 확대됐지만 중국은 여전히 국내 교역량 1위 국가다. 아시아 금융벨트의 핵심으로 평가받았다. 농협은행 내부에선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비해 여러모로 유리한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점 설립 추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건 2019년 8월부터다. 당시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이 중국의 금융당국인 은보감회를 방문해 고위관계자들과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위한 사전 논의를 진행했다. 이후에도 현지 사무소에 파견나간 농협은행 주재원들이 은보감회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지점 예비인가 시기를 조율해왔다.
그룹 차원에서 중국 사업의 핵심축을 NH농협손해보험에서 농협은행으로 옮긴 것도 현지 현지 지점 설립을 적극 추진하게 된 트리거가 됐다. 기존 농협손보은 중국 공소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현지 진출을 도모하려 했으나 코로나19여파로 방역이 강화되자 이를 사실상 접었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을 통해 중국 내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지점 설립 추진도 그룹의 해외 전략 일환으로 이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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