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조선업 구조조정 리뷰]'4수 끝' 성동조선 매각 성과, 2.4조 손실에 엇갈린 평가③경영정상화·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vs 과도한 혈세 낭비
김규희 기자공개 2021-04-15 08:13:31
[편집자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선조선을 매각하며 10년여에 걸친 중소형 조선사 구조조정의 대여정을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조선업 구조조정 탓에 40년만에 첫 적자를 내는 아픔도 겪었고 청산이 유력했던 곳들의 구조조정에 성공하며 역할을 입증하는 성과도 냈다. 성공과 실패로 엇갈려 있는 조선사 구조조정 사례를 돌아보고 그동안의 성과와 남은 과제는 무엇일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3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을 성공적인 중소 조선사 인수합병(M&A) 사례로 꼽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기에 빠진 성동조선과 자율협약을 맺은 후 10년 동안 4차례 시도 끝에 매각에 성공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성동조선은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경영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하지만 성동조선 구조조정을 둘러싼 비판적인 시각이 여전히 있다. 국민의 '혈세'를 무리하게 쏟아부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10년 동안 2조7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했다. 출자전환과 선수금환급보증(RG)까지 포함하면 10조원에 육박한다.
반면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이 무너지면 경남 통영시 지역경제가 전부 붕괴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성동조선 임직원과 수많은 협력업체, 인근 자영업자의 생계 기반을 유지토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도 있다.
◇ 회생 위한 지원 자금만 10조,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성동조선은 한 때 잘나가던 조선소였다. 2003년 설립 후 4년만에 세계 8대 조선소로 성장했다. 전 세계적인 조선업 호황에 발맞춰 조선소를 확장하고 수주량을 늘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조선업황은 급격히 얼어붙었고 신규 수주 부진까지 맞닥뜨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8년 파생상품 거래 손실까지 겹쳤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KIKO)’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성동조선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0년 3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주도로 경영관리에 돌입했지만 성동조선의 재무구조는 갈수록 악화됐다. 2010년말 부채가 자산을 넘어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무역보험공사,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채권단은 25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2011년 당시 성동조선이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대출금과 선수금환급보증(RG) 등 채무액은 3조8000억원이었다. 여기에 신규지원까지 더하면 채무액이 4조원에 달했다.
2011년 말 채권단은 일부 채권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존 채권 중 일부를 출자 전환해 성동조선의 경영 정상화를 돕는 방안을 추진했다. 실사를 한번 더 실행한 결과 2013년부터 조선업황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전제로 2015년까지 9000억원을 투입하면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채권단은 먼저 3000억원을 투입했다. 성동조선에 발생한 손실분 2800억원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어 2014년까지 9500억원을 순차적으로 대출해주는 등 총 1조2500억원을 마련해줬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던 성동조선은 또다시 채권단에 손을 벌렸다.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지원한 신규 자금은 2조7000억원이다. 아울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실시한 출자 전환 금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선수금환급보증(RG) 5조4000억원을 포함하면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지원한 자금은 9조600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 주력선박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고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해 수익성을 높이려고 했다. 아울러 저가수주를 막기 위한 선수금환급보증 발급 기준도 강화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성동조선의 수주 물량은 바닥을 드러냈고 더 이상 경영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 2013년 43척이었던 수주량은 2014년 37척, 2015년 4척, 2016년 0척으로 떨어졌다. 2017년에는 간신히 5척의 수주를 따냈다.
채권단은 2018년 3월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성동조선이 떠안은 부채만 2조5000억원에 달해 연간 물어야 하는 이자만 500억원이었다. 수주잔량도 5척에 불과해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했다.
결국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정치권과 금융권, 조선업계 등을 중심으로 채권단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채권단이 지역민심을 살피는 당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 2010년 자율협약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지만 정작 이를 지키지 않았다. 4조원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도 실패한 구조조정 사례로 볼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성동조선의 적자수주 물량을 과도하게 높게 허용하는 등 손실폭을 키우는 결과를 불러왔다”며 “더 빨리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회자했다. 수출입은행은 2013년 적자수주 물량을 당초 기준의 2배인 44척 허용하면서 추가 손실액 588억원이 발생했다.
◇ 지역경제 재도약 발판 마련 '상반된 평가'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포기하지 않았다. 성동조선이 위치한 통영의 지역경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한 때 협력업체를 포함해 직원수가 9000명에 달했다. 700여명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남은 직원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자 했다. 자산을 나눠 팔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럴 경우 성동조선의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통째로 매각해야 미래 생존이 가능하다고 봤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조선사 구조조정 과정은 고려해야할 부분이 매우 많다"며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조선사 직원과 협력업체, 인근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성동조선을 청산 또는 분할매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7년 실시한 컨설팅에서는 청산가치가 회생가치보다 3배가량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기치를 내건 정부 방침과 함께 수출입은행의 지역경제 활성화 의지가 합쳐지면서 회생 작업이 계속됐다.
2018년 10월 처음으로 매각을 시도했지만 인수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4차례 시도 끝에 2019년 11월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HSG중공업과 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기존 무급휴직 직원 등 근로자 전원에 대한 고용승계를 약속 받았다.
매각가는 2000억원으로 책정되면서 낮은 자금 회수율을 기록했다. 청산가치인 2700억원 정도의 인수가액이 예상됐지만 일부 부지와 현금성 자산을 매각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거래규모가 다소 줄었다. 수출입은행이 입은 손실액은 2조4000억원이다.
다만 성동조선이 빠른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의 손실이 값진 희생이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5월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 등 감축된 채무를 대부분 갚으면서 2년여만에 회생절차가 마무리됐다.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지난해 무급 휴직자 250명, 올해초 280명이 복직해 업무에 투입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중소조선사가 구조조정으로 사업을 전환하거나 가동을 중단한 상황에서 성동조선이 회생계획을 완수해 성공적인 중소조선사 M&A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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