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철수]'종합금융' 꿈꾸는 OK그룹, 인수전 뛰어들까캐피탈로 맺은 인연, 당국 인가 관건…카드 부문만 인수 도전 가능성도
이장준 기자공개 2021-04-22 07:26:3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1일 09: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OK금융그룹이 잠재 원매자로 꾸준히 언급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씨티은행 자회사였던 캐피탈을 인수하며 인연을 맺었고 최윤 회장이 종합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물론 금융당국의 인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직 대부업 청산 작업이 진행 중인 데다 보수적인 금융권의 인식을 바꾸기 어려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은행 인수로 직행하지 않고 카드 부문만 떼서 인수하는 식으로 '차선책'에 도전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OK캐피탈 매각 전례, 최윤 회장 종합금융그룹 '꿈'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소비자금융 부문 전체를 매각 대상으로 삼을 경우 가격 부담 탓에 인수 매력도가 떨어져 WM, 카드 부문 등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점쳐진다.
앞서 2월 씨티은행 철수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때부터 금융권에서는 DGB금융그룹과 OK금융그룹이 잠재적인 원매자로 거론됐다. 그중 DGB금융은 다른 지방금융지주와 달리 '투 뱅크' 체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입길에 올랐으나 은행업황이 꺾여 인수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자본 효율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OK금융은 인수 의지를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OK금융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실적 발표를 하며 나온 얘기라 딜과 관련해 특별히 내놓을 입장은 없다"며 "다만 그룹 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라면 추후 열어놓고 검토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OK금융은 씨티은행 측과 5년 전 인연을 맺기도 했다. 2016년 씨티은행은 자회사였던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아프로서비스그룹대부(현 OK홀딩스대부)에 매각했다. OK금융은 기존에 갖고 있던 OK아프로캐피탈을 여기 합병해 현재의 OK캐피탈을 만들었다.
인수 후 OK캐피탈에는 지금까지 총 1950억원 규모로 증자가 이뤄졌다. 총자산은 2조5325억원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694억원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알짜 회사로 거듭났다. 1년 전 528억원과 비교해 31.4% 증가한 수치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만 놓고 보면 업계 톱 수준이다.
현재 OK금융은 OK저축은행, OK캐피탈, OK신용정보, 아프로파이낸셜대부, OK F&I대부, OK데이터시스템 등 계열사를 확보한 상황이다. 최상위지배자인 최윤 OK금융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 추후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OK금융은 이미 씨티은행과 한번 딜을 진행하며 호흡을 맞춘 경험을 어필할 수 있다"며 "소비자금융을 주축으로 성장한 OK금융의 다른 계열사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발목 잡은 대부업…카드업만 붙인 '여신종합금융' 가능할까
하지만 그동안 본류가 대부업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아 애를 먹었다. 증권사 인수 실패가 대표적이다. 2015년과 이듬해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과 리딩투자증권 인수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무산됐다.
2017년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도 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OK금융 측에 대부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라고 요건충족명령을 내리며 선을 그었다.
앞서 2014년 OK금융은 10년 안에 대부업을 완전 청산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이해상충 방지계획을 당국에 제출했다. 당시 그룹의 대부 3사(원캐싱·미즈사랑·아프로파이낸셜대부) 합산 대출잔액은 2조7579억원이었다.
약속한 기한의 절반이 지난 2018년 말 기준 그룹의 대부잔액은 1조7849억원으로 줄었다. 계획한 목표치(1조7866억원)도 달성했다. 이후에도 대부자산 감축을 성실히 이행하며 2019년까지 원캐싱대부와 미즈사랑대부가 폐업했다.
다만 아직은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계열사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OK금융의 씨티은행 인수가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OK금융은 증권업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다 막힌 경험이 있다"며 "현시점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건 보수적인 당국 시선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씨티은행의 카드 부문만 분리 매각할 경우 이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가 1금융권인 은행을 인수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OK금융 입장에서도 기존에 없는 카드업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이미 OK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업 가운데 신용카드업을 제외한 시설대여업(리스업), 할부금융업, 신기술사업금융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들이 할부금융, 리스업도 겸하는 것처럼 캐피탈사가 역으로 신용카드업을 겸하는 방식을 꾀하는 것이다. 신용카드업만 인가업종에 해당해 전례는 없으나 마땅한 원매자가 없을 경우 당국도 불가 입장만 고수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씨티카드만으로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기존 카드사와 경쟁도 어렵다"며 "OK캐피탈이 종합여신금융사로 거듭난다면 기존 캐피탈업과 시너지를 내기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부문을 분리한다면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나 씨티카드를 분사해 매각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자산만 매각할 경우 직원 해고가 불가피해 노조의 반발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씨티카드 분사도 만만치 않은 과정이 될 전망이다. 씨티카드 분사부터 OK금융이 신용카드업을 영위하는 것까지 모두 당국의 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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