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수소사업 전략]정기선·가삼현 주목…수소 전담조직 없는 이유는②계열사별 역량 따라 맞춤형 수소사업 추진…오너3세 미래사업 리더십 시험대
이우찬 기자공개 2021-04-28 10:35:39
[편집자주]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몇 년간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18년 지주사 체제 개편, 2019년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출범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및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노리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꿈꾸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사업 계획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14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소사업은 밑그림을 그리는 초기 단계로 현재까지는 특정 인물이 주도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소사업과 관련해 지주 차원의 TF 조직 등 전담 부서가 없고, 핵심으로 부를 만한 인물은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사진)이 거의 유일하다.◇수소사업 전담 조직 없는 까닭은
수소사업을 특정 조직이나 인물이 주도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차별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다른 그룹을 보면 수소사업을 이끄는 조직, 인물이 전면에 등장한다.
SK그룹의 경우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고, 액화수소 유통, 액화수소플랜트 건설 등 수소 밸류체인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SK E&S의 추형욱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단장으로 있다. 추진단에는 SK이노베이션, SK E&S 등 수소 관련 계열사 주요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사업·전략 담당 권형균 부사장, 기술 담당 하형은 임원직무대행 등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CEO 직속으로 산업가스·수소사업부를 신설하며 수소사업 책임을 맡겼다. 최근 발족한 두산그룹의 수소 TFT의 팀장은 제후석 두산퓨얼셀 전략담당 상무가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눈에 띄는 인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소사업 관련 전사 역량을 모을 구심점으로 정 부사장을 제외하면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가 첫손에 꼽힌다. 가 사장은 그룹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 올 초 선임됐다. 현대중공업 그룹선박 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지냈다.
가 사장은 대표이사로 있는 한국조선해양의 수소사업 뿐만 아니라 그룹의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에도 모두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 사장은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수소 전담 조직을 꾸리지 않는 것은 밸류체인 구축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읽힌다. 현대오일뱅크의 부생수소 생산, 유통 역량과 한국조선해양의 친환경 선박 기술개발 역량은 수소사업과 관련해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소사업의 핵심 계열사 두 곳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오일뱅크의 수소 관련 접점이 크지 않은 것도 전담 조직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해상기술력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게 주된 사업이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정유공장 부산물을 활용해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유통, 판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수소사업과 관련해 특정 인물이 주도하는 콘셉트는 아니다"라며 "관련 전담 조직이 있어야 꼭 업무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수소 관련 해당 분야에서 계열사별 청사진을 갖고 역량에 맞게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너3세 정기선 부사장, 리더십 시험대?
수소사업과 관련해 활발히 대외 활동을 펼치는 인물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다. 수소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협업,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정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수소사업은 정 부사장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미래사업이라는 게 외부의 평가다.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의 수소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정 부사장이 이끈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조선해양은 아람코와 수소운반선, 수소연료추진선의 중간 과정에 해당하는 암모니아 운반선, 암모니아 추진선 개발에 나선다. 정 부사장은 2015년 상무로 재직할 당시에도 아람코와 조선·플랜트·엔진 분야의 전략적 업무 협력을 이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수소사업과 관련된 투자 협약, 기술 협력 등 중요 이슈를 정 부사장이 직접 챙기면서 미래사업에 대한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시각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소경제가 주목받는 시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사업은 오너가에서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어젠다"라며 "당장 수소사업으로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그룹의 수소플랜을 공개한 것은 미래 기업가치를 고려한 당연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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