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달라진 차입전략' 현금 쌓는다 단기차입금 130억→3450억 급증, 투자재원 활용 선제적 유동성 확보
김은 기자공개 2021-04-30 08:08:53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9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의 재무전략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보수적 경영방식을 고수하는 그룹 기조와 맞물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차입 의존도가 낮았다. 수천억원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외부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었다. 그만큼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었다.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외부 차입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대규모 자금 소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그간 주로 회사채와 장기차입금을 중심으로 조달 전략을 펼쳐왔으나 단기차입금을 늘리며 눈에 띄는 변화를 줬다. 다만 차입 부담이 확대되면서 재무건정성 지표로 꼽히는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의 지표가 동반 상승했다.
◇순차입금 역대 최대, '장기→단기' 재무전략 선회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연간 3000억~4000억원 안팎의 영업현금흐름으로 외부차입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했다. 임대료 등 리스가 부채로 반영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현대백화점의 별도기준 총 차입금은 5000억~7000억원 수준에서 관리됐다.
리스가 부채로 적용되기 시작한 2019년 총 차입금은 8139억원으로 전년대비 63% 늘었다. 리스부채가 301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차입금은 기존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리스부채는 2019년 '리스회계' 도입으로 생긴 부채다. 리스회계는 과거 기업이 임차료로 인식하던 비용을 임차매장(사용권자산)과 리스부채로 재무제표에 각각 인식하게 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리스부채를 감안해도 차입금이 가파르게 늘었다. 2020년 별도기준 총 차입금은 1조1468억원으로 전년대비 6344억원 증가했다. 순차입금은 전년대비 2783억원 증가한 5983억원 수준이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부채비율은 65.46%로 같은기간 14.21% 포인트 증가했다. 리스부채의 영향은 아니다. 2020년 말 리스부채는 2808억원으로 전년대비 207억원이나 줄었다.
총 차입금이 늘어난 배경에는 단기차입금이 있다. 2020년 말 별도기준 단기차입금은 3450억원으로 전년대비 대폭 불어났다.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11.2%로 같은기간 10.5%포인트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주로 회사채와 장기차입금에 의존했다. 장기차입금은 단기차입금과 달리 상환 기간이 길어(1년 이상) 신용등급이 비교적 우량한 기업들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해 유독 단기차입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연평균 단기차입금을 2000억원 미만 수준으로 유지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 추이가 두드러졌다.
해외 사모 사채 발행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일본 미츠이 스미토모은행을 주관사로 360억원의 외화사채를 발행했다. 외화사채의 연 이자율은 1.42%다. 비슷한 시기 같은 조건인 3년 만기 공모사채의 연 이자율은 1.63%였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외화사채 발행에 나서 유리한 조건에 융통한 셈이다.
◇대규모 자금 소요 대응, 투자 확대 '재무건전성' 유지 병행
단기차입과 외화사채까지 손을 뻗치며 차입 전략에 변화를 준 배경은 대규모 자금 소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로 영업실적이 다소 악화한 가운데 신규 투자 재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20년 실적이 별도기준 매출액 1조2451억원, 영업이익 108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0%, 54% 감소했다. 현금흐름도 나빠졌다. 2020년 말 영업현금흐름은 2617억원으로 전년대비 1213억원 줄어들었다. 잉여현금흐름은 5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여의도에 문을 '더현대 서울' 백화점과 지난해 11월 개장한 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6029억원을 쏟았다. 올해도 더현대서울과 관련해 추가로 1392억원 가량을 지출할 계획이다. 오는 2024년에는 충청북도 청주시에 시티아울렛 출점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년만 못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대규모 투자 지출이 발생하다보니 외부 차입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향후 현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을 가능성 등도 감안했다. 차입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덕에 2020년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5485억원으로 전년대비 3561억원 증가했다.
양적 성장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수다. 올해도 공격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하지만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외부 차입을 활용하는 쪽으로 재무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상환해야하는 차입금(사채 포함)은 6950억원이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이 3450억원, 사채가 2500억원, 장기차입금이 1000억원 규모다.
일시적으로 재무적인 체력이 약화된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기초 체력을 다져온만큼 단기간의 부진을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와 맞물려 단기 차입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축적하면서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올랐다"며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데다 올해 투자금액이 작년 에비타를 하회하는 수준이어서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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