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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M&A 열기]'조용한 포식자' 현대백화점, '1조 장전' 먹거리 찾는다④매물 선정 신중 'M&A' 단골손님, 'AI·물류·ICT' 광범위 물색

전효점 기자공개 2021-04-26 08:15:50

[편집자주]

최근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은 흥행 여부를 떠나 M&A(인수합병)에 대한 유통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고 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간 인수합병과 제휴,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M&A는 변화한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자질을 가장 빠르게 갖출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M&A시장으로 몰려드는 유통가의 뜨거운 열기와 트렌드, 지향점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롯데와 신세계에 비해 이슈의 중심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늘 조용하고 신중하게 움직인다. 최근 인수합병(M&A)시장의 화두인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사업 확장 측면에서 롯데·신세계보다 M&A를 더 애용해왔다. M&A는 2008년 정지선 회장 취임 후 오늘까지 유통 본업을 넘어 패션·리빙인테리어·화장품 등으로 성공적인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었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올 들어 연초 선언한 '비전 2030'을 분기점으로 신사업 먹거리를 찾기 위해 수천억 규모 매물까지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단위로 장기 비전을 발표할 때마다 대규모 M&A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해왔다. 이후에는 소규모 인수를 통해 신사업을 키워나가는 패턴을 취하고 있다.


◇'유통·패션·리빙' M&A 행보, 신사업 방향·가격 보수접근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0여년간 매년 꾸준히 크고 작은 M&A를 진행해왔다. 2012년을 전후해 주요 기업 인수를 통해 오늘날 유통·패션·리빙인테리어 '3대 핵심산업' 기반을 다졌다.

2012년 현대홈쇼핑을 통해 4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한섬은 2세 정지선 회장이 취임 후 처음 추진한 M&A 작품이었다. 정 회장은 같은해 500억원에 현대리바트를 인수하면서 오늘날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그룹 내에 포섭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M&A 스타일은 지난 10여년간 역사를 보면 동종업계 롯데·신세계그룹과도 확연히 차별된다.

롯데와 신세계는 과감한 베팅은 물론 다소 실험적이고 이색적인 신사업을 자주 추진하는 편이다. 이마트는 전문점 사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유통을 실험한다. 최근에는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재계 주목을 받았다. 롯데쇼핑의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도 이색 인수로 평가 받는다.

인수 규모도 시원시원하다. 이마트는 지난해 미국 현지법인을 사들이는 데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최근에는 3000억원을 들여 더블유컨셉을 인수했다. 수조원 규모의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도 참여했다.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M&A 과정에서 무모한 실험을 지양하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타입이다. 매물 선정은 철저하게 중장기 사업 계획에 기반한다. 신사업 추진 계획을 확실히 마련하고 유관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확실하게 낼 수 있는 사업체들을 추가로 인수하며 외형을 키워나가는 식이다.

한섬 사업이 안착하자 현대백화점그룹은 SK네트웍스로부터 패션부분을 추가 인수해 몸집을 불린다. 또 현대리바트가 안착하자 에버다임과 한화L&C를 사들였다. 한섬이 화장품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SK바이오랜드, 클린젠코스메슈티컬을 잇따라 편입하며 전선을 갖추는 식이다.

M&A 대금도 크지 않다. 수십억원에 그치는 기업 인수가 적지 않다. 주로 1000억원 안팎의 사업체가 가장 많다. 유통업계가 일제히 관심을 가지는 떠들썩한 매물보다 작지만 알짜 사업을 영위하는 매물에 관심이 많다.

가격이 맞지 않으면 무리해서 인수하는 일도 드물다. 대표적으로 할인점이 한창 성장하던 2005년 당시 매물로 나온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 M&A를 타진했다. 하지만 까르푸는 이듬해 현대백화점이 아닌 이랜드의 품에 안겼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까르푸 인수에 신중을 기했고 결국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이때 까르푸를 '지르지' 않았던 결단은 현대백화점이 롯데나 이마트와 달리 할인점 사업 때문에 실적 발목을 잡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 평가 받는다.

이처럼 신중한 스타일은 역대 M&A에서 실패 확률을 크게 낮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결국 사업을 청산한 매그놀리아와 실적이 부진한 에버다임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안착에 성공했다.


◇돌아온 '큰 장', 실탄 품고 참전…바이오·헬스케어 신사업 확장할까

정 회장은 현재를 M&A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2012년을 전후해 대규모 기업을 연이어 사들이며 그룹의 기틀을 갖춘지 10여년이 지난 현재 다시 본격적으로 M&A 포문을 열고 있다. 위기 인식과 변화 필요성은 지난해 정 회장의 신년사에서 명확히 표현됐다.

정 회장은 당시 "2020년을 그룹의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이자 실질적 변화를 실천해 나가는 전환점으로 삼고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이같은 의지가 한층 확고하게 드러난다. 정 회장은 '비전 2030'을 통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고 성장 잠재력이 쿤 미래 신수종 사업 진출로 20230년 매출 40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계획은 곧바로 실행 단계로 옮겨졌다. 작년 중순부터 SK바이오랜드, 클린젠코스메슈티컬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화장품 원료 및 바이오 신시장으로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같은해 말에는 온라인 기업복지몰 이지웰을 인수, B2B 온라인 유통에도 첫발을 내딛었다.

SK바이오랜드, 이지웰 등은 유통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성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이지웰과 SK바이오랜드 등을 통해 향후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 헬스케어, B2B 이커머스 사업 등으로 확장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룹 비전인 '토탈 라이프케어기업'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 말 현대HCN 매각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했다. 차입 등을 활용하면 조 단위 대어도 품을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다. 매각대금을 직접 쥐게 된 계열사 현대퓨처넷을 중심으로 M&A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주요 사업 분야는 물론 인공지능, 플랫폼, 물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매물을 추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의 차기 선택에 시장의 이목이 모이고 있는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수시로 인수 후보 기업을 보고받고 있다"면서 "매물은 수천억원 선까지 분포가 다양하고 ICT 분야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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