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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미생' 이후 7년, 종합상사는 여전히 미생일까LX그룹 핵심 계열사 'LG상사', 2016년 현대종합상사 이어 계열분리 두번째 사례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21 10:26:52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8일 09: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LG상사를 주축으로 하는 4개 계열사를 분리해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한다. 상사업을 중심으로 계열분리에 나선건 2016년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이 현대그룹을 거쳐 현대중공업그룹 산하에서 독립한 이후 두번째 사례다.

2014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배경으로 한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未生)'이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인기와는 별개로 상사업은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든 것처럼 인식됐다. 국내 종합상사 빅7은 생존을 위해 자원 개발, 식량 개발, 발전업 등 새로운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7년이 지났다. 그새 상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그룹사가 2개나 출범했다. 상사업의 위상이 달라진 것일까. 종합상사 사업다각화 성적과 미래 비전, 그리고 ESG 시대에 맞딱뜨린 풀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본다.

◇성장 멈춰선 상사업계, 돌파구 찾을까

국내를 대표하는 상사는 포스코인터내셔널, LG상사, 삼성물산, 현대코퍼레이션, SK네트웍스, GS글로벌, 효성티앤씨 등 상위 7개로 압축된다. 예외 없이 대기업 계열사다. 이 가운데 상사업이 그룹의 핵심 사업인 곳은 거의 없다. 상사업은 전자나 반도체, 철강, 정유, 화학 등 그룹의 주류(main stream) 사업이 아니라 서브(sub)로 여겨져왔다.

종합상사업의 실적도 정체기에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삼성물산(상사 부문), LG상사, SK네트웍스, 현대코퍼레이션 등 국내 종합상사 ‘빅5'의 지난해 잠정 매출은 59조5191억원으로, 전년(66조1330억원) 대비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989억원에서 8841억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국내 ‘빅5' 종합상사가 거둔 매출은 66조1330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조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종합상사 다섯 곳의 전체 영업이익도 수년째 1조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독립 대기업집단이 출범한다.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 자회사를 LG그룹에서 분리해 신설 지주사 LX홀딩스 산하로 편입시켜 LX그룹을 계열분리한다. 상사업을 영위하는 LG상사는 LX그룹의 핵심 기업이 될 전망이다.

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삼아 독립한건 현대코퍼레이션이 첫 사례였다. 1976년 현대그룹 계열사로 설립돼 2009년부터 현대중공업그룹 산하에 있었으나 2016년 완전 독립해 현재는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라는 별도 기업집단으로 있다.


◇LG상사 중심으로 독립하는 LX그룹, 상사업 '태풍의 눈' 될까

‘사막에서 담요를 팔고, 북극에서 냉장고를 판다'는 말은 종합상사가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시절 상사맨들 사이에서 회자된 무용담이다. 한국 종합상사의 역사는 곧 한국 수출의 역사였고, 상사맨들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종합상사들은 정부의 각종 세제·금융 혜택을 받으며 빠르게 수출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종합상사를 통한 한국의 수출비중은 1999년 51%에 달했지만 최근엔 5% 미만으로 감소했다. 2009년 10월 대외무역법 개정으로 종합무역상사 제도가 폐지된 것은 종합상사의 '수출 첨병'으로서의 시대적 소명이 끝났음을 알려준 사례였다. 2019년 기준 종합상사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 불과하다.

시대적으로 종합상사의 변신은 불가피했다. 롤모델은 일본의 종합상사였다. 2000년대 자원 투자에 뛰어들어 ‘종합상사의 자원 신화'를 쓴 일본의 뒤를 쫓았다. 사업 다각화에도 발벗고 나섰다. 발전산업, 자원개발, 식량산업, 반제품 무역 등으로 활동반경을 넓혀갔다.

종합상사의 변신은 LG상사와 현대코퍼레이션 등 상사업을 중심으로 계열분리 한 그룹사에서 더욱 절실하다. 주력이 상사이기 때문에 '플랜 B'가 없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분리 독립 5년 만인 올해 과거 사명 현대종합상사에서 ‘종합상사'를 떼어냈다. 현대종합상사 측은 "기존 사명으로는 ‘무역' 업종에 국한된다는 인상이 남아있었다"며 "신재생에너지, 자원개발, 유통과 물류 등 적극적인 신사업 확대를 위해 회사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상사도 사명에서 ‘상사'를 떼고 LX글로벌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LG상사는 최근 헬스케어, 관광·숙박, 통신판매·전자상거래, 친환경 등 다수의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특히 친환경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 LG상사는 "이차전지 원료인 니켈 등 미래 광물 분야와 신재생, 자원 순환 등 친환경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LX그룹과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상사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을 키울 수 밖에 없다"면서 "이들 기업의 사업다각화 행보가 다른 그룹의 상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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