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LX그룹 시드머니 계열사는 상사 아닌 판토스?③계열분리 완료 후 IPO 전망…LG상사, 배당수익 챙길듯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25 10:14:02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1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대기업집단이든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계열사가 있기 마련이다.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의 캐시카우는 어디가 될까. 현재로선 LG상사 자회사인 판토스(옛 범한판토스)가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LX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가 마무리 된 이후 판토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그룹 성장을 위한 시드머니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판토스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LG상사(51%)는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 때문에 구주매출을 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기업공개를 앞두고 판토스가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 할 수는 있다. 판토스가 투자 자금을 확보해 성장을 가속화할 경우 LG상사는 배당 등을 통해 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판토스 상장은 예정된 수순...LG상사 구주 매출 가능성은 낮아
LG상사가 판토스를 인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2015년의 일이다. LG상사는 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원에 취득했다. 비상장기업인 판토스의 기업가치를 6171억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판토스의 기존 주주는 구본호(LG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정회씨의 손자) 46.1%, 조원희(구본호 母) 대표 50.9%, 기타 3%로 구성되어 있었다. LG상사는 이들로부터 지분 51%를 사들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도 이때 판토스 지분 19.9%를 매입했다.
판토스는 해운·항공 물류운송업을 주력으로 하는 복합물류서비스(운송주선, 창고, 특송 등) 업체다. 2001년 LG화학, 2002년 LG전자 해외물류 업무 위수탁용역 계약을 체결한 이후 LG 계열사들의 해외물류 아웃소싱을 담당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LG상사가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판토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타깃이 됐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보유 지분율이 20%에 육박하면서 사익편취 의혹이 일었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특수 관계인들은 지분을 매입한 지 3년 만인 2018년 말 보유하고 있던 LG상사의 물류 자회사 판토스 지분 19.9%를 모두 매각했다. 밸류에이션의 경우 2015년 LG상사가 판토스 주식 51%(거래 규모 3147억원)를 샀을 때보다 좀더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파킹 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래에셋PE가 엑시트(자금회수) 차원에서 상장 조항을 계약에 명기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봤다. 다만 계약서 상에 상장이 불발되더라도 최대주주인 LG상사가 특정 가격에 보유지분을 사줄 수 있도록 하는 풋옵션 조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풋옵션이 없다는 점에서 미래에셋의 엑시트 전략은 판토스 상장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LX그룹 관계자는 "LG상사가 판토스를 인수한 이후부터 매년 판토스 상장설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상장과 관련해 현재 구체화 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는 LX홀딩스가 출범한 만큼 구본준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지분 스와프가 완료되고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가 마무리 되면 판토스 IPO가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상사 수익 '물류'에 의존..."판토스가 살아야 상사도 산다"
현재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비상장사는 4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자회사 역시 같은 비율로 손자회사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지난해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지분율 기준이 각각 30%, 50%로 높아졌다. 이는 새롭게 설립·전환되는 지주회사에만 적용된다. 이에 따르면 LX홀딩스의 자회사인 LG상사는 판토스 지분을 최소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현재 LG상사가 보유한 판토스 지분율은 51%다. LG상사가 판토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구주매출 가능성은 공정거래법상 보유 지분율 의무 때문에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구주매출을 통해 LG상사로 직접 유입되는 자금은 없더라도 판토스 IPO는 LG상사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LG상사의 수익성을 상당부분 판토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상사의 사업부문은 크게 에너지·산업재·솔루션 등 3개 부문으로 분류된다. 물류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적자가 나거나 간신히 흑자를 유지하는 정도다. 이익 대부분은 물류 자회사 판토스에서 나온다.
LG상사가 지난해 물류 사업을 통해 거둔 영업이익은 1599억원에 달한다. 전체 영업이익 1598억원보다 1억원 더 많다. 사실상 영업이익 전체를 판토스가 책임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에너지는 175억원 손실이 났고, 산업재·솔루션(174억원 수익)이 이를 상쇄하는 수준에 그쳤다.
판토스는 LG상사의 외형 성장도 이끌었다. 판토스는 2015년 인수 당시 2조원 남짓했던 매출이 6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전 세계 주요국 360개 국제 물류 거점을 확보한 육·해·공 종합 물류라는 점이 경쟁력이다. 계열 분리로 그동안 문제가 됐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도 벗어났다. 공정위 눈치를 보지 않고 LG그룹 계열 물량을 맘껏 수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판토스가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을 통해 모기업에 환원할 경우 절반은 LG상사의 몫이다. 판토스가 이익을 더 많이 낼수록 LG상사도 더 많은 배당을 챙길 수 있다. 판토스는 지난해 235억원을, 2019년에는 206억원을 배당에 썼다.
LG상사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친환경, 전자상거래, 플랫폼 개발, 의료진단 서비스 등 7개 부문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신사업에는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 LG상사의 신사업 씨드머니 역할을 판토스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LG상사의 신사업 성공여부는 판토스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판토스가 미래에셋대우PE 이외에 추가로 프리IPO 자금을 유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