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30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을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화물로 이익을 내고 자금 조달도 수월하게 해내고 있으니 말입니다."한 저비용항공사(LCC) 고위 임원은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녹색채권을 발행했다는 소식에 속마음을 가감없이 내비쳤다. 대한항공은 녹색채권으로 마련한 2000억원을 친환경 고효율 항공기 리스료 납부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사업이란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지만 엄격하게 관리되진 않는다. 만기가 도래하기 전까지만 친환경 사업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사후 증빙만 하면 된다. 한마디로 당장 쓸 수 있는 자금이 수중에 들어온 것으로 우선적으로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먼저 사용할 수 있다.
ESG 채권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ESG 경영을 홍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을 제외한 다른 항공사에게는 먼 얘기일 뿐이다. 항공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제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각종 설비투자를 명목으로 ESG 채권을 발행한다. 항공기를 리스해 여객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항공업은 친환경 기재 도입 외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항공업계가 ESG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가장 주된 요인은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ESG 채권을 발행할 땐 ESG 경영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환경(E)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B777-300ER, B787, A220-3000 등 친환경 기재 도입이 필요하다. 사회(S) 부문에서는 근로자 안전 수칙을 강화하고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야 한다. 지배구조(G)를 개선하기 위해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야 한다. 또한 각종 소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항공기를 띄우지 못해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ESG 경영 강화는 그야말로 '배부른 소리'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면서 유상증자 자금 유입이 지연되고 있다. LC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1분기 기준 제주항공(28.7%), 진에어(42.4%), 에어부산(34.4%)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티웨이항공도 올 연말까지만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항공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동시에 항공업계 내부에서는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불안감도 공존한다. 자금 조달책이 막힌 항공업계에 다각도의 자금 투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대한항공의 녹색채권 발행이 항공업계 최초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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