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데뷔어'답지 않은 인기…달러채 시장 달궜다 6억달러 발행, 주문 30억달러 육박…비대면 로드쇼 등 전략적 접근 주효
피혜림 기자공개 2021-07-15 08:19:35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3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첫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에 나서 흥행에 성공했다. 북빌딩(수요예측)에 최대 30억달러에 달하는 주문을 확보해 첫 발행부터 무리없이 6억달러를 마련했다. 최근 한국물 유통금리가 다소 벌어지는(widening) 등 변화 기류가 두드러지기도 했으나 완판에는 무리가 없었다.국내 증권사의 경우 제조기업에 비해 글로벌 기관의 인지도 및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상당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압도적인 실적 등으로 기관의 관심을 높였다. 비대면 로드쇼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빠른 회복력 등을 강조해 신뢰도를 높였다. 국제 신용등급을 추가해 투자할 수 있는 기관을 넓히는 등 전략적인 접근에도 나섰다.
◇한국물 첫 도전, 뜨거운 투심 확인…기관 접점 넓히기 집중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9일(납입일 기준) 6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를 발행한다. 12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진행한 북빌딩(수요예측)에서 최대 30억달러에 달하는 주문을 확보한 결과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3억달러씩 배정했다.
투심은 뜨거웠다. 북빌딩에 마지막까지 남은 자금은 21억달러 이상으로, 발행액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5년물에 11억 5000만달러가 집계돼 흥행을 이끌었다. 3년물 역시 9억 7000만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국내 증권사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은 물론, 높은 이해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초대형IB가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역내 비중이 높아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에서 비껴가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탑티어로 자리잡고 있는 국내 제조업체 대비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은 배경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적극적인 비대면 로드쇼 등으로 이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이달 7일부터 진행한 인베스터 콜 등을 통해 글로벌 기관과의 접점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발 ELS 헤지손실 인식 등으로 출렁였던 실적이 이후 빠르게 회복된 점 등이 사업 역량에 대한 설득력을 높였다.
직접적인 소통과 더불어 참여 기관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접근에 나선 점도 흥행을 뒷받침했다. 최소 2개 이상의 신용등급을 요구하는 기관을 타깃으로 S&P에 다시 등급 평정을 의뢰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등급을 철회한 지 1년여 만이다. 그동안 한국투자증권은 무디스 신용등급만 보유하고 있었다.
수요를 넓히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기관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채의 경우 국제 신용등급이 없거나 1곳으로부터만 받아도 발행에 나설 수 있다. 실제로 올해에만 SK배터리아메리카(SK이노베이션 보증)와 KB국민카드 등이 1개의 등급만으로 달러채 조달을 마쳤다.
한국투자증권의 국제 신용등급은 BBB 수준이다. 무디스와 S&P는 한국투자증권에 각각 Baa2, BBB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금리 절감 효과 톡톡…한국물 금리 변동, 투심으로 상쇄
가산금리(스프레드)는 3년물과 5년물 각각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금리에 110bp, 135bp 더한 수준으로 확정됐다. 당초 이니셜 가이던스(IPG, 최초제시금리) 대비 30bp가량 절감한 수치다. 최근 한국물 유통금리가 확대(widening)되는 등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무사히 시장에 안착한 모습이다.
이번 딜은 비ESG채권·데뷔 이슈어로서의 조건 등을 고려할 때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먼저 발행한 미래에셋증권의 3년물 유통금리는 96bp 수준이었다. 해당 채권이 그린본드(green bond) 형태인 데다 미래에셋증권이 수 차례 발행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차이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쿠폰과 수익률(yield) 측면에선 두 이슈어의 격차가 미미했다. 미래에셋증권 발행 후 미국 국채금리가 더욱 하락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3년물 쿠폰금리는 모두 1.375%로 동일했다. 수익률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각각 1.420%, 1.493%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달러채 투자자 중 상당수는 절대금리를 기준점으로 삼는다.
이번 조달로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두 번째 외화채 발행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한국물 발행에 나서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했다. 미래에셋증권을 시작으로 국내 증권사의 외화채 조달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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