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Radar]저축은행 기업여신 한도 증액…엇갈린 대형사와 중소형사대형사, 실질적 영향력 미미…중소형사, 수익성 증가 기대
류정현 기자공개 2021-07-23 07:37:45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2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대형 저축은행 기업여신 한도 완화 조치를 두고 업권 내 반응이 엇갈린다.대형사는 완화 비율이 의미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한도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중소형사는 기존보다 더 많은 여신을 취급할 수 있어 수익성이 다소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20일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3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약 4개월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그간 저축은행 업권에 존재하던 일부 규제가 다소 완화될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한도가 증가한 점이다. 그간 저축은행 업계는 보다 적극적인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용공여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업계의 요구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였다.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가 평균적으로 증가한 점은 물론이고 지난 2016년 개인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증액한 점도 함께 고려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와 법인의 신용 공여 한도가 종전보다 20% 늘어난다. 기존에는 자산규모에 상관없이 자기자본의 20% 이내에서 개인사업자 50억원, 법인 100억원 등의 한도를 갖고 있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60억원, 법인은 120억원까지 신용공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아울러 해산 및 합병 등 인가 심사기준도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에서만 명시하고 있었는데 기존보다 인가 업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정관과 업무방법서를 고칠 때 법령의 재·개정이나 착오 및 오기에 의한 변경일 경우 신고수리를 면제하기로 했다.
업계는 일단 규제 완화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실효성에서는 회의적이다. 20% 수준의 한도 증액은 새롭게 기업대출 전략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특히 대형 저축은행은 지금보다 한도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유하고 있는 여력에 비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여전히 작기 때문이다.
기업 여신은 보통 규모가 큰 편이다. 따라서 여러 저축은행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물건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형사의 경우 신용공여한도에 걸려 단독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업 여신도 다른 하우스와 나눠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반면 중소형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사정이 더 나아졌다는 평가다. 대형 저축은행이 기업 여신을 독식할 수 없는 구조가 유지되면서도 중소형 저축은행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기업여신 수익성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사는 감당이 가능한 범위의 기업 여신은 혼자 취급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며 “대형 저축은행은 이번 한도 완화로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고 중소형 저축은행은 아직 기회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기업대출 인기가 다소 약한 점도 규제 완화 실효성을 약화하는 요소다. 기업대출은 개인대출과 달리 규모가 큰 만큼 리스크도 크다. 따라서 체계적인 시스템이나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기업 여신은 담보를 잡긴 하지만 한 번 망가질 때 크게 손실을 보는 데다가 최근 기업대출 인력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기업 신용공여한도를 늘렸다고 해서 그쪽 대출이 막 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용공여한도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부분의 금융권에는 없는 규정인데 저축은행 업계에 적용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별차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는 상호저축은행법과 각 상호금융 법률에만 존재한다. 은행이나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경우 과도한 내부거래 방지를 위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만 정해져 있다. 특히 여전사는 1998년 이전 업무방법서 내에 개별차주 신용공여한도를 규정했으나 현재는 사라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많은 저축은행이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해서 경영 환경을 체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다른 업권에 없는 규제가 있는 것을 보면 아직 낙인이 찍혀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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