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가전 리포트]정휘동 회장의 고민…청호나이스 '키울까, 팔까'①지분 75%로 확대, 가업승계 불투명해 매각설…'지분법' 통한 오너십 강화
손현지 기자공개 2021-09-27 07:51:50
[편집자주]
중견 가전업체들의 입지가 한층 넓어졌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집콕열풍', '보복소비'로 이전에 없던 고가의 가전까지 수요가 늘어났다. e커머스 발전으로 온라인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렌탈, 홈쇼핑, 해외 진출 등 신수익원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들도 속속 생겨난다.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닥뜨린 중견 가전업체들의 경영전략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이 13년여 만에 지분 확대에 나섰다. 오너 지분율은 2000년대 초반 60%를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작년엔 75%로 굳건해졌다.일각에선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인 기업의 알짜 배당 수익까지 누릴 수 있는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막상 가업을 물려줄 2세 경영진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오너가 지배력을 강화한 것을 두고 사업 확대를 위한 베팅인지, 반대로 매각을 위한 포석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정휘동, 라이벌이 발굴한 '해외파' 1세대 엔지니어
그를 국내로 불러들인 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다. 정수기 개발을 위해 젊은 인재를 찾고 있던 중 1991년 정 회장에게 2년간의 파견 근무를 제안했다. 정 회장은 그렇게 웅진코웨이(코웨이)에서 특명을 수행했고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를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1세대 정수기 엔지니어로서 눈도장을 찍었다.
정 회장은 계약기간이 종료될 쯤인 1993년 동료 연구원들로부터 창업제의를 받는다. 심사숙고 끝에 1994년 청호정밀(청호나이스 전신)을 설립하게 된다. 자본금 1억원으로 정수기 등 가정용 기기 제조와 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일궜다.
청호나이스는 정 회장의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가도를 이어갔다. 과거 미국 생활을 할 때 세계 각지의 1000여개에 달하는 정수기 공장을 둘러본 게 큰 자산이 됐다. 2004년 세계 최초로 얼음정수기 '아이스콤보'를 출시했고, 2006년엔 환경 가전제품 브랜드 ‘이과수’ 등을 론칭했다. 청호나이스는 웅진코웨이와 함께 정수기 시장 쌍두마차로 자리매김했으며 1990년대부턴 렌탈 마케팅을 선도해나갔다.
◇'가업승계' 불확실해 매각설도…관계사 지분법 적용 눈길
정 회장에겐 '앞만 보고 달렸다'는 평이 뒤따른다. 젊은시절부터 수많은 특허를 내고 사업으로 바쁜 나날들을 보낸 탓에 30대 후반에 들어서서야 결혼을 했다. 아내인 이경은 이화여대 교수와 슬하에 22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정 회장이 63세임을 감안하면 늦둥이다.
문제는 가업승계다. 아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엔 다소 어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시점에선 2세 경영을 위한 후계구도를 구상하기 쉽지 않다. 정 회장은 철저히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해온 만큼 정 회장을 대체할 인물이 부인(이경은)과 동생 정휘철 부회장 뿐이다.
정 회장은 친동생인 정휘철 부회장에게로 지배력을 일부 분담시켰다. 정휘철 부회장의 지분은 2008년 5.78%에서 2012년 10.54%까지 늘었다.
작년부턴 다시 마이크로필터 쪽으로 지분을 이전시키는 추세다. 마이크로필터는 정 회장(80%)과 아내 이경은(20%)씨가 지배력을 장악하고 있는 계열사다. 2017년까지는 동생 정휘철 부회장(80%)이 최대주주였는데, 2018년부터는 이를 정 회장에게로 지분을 고스란히 몰아줬다. 대표이사도 정휘동, 정휘철, 박찬호 공동 대표체제로 바꿨다.
정 회장 중심의 1인기업 체제가 강화됐다. 작년 청호나이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정휘동 회장이 작년 기타 주주의 지분을 일부 흡수해 75.1%까지 확대했다. 동생 정휘철 부회장(8.18%)과 일부 나눠가졌지만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마이크로필터(지분법투자회사) 지분 12.99%까지 감안하면 강력한 오너십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오랜 기간 가업 승계 시그널을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호나이스는 이미 2018년 한차례 매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SK와 웅진이 잠재 원매자로 거론됐다. 정 회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후에도 승계작업 조짐이 안보이자 종착점은 M&A가 아니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은 계열사인 마이크로필터(80%), 엠씨엠(100%), 동그라미대부(99.26%)의 최대주주다. 엠씨엠과 동그라미대부를 통해선 매년 상당한 배당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해외법인 외에는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시키지 않고 있다. 각각 지분법투자회사와 지분법피투자회사로 내부거래 등을 이어갈 뿐이다. 향후 청호나이스만 분리해 매각하더라도 정 회장이 나머지 일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구조다. 패키지로 매각하더라도 사업구조를 변화시키기에 유리하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정 회장의 지분 확대 배경과 관련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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