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S&I 건설사업 왜 GS건설에 넘겼나 캡티브 물량·기밀 유출 최소화, 범LG로 낙점
서하나 기자공개 2021-10-25 07:58:12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2일 10: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 계열사 S&I코퍼레이션(이하 S&I)이 핵심 사업인 건설사업 부문을 GS건설에 넘기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이슈로 인해 서브원(현 S&I) 사업부를 잇따라 재무적투자자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S&I 건설사업부가 LG그룹의 캡티브 물량을 위주로 성장해왔고, 건설 기술 등 기밀을 보유한 만큼 ㈜LG가 아무에게나 넘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GS건설을 거래 상대방으로 낙점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LG그룹과 GS그룹은 2004년 계열 분리 이후에도 신사협정을 맺으며 상호간 두터운 신뢰관계를 유지해왔다.
22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은 최근 건설사업 부문 전체를 GS건설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협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S&I는 ㈜LG의 100% 자회사다. 2018년 LG그룹이 당시 자회사 서브원의 MRO(소모성 자재구매)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세우면서 서브원의 사명을 S&I코퍼레이션으로 바꿨다. 이후 서브원이 운영하던 MRO 사업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넘어갔고(약 6042억원), 존속법인인 S&I가 건설사업, FM사업 등을 운영해왔다.
최근 S&I의 연이은 사업부 매각 행보는 LG그룹내 일감 몰아주기 이슈 해소의 일환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년전부터 LG그룹 등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규제해왔다.
S&I는 건설사업부의 매각을 결정한 뒤 원매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공개 매각에 나선 FM 사업부와 달리 소수의 원매자와만 조용히 접촉하며 매각을 준비해왔다. S&I 건설사업부가 그동안 캡티브 물량을 위주로 소화해왔고 건설 공법 등 기밀을 보유한 만큼 아무에게나 이를 넘기거나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S&I 건설사업부는 그동안 LG그룹 내 전기차 배터리나 전자, 디스플레이 공장 등 공사 단계부터 보안이 중요한 공사 등을 전담해왔다. 2018년 LG화학이 발주한 폴란드와 중국의 배터리 생산기지 공사, LG전자가 발주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S&I와 GS건설은 별도의 주관사 등 선정없이 M&A에 관여하는 소수 인원만 참석해 딜 구조와 매각가 등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과 GS그룹의 인연은 각별하다. LG그룹의 전신인 럭키금성그룹은 1940년대에 구인회 회장과 허만정 회장의 동업으로 설립됐다. 이후 그룹 내 비중은 구인회 회장이 약 65%, 허만정 회장이 35% 등을 유지했으나 기업이 3대째 이어지며 자손들이 많아지자 지분 정리를 위해 계열 분리, GS그룹이 탄생했다.
두 그룹은 2004년 7월 분리되면서 향후 5년간 서로의 사업 영역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협정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문서가 아니라 허창수 회장과 LG그룹 故 구본무 회장간 암묵적인 합의였는데, 양측이 2010년까지도 이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이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만일 LG화학이나 LG전자 등이 공장 생산 라인을 증설하거나 신축하는 내용이 있다면 이는 굉장한 기밀이자 대외비일 것"이라며 "이런 사업을 도맡고 있는 S&I 건설부문을 아무 곳에나 넘길 수는 없는데 재계에서 분리후에도 원만한 관계를 맺어온 GS건설이라면 믿고 넘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I는 최근 FM사업(빌딩 및 공장 자산관리)을 재무적투자자(FI)에게 매각하기로 하고 맥쿼리자산운용, IMM프라이빗에쿼티,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이도-KB증권PE 컨소시엄 등을 숏리스트로 선정하며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업 부문마저 GS그룹에 넘겨주면 S&I코퍼레이션에는 곤지암리조트를 관리하는 레저사업부만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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