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신기술조합 기울어진 운동장]'몰려드는' 개인들의 시장 진입, 투자자보호는 '글쎄'②사모펀드 규제 ‘풍선효과’로 개인 진입 활발…금소법 적용대상 ‘제외’
이민호 기자공개 2021-11-09 13:13:01
[편집자주]
사모펀드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적용되는 규제의 강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기술조합에는 사모펀드와 달리 판매사 및 수탁사 확보, 자산운용보고서 제출, 임원 요건 충족 등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두 비히클간 투자자산과 수익자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자산운용사는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더벨이 사모펀드와 신기술조합에 적용되는 규제의 현황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4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관투자자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개인투자자의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모펀드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의 핵심 적용대상에 포함되며 판매가 위축된 것과는 상반된다. 금융당국이 행정지도에 나섰지만 원칙적으로 제재가 불가능해 근본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기술조합 개인투자자 진입 활발…사모펀드 규제 ‘풍선효과’
신기술조합에 가해지는 규제의 강도가 사모펀드에 비해 크게 약한 데는 금융당국과 시장이 애초 신기술조합을 기관투자자 전용 비히클로 인식해온 영향이 크다. 원칙적으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은 신기술조합에 대한 투자자 자격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신기술금융업은 1984년 제도 도입 직후 주로 종합캐피탈사가 리스금융과 함께 주요 사업으로 전개했다. 이들 종합캐피탈사는 스스로 주요 조합원이 되거나 주로 그룹 계열사를 조합원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신기술금융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요건은 200억원이었다. 자본금 요건은 업무집행조합원(GP)으로서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을 정한 것으로 사모펀드 등 다른 비히클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신기술금융사 진입의 사실상 유일한 허들로 인식됐다. 자본금 요건을 높이는 대신 이외의 제약은 크게 완화해준 셈이다. 종합캐피탈사 중심으로 초기 신기술금융업이 전개됐던 것도 종합캐피탈사의 자본금이 대부분 500억원 이상으로 여유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신기술금융업이 급속도로 팽창한 것은 금융위원회가 설립 자본금 요건을 100억원으로 낮추고 증권사의 신기술금융업 겸영을 허용한 2016년부터다. 특히 비상장기업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이나 신주에 대한 발행주관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면서 내부적으로 조성한 신기술조합과 연계해 이들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추가 수익을 노리려는 증권사들의 수요가 확대됐다. 중소형 증권사 중심으로 시작된 신기술금융업 진출은 대형 증권사도 뛰어들면서 현재 신기술금융업을 겸영하는 증권사는 23곳으로 늘었다.
기관투자자 전유물로 인식되던 신기술조합에 최근 개인투자자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로서는 옵티머스펀드 사태 이후 메자닌 등 대체자산을 편입하는 사모펀드 수가 판매사의 소싱 축소와 수탁사의 업무 위축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대안으로 신기술조합을 선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사모펀드는 최소가입금액이 3억원인 반면 신기술조합은 제한이 없어 유연한 자금 배분이 가능한 점도 한몫했다. 여기에 최근 공모주시장 활성화로 비상장기업이 상장 이후 높은 주가 상승폭을 보이면서 낮은 밸류에이션에 물량을 선점하려는 수요도 확대됐다.
증권사로서도 신기술조합을 활용할 유인은 커졌다. 수익 확대를 위한 IB-WM 연계 비즈니스가 각광받으면서 고액자산가 고객이 다수 분포한 PB센터를 중심으로 신기술조합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신기술조합은 관리보수(운용보수)를 1~2%로, 성과보수를 약정수익률 초과분의 20%로 각각 사모펀드와 같거나 소폭만 올려잡으면서 사모펀드 투자경험이 있는 개인투자자의 심리적 장벽도 낮출 수 있었다.
증권사는 신탁으로 투자자금을 유치해 신기술조합에 재간접투자하는 구조를 대부분 따르기 때문에 별도의 신탁보수도 수취할 수 있다. WM 수익만 보면 외부 사모펀드를 소싱해 판매보수를 수취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일련의 투자과정을 모두 내재화할 수 있어 운용상 통제가 어려운 외부 상품보다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할 유인이 생긴다.
◇신기술조합 금소법 적용대상 미포함…행정지도 시행에도 ‘제재 불가’ 한계
신기술조합은 지난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반면 사모펀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른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되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의 핵심 적용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말부터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절차 강화와 더불어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독립 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보강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여전법상 금융상품도 적용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신용카드, 시설대여, 연불판매, 할부금융에 한정할 뿐 신기술조합은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신기술조합 포함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취지가 애초 개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신기술조합에는 기관투자자가 주로 출자하는 관례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가 금융소비자보호법 회피를 위해 신기술조합을 꺼내들면서 개인투자자 진입이 급증하자 금융당국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가 신기술조합 출자를 권유할 경우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행위 금지, 광고규제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사모펀드 판매규제를 준용하고 이에 필요한 내부통제를 마련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다음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유효기간은 내년 11월말까지로 1년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와 신기술조합간 투자대상 자산과 수익자 구성의 경계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만큼 신기술조합을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근본적인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행정지도는 유효기간 연장을 통해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권고나 협조요청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도 원칙적으로는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한계가 지목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조합에 개인투자자의 진입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규제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되지 않은 지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신기술조합에도 사모펀드 수준의 판매규제가 적용되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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