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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G의 택시운전사 [thebell note]

조세훈 기자공개 2021-11-10 08:13:30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9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택시운전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수업 종사자지만 승객을 싣고 목적지까지 쉴새없이 달리는 직업의 특성상 때로는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 삶을 투영시키는 소재로 사용되곤 한다.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홍세화씨도 그런 인물 중 하나다. 1980년대 파리로 망명해 파리지앵과 톨레랑스를 국내에 소개했다. 그가 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낭만과 인문학적 감수성으로 가득차있다.

대중교통인 택시는 때때로 정치인들의 홍보수단이 되기도 한다. 서민과 친숙함을 나타내기 위해 택시운전사를 자처하는 경우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일일체험으로 운전대를 잡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택시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최근 가장 이색적인 택시운전사는 윤신원 TPG 매니징디렉터(MD, 전무)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글로벌 3대 사모펀드(PEF)운용사 TPG의 대표 운용인력으로 거듭난 인물이 올해 택시운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내친김에 버스, 트럭운전사 자격증까지 따는 의욕을 보여줬다.

그가 택시운전사가 된 것은 택시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다. TPG는 카카오모빌리티의 2대 주주이며 그는 이사회 멤버다. 윤 전무는 최근 가맹택시 늘리는데 모든 관심을 기울였다. 전국 택시의 10% 이상인 2만6000대를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로 확보했지만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가맹택시가 필요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가맹택시 확보 속도가 더뎠다.

원인을 찾던 중 신규 택시면허증 취득이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직접 면허증 시험에 도전했다. 각종 시험에 능통했지만 네비게이션 시대에 도로명을 외워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5개월이 지나서야 택시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발벗고 나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택시기사 모시기의 중요성을 사업에 반영했으며 당국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이런 성실함이 국내 모빌리티 혁명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2017년 카카오빌리티가 분사할 때 구조를 설계한 사람이 바로 윤 전무다. TPG의 투자 성공사례인 우버 모델을 국산화해 카카오에 이식했다. 이후 든든한 파트너가 돼 휴대폰 하나로 시민의 편리한 이동 수단을 제공했다. 타다가 택시업계와 강한 마찰을 일으킬 때 택시면허를 사들이는 모델을 제시해 상생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돈만 추구하도록 만든 원죄가 PEF에 있다는 책임론마저 제기된다. 그러나 경영의 주체는 기업이다. 소수지분 투자자는 회사 성장을 돕는 협력자일 뿐이다. 경영의 방향은 일차적으로 기업 경영진에 있다. 비난의 화살이 잘 못 겨눠졌다. 더욱이 PEF는 단순 투자하고 돈만 챙기는 포식자가 아니라 성장 로드맵을 실현하는 혁신가다. 오죽하면 택시자격증을 딴 운용인력이 나오겠는가. 혁신을 이끄는 이들에게 사채업자 취급은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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