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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강관 도전자' 아스플로, 美·日 역수출 신화 쓰다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 열전]①역대 최고 청약률 '기염'…정부지원·공모자금 토대 글로벌 진출 가속 페달

화성(경기)=조영갑 기자공개 2021-11-23 08:00:31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품목 배제로 촉발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거스르기 힘든 순류(順流)를 만들었다. 특히 일본이 정면으로 겨눈 반도체 섹터는 각고의 연구개발(R&D)을 거치면서 국산화 기대주를 다수 배출, '자력갱생' 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노리고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대주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8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818대 1'

올해 10월 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아스플로'의 청약 경쟁률이다. 개장 이래 사상 최고치다. 증거금만 13조원 몰렸다. 공모 물량이 63만주로 '스몰딜'이었고, 반도체 부품 섹터의 유망주로 분류된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인 경쟁률이란 평가다

아스플로가 최근 시장의 투심을 견인하는 2차전지, 메타버스와는 결이 다른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강관 및 부품 제조)인 점도 이런 평가에 힘을 보탰다.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아스플로 본사에서 만난 홍진기 상무이사(CFO)는 "(청약 경쟁률을 보고) 다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뜨거운 투심 덕에 아스플로는 밴드를 훌쩍 넘긴 2만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 짓고 158억원의 공모자금을 유치했다. 소규모 공모를 진행한 덕분에 강두홍 아스플로 대표의 지분율 희석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유망기업으로서의 이미지와 실리, 오너 지배력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강 대표가 보유한 지분율은 54.5%다.

◇반도체 팹(fab)의 대동맥부터 모세혈관까지, 유일무이 '일괄생산'

흥행의 비결은 뭘까. IB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탁월해 정부 공인기업으로 선정됐고, 주요 고객사 양산라인에 진입하는 등 성장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스플로는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선정한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돼 선익시스템, 에코프로비엠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내 반도체 고객사 향 양산공정 라인에 납품도 진행하고 있다.

아스플로는 명실상부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기대주다. 2019년 하반기 일본발(發) 무역분쟁(일부 품목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이 불거진 후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소재부품기술개발(패키지형) 산업기술혁신사업 수행기관으로 지정돼 128억원(정부출연 99억원+민간부담 29억원)을 지원받았다. 올해 11월부터 2024년 말까지 해당 지원비를 R&D(연구개발)에 투입한다.

아스플로의 핵심기술은 극청정 표면처리 전해연마(Electro Polishing·EP) 기술이다. 전극과 전해액을 활용해 파이프나 튜브, 부품 내부를 거울처럼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미국과 일본이 독점하던 시장을 처음 국산화한 곳이 아스플로다. 본사 생산라인을 찾았을 때도 수십 개의 얇은 스테인레스 튜브가 가지런히 전해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박만호 이사(연구소장)는 "EP는 강관 내부에 크롬산화층을 만들어 내부 부식을 방지하고, 파티클(먼지)을 제로(0)로 만들어 반도체 공정용 가스에 이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용 가스나 케미칼은 일체의 파티클이 없는 초고순도(UHP)를 유지해야 한다. 수율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4분의 1인치 수준의 얇은 튜브부터 600A(직경 600cm)급 대강관 파이프까지 EP 생산이 이뤄진다. 직경이 커질수록 생산 난이도가 높다.
▲아스플로 화성 본사. 아스플로는 지난해 11월 약 400억원 투자해 본사를 이전하고, 생산라인을 확충했다.

파이프, 튜브만 만드는 게 아니다. 반도체 팹(fab)의 순환계 전체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대구경 강관에서부터 지형에 따라 굴곡을 만드는 피팅, 가스를 차단하는 밸브, 압력을 조절하는 레귤레이터, 순도를 높이는 필터 등을 모두 생산한다. 지난해 11월 완공한 화성라인은 총 1000여평 규모로 연산 3000억원 수준의 생산능력(CAPA)을 갖추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모든 라인을 순차적으로 '클린룸'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300평 규모를 구축한 데 이어 200평에 대한 클린룸화도 진행 중이다. 이른바 100존(1평방미터 당 100개 이하의 파티클)에서부터 1000존(1000개 이하의 파티클)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홍 상무는 "순차적으로 화성공장의 모든 공간을 클린룸으로 조성할 것"이라면서 "생산부터 패킹(포장)까지 품질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장비 내 하이엔드 밸브부품서 日 기업 밀어내
▲아스플로의 밸브부품.
아스플로는 공모자금과 산자부 지원을 토대로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중소구경 시공부품에 집중돼 있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500A 이상 대구경, 부품 모듈, 장비용 부품 등으로 확장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분류되는 고압밸브, 필터 등 장비용 부품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10여명이던 밸브 관련 개발인력을 20명 수준으로 늘렸다. 장비 부품은 엔드유저의 퀄(품질인증)을 받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엔드유저로 하는 장비 내 밸브부품에서 일본 경쟁사를 밀어냈고, 이어 일본에 역수출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아스플로는 고객사 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본 유명 밸브 제조사와 장비사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등으로 납품해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톱티어 장비사인 미국 A사 퀄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올해 80억원가량의 해외 매출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향 대구경 제품 역시 내년 본격적으로 양산공급에 돌입한다.

홍 상무는 "2019년 하반기 이후 정부 정책자금 지원에서부터 고객사의 국산화 의지 등 매우 큰 변화의 흐름이 있었다"면서 "SK하이닉스 향 밸브부품 대체나 삼성전자 퀄 역시 이런 연장선에서의 호재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아스플로 입장에서는 국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한·일 무역분쟁이) 매우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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