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07일 07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는 매년 조단위 채권을 찍어내는 빅이슈어(big issuer)다. 산하 발전 자회사가 발행하는 물량을 더하면 시장 내 입지는 더욱 올라간다. 올해도 9조원(6일 기준)의 물량을 찍어내는 등 활발한 조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반면 한전채 위상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국내 채권시장에 온기가 감돌고 있지만 한국전력공사만큼은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꾸준히 벌어졌던 발행 가산금리(스프레드)는 30일 입찰에서 더욱 확대됐다. 한국전력공사는 7년물과 10년물 발행에서 각각 민평보다 18bp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시장 변동성이 고조된 지난달 중순보다 채권 디스카운트가 더욱 심화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전채 몸값 하락을 '예견된 결과'로 해석했다. 한국전력공사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열풍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반환경 기업에 대한 투심 위축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녹록지 않은 조달 환경에 전략 부재가 더해졌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발행한 1조 7700억원의 채권 중 1조원 이상의 자금을 7년물로 찍었다. 시장 변동성 고조 등으로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동일 만기 채권을 반복적으로 찍어내 물량 부담을 가중시켰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장기물보단 단기물에 투심이 몰리는 환경이었다. 앞서 입찰에 나선 'AAA' 이슈어 대부분이 장기물보단 단기물에 주문이 집중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는 7년·10년물 중심의 장기물 조달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한전채는 기관들의 낚시터가 됐다. 자금 마련은 절실해보이는 반면 투자 메리트를 느낄 수 없는 관성적인 발행이 지속되자 기관들은 일단 고금리로 주문을 넣고 걸리길 기다리는 소위 '낚시'를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동일 만기물을 대량으로 찍어내자 투자자가 우위를 점하는 현상도 뚜렷해졌다.
한국전력공사의 무전략 발행은 입찰 제도의 한계로 풀이되기도 했다. 공기업의 경우 개별 입찰 시스템에 따라 조달에 나서면 감사 등의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전해진다.
입찰 제도를 활용했다는 명분 아래 시장과의 가격 괴리 등을 일정 부분 용인해 준다는 설명이다. 시장에 대한 고민 없이 조달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국전력공사는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이다. 조달 비용 증가는 국가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입찰 시스템이라는 면죄부 안에서 관행적인 조달을 지속하기 보단 시장과의 소통과 금리절감 등에 집중하는 이슈어 본연의 역할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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