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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비욘드뮤직 대표 "음원시장, IP전문 운용사 시대 온다" "공정한 저작권 기준 마련, 책임감 느껴"

서하나 기자공개 2021-12-24 08:00:32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3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음원 지식재산권(IP)이 대체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한 개념이지만 비욘드뮤직은 일찌감치 음원 IP 시장의 잠재력을 확신했다. 이장원 비욘드뮤직 대표(사진)는 영국의 힙노시스를 벤치마킹해 비욘드뮤직을 설립했다. 음원 IP를 보유한 대형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면 완전히 다른 판이 짜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피아노치던 서울대생, 음원 IP 잠재력을 엿보다

이장원 대표는 1993년생으로 아직 20대지만 사업 경험은 벌써 9년차다. 비욘드뮤직은 그가 창업한 세번째 회사다. 첫 회사는 2013년 대학교 2학년 시절 창업한 서울대학교 배달앱 서비스 '샤달'이었다. 당시만 해도 배달앱 시장의 성장 여력이 있었기에 단숨에 캠퍼스 80여곳으로 사세를 키웠지만, 군대를 가면서 자연스레 사업을 접었다.

제대 후엔 음원 관련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 대표는 서울대 피아노 연탄(한대의 피아노로 두 사람의 연주자가 동시에 연주하는 방식) 동아리에서 직접 활동할 만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음악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언어라는 장벽의 제약을 받지 않는 악보, 음원을 사업화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2015년 말 디지털 악보를 다루는 플랫폼 '마피아(마음만은 피아니스트) 컴퍼니'를 창업했다.

22일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비욘드뮤직 사업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음원을 발매하고 수익도 창출해봤는데, 악보를 팔고 싶어도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당시의 경험과 샤달을 통한 IT 플랫폼 경험 등이 교집합이 돼 마피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마피아를 7년 정도 운영한 경험은 뮤직 콘텐츠 비즈니스를 깊이 이해하는 토대가 됐다. 저작권 IP가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아티스트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그들과 좋은 관계도 형성했다. 무엇보다 음악 사업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쉽게 확장이 가능하겠다는 확신이 섰다.

이 대표는 작년 말 영국의 힙노시스를 벤치마킹한 음원 IP 기업 비욘드뮤직을 설립했다. 그는 비욘드뮤직을 설립한 뒤 예상보다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음원 IP가 새로운 대체자산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음원 IP는 국내에선 완전히 새로운 자산의 형태다보니 마땅한 선례가 없어 모든 것을 개척해야 했다"며 "음원 IP의 특성상 3~5년 사이에 안정적인 수익 구간에 접어드는데 100억짜리 빌딩을 100% 현금으로 구입하지 않는 것처럼 음원 IP를 활용해 레버리지와 구조금융을 쓰는 등 선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올해 3월 LF그룹으로부터 케이앤씨뮤직을 인수할 때다. 당시 비욘드뮤직은 설립 몇 달밖에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었지만, 누구보다 그 기회가 간절했다. 이 대표는 결국 구본걸 LF 회장을 직접 찾아 몇시간을 설득했고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었다. 결국 비욘드뮤직과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약 500억원에 케이앤씨뮤직 경영권을 인수했다.

최근 2000억원 투자를 확정한 프랙시스캐피탈과 인연은 기존 투자사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교두보 역할을 했다. 프랙시스와 베이스인베는 번개장터를 공동 인수하면서 관계를 형성했다. 프랙시스는 또 비욘드뮤직의 주요 LP 중 한 곳인 JTBC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여러 경로로 비욘드뮤직을 인지했다. 때 마침 대형 PE와 손을 잡길 원했던 비욘드뮤직은 6월경부터 프랙시스와 진지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금은 책임감 갖고 IP 매집에 주력할 때"

비욘드뮤직의 거래대상은 인접권, 저작권, 실연권 등 양수도가 가능한 권리들이다. 또 출시 3~5년 정도된 안정적인 곡들만 매입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단순히 돈이 있다고 권리를 사오는 건 아니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아티스트와의 신뢰관계와 평판이 모여 좋은 네트워크가 되고, 거래가 이뤄진다"며 "아티스트들은 70년 정도 유지되는 IP를 한번에 실현해 본인 레이블 만들거나 아이돌 만드는 등에 사용한다. 즉, 저작권 매각이 더 많은 창작의 원천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에 위치한 비욘드뮤직 사무실.

이 대표는 그래서 비욘드뮤직을 통해 공정한 저작권 구매 방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과거엔 수년 이내 투자 회수를 하려다보니 멀티플이 중요한 기준이 됐지만, 지금은 투자금이 다시 더 좋은 IP를 만드는 선순환 과정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비욘드뮤직은 특정 아티스트의 저작권을 100% 인수하지 않고 50% 정도만 인수하기도 한다"라며 "이는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로 끝나지 않고 아티스트와 함께 IP를 어떻게 잘 관리하고 밸류업할지 장기적인 접근이 가능해 서로에게 유리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IP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정량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정성적인 평가를 가미해 이뤄진다. 가령 아티스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공분을 샀다고 하면 장기적으로 IP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보거나 장래가 촉망되는 클래식 곡이라고 판명되면 높은 점수를 받는 식이다.

이 대표는 향후 음원 IP 관련 시장이 '대형 IP 전문 운용사의 시대'로 넘어갈 것으로 바라봤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힙노시스와 같은 대형 IP사가 되면 강력한 협상력이 생기고 추가적인 수익 배분이 가능해지는 등 음원 시장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관리하는 IP가 늘어난다고 해도 비용이 이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 다는 점도 수익화 관점에서 유리한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추가 투자 유치나 기업공개(IPO) 계획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좋은 IP를 많이 확보하는 일이 현재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IP를 확보하는 일에 집중하면 그 뒤에 얼마든지 플랫폼이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연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구조적으로는 IP와 오퍼레이션 사업의 독립적인 구조를 유지할 때 높은 수익성 기반의 건강한 성장 토대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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