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는 왜 현대오일뱅크 구주매출에 나설까 3000억~6000억 예상…대규모 배당 및 계열사 투자 소요
이경주 기자공개 2021-12-31 07:40:17
이 기사는 2021년 12월 3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외부자금을 적극 수혈하고 있는 그룹 중 하나다. 전통산업인 정유와 조선업을 미래산업으로 적기에, 또 빠르게 전환시키기 위한 결단이다.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전환은 생존의 문제가 됐다.그런데 IPO 전략에는 온도차가 있다.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에너지솔루션 IPO에서 구주매출을 하지 않았다. 100% 신주모집을 통해 온전히 양사가 성장하는데 집중하도록 했다.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다른 선택을 했다.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지분 일부를 구주매출로 매각해 수천억원대 현금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선 수년 새 활발해진 지주사 배당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IPO가 사업전환 뿐 아니라 배당재원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중공업은 1조, 에너지솔루션 500억…모두 ‘탄소중립’ 대비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 IPO에서 구주매출을 검토하고 있다. 약 3조원 내외를 공모할 계획인데 10%~20%를 구주매출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금액으로는 3000억~6000억원 규모가 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순수지주사로 독자적으로 사업은 하지 않는다.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브랜드 로열티가 주된 수입원이다. 핵심 계열사는 배당여력이 가장 뛰어난 현대오일뱅크로 지분 74.1%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엔에너지시스템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로보틱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직전 계열 IPO들과 다른 전략을 취한 것이라 주목된다. 조선업을 총괄하는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IPO 공모구조를 모두 100% 신주모집으로 짰다. IPO자금을 모두 자회사 성장에만 쓰도록 했다는 의미다.
올 9월 상장한 현대중공업은 총 1조800억원을 공모했는데 모두 발행사로 유입됐다.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채무상환 자금(1898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8801억원을 모두 미래에 투입할 수 있었다. △스마트 야드 구축(3211억원) △수소 인프라 구축(1263억원)△그린쉽 개발(1764억원) △선박 디지털화(1339억원) 등이다.
2019년 11월 상장한 한국조선해양 자회사 현대에너지솔루션도 공모자금 576억원이 모두 발행사 몫이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자금을 태양전지(셀) 사업을 위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할용했다. 양사 모두 탄소중립 시대에 서둘러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 영향이다.
◇지주사 매년 고액배당…구주매출로 여력 증대
현대중공업지주가 구주매출을 한다고 해서 그룹 차원의 사업전환 흐름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것으론 볼 수 없다. 확보한 현금을 미래를 위한 투자에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지주는 계열사에 활발한 지원을 해왔다.
△2018년 현대중공업 유상증자(3337억원)에 참여했고 △2019년엔 현대일렉트릭 지분 장내매입(90억원)하고 유상증자(402억원)에 참여했다. 한국조선해양이 진행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M&A(인수합병)도 성사(현재 경쟁당국 심사)될 경우 역시 지주사가 지원해야 한다. 한국조선해양이 유상증자로 인수대금을 마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다만 애매한 부분이 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투자 뿐 아니라 배당도 활발히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 구주매출 분이 온전히 그룹성장을 위한 실탄으로 쓰인다고 볼 수 없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9년 2705억원을 배당했다. 같은 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5909억원)을 감안하면 배당성향이 45.8%였다. 2020년엔 당기순이익이 864억원이었지만 배당금은 2705억원으로 같은 규모를 유지해 배당성향이 312.9%에 달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배당금지급액이 3922억원으로 더 크게 늘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로 배당을 하거나 늘릴 경우 현대오일뱅크 구주매출분이 배당을 위한 실탄이 될 수도 있다.
배당금 최대 수입자는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이미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올 3분기말 기준 지분 26.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몽준 이사장은 1991년 정치활동을 이유로 경영에선 손을 뗐다.
2대주주는 국민연금(10.63%)이며 3대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사진)이다. 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사실상 차세대 그룹 총수로 낙점받았다고 평가받는다.
정기선 부사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한 이후 2014년 말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고 상무로 승진했다. 이어 2018년에 부사장이 됐다. 현재는 경영보폭을 더 넓혔다.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과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부사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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