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07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묘수(妙手) 세 번이면 진다'는 바둑 격언이 있다.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묘수는 불리한 형세를 일거에 뒤집는 힘이 있지만 어려운 상황마다 짜내다 보면 자충수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느리고 심심할지언정 정수(正手)에 기반을 두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이는 기업 경영에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코스닥 상장사 '엘아이에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레이저 응용기술이 탑재된 각종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다. 매출의 대부분은 중국 업체로부터 발생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채권 회수가 늦어지면서 지지난해부터 자금난이 발생했다. 유동성은 서서히 경색됐고 부채는 늘어갔다. 이는 다시 유동성 위기를 낳는 악순환이 연출됐다.
자금난 타개를 위한 엘아이에스의 선택은 정수가 아닌 묘수였다. 기존 사업에 충실하기보다는 당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던 마스크 및 2차전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사업과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밀고 나갔다. 모자란 자금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조달하는 식이었다.
무리한 묘수는 결국 무리수가 됐다. 지지난해 말 태국 더블에이(Double A) 그룹에 약 1조원의 마스크를 수출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일주일 만에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공시를 번복하자 주가는 요동쳤고 시장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심지어 '작전주'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자금경색은 더욱 심해졌다.
최대주주인 야웨이정밀레이저코리아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해 12월 재무적투자자(FI)인 앰버캐피탈코리아에 경영권을 넘겼다. 2019년 9월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이후 약 2년4개월만에 경영권을 내려놓았다. 매출은 반토막 나고 부채비율은 600%를 상회할 정도로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자 외부에 손을 벌린 셈이다.
새로운 주인인 앰버캐피탈코리아는 현재 차분하게 각종 리스크 해소라는 정수를 두고 있다. 법정분쟁 당사자와의 합의를 유도하고 납입 연기 상태였던 외부자금도 유입시키고 있다. 조만간 최대주주 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추진해 지배력 강화 및 유동성 확충까지 이뤄내겠다는 청사진이다.
다만 앰버캐피탈코리아를 바라보는 일반주주들의 시선에는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섞여있다. 지난해 6월 설립된 자본금 5억원의 신생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임원진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앰버캐피탈코리아는 현재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엔에스엔' 전·현직 임원진이 설립한 곳이다.
엘아이에스는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정정공시에서 "앞으로는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태까지 경영상황이 비정상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만큼 앰버캐피탈코리아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고 묘수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묘수는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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