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23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이 올해 두번째 시설투자 안건을 결정했다.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기판소재사업부에 향후 3년간 4000억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불과 한달 전에도 애플의 주문량 급증에 광학솔루션에 1조원이 넘는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올들어서 불과 2개월 만에 자본적지출(CAPEX)은 역대 최고수준에 도달했다.

◇기판사업부 미래먹거리, FC-BGA에 4000억 투자

LG이노텍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기판소재사업부의 FC-BGA 사업 양산라인 구축을 위해 413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기자본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투자기간은 오는 2024년까지다.

FC-BGA는 반도체칩을 메인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이다. PC, 서버, 네트워크 등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쓰인다. 최근 비대면 수요가 이어지는데다 반도체 성능 향상으로 쓰임새가 커지고 있는 품목이다.

LG이노텍도 FC-BGA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지하고 있다. 투자 대비 수익성이 가장 좋은 분야이기도 하다. 작년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FC-BGA 사업담당,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신설했다.

LG이노텍은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분야에서 세계 1위다. 향후 제조 공정이 유사한 통신용 반도체 기판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효자 기판소재에 역대급 투자, CAPEX도 1.2조 돌파 전망

LG이노텍의 이번 4000억원 기판 투자는 '역대급'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투자기간이 3개년으로 올해 한번에 적용되는 금액은 아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첫해 가장 많은 시설투자금을 책정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CAPEX에 반영되는 투자금은 적어도 2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기판소재 시설투자는 연평균 1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2017년 2094억원이 최대치였다. 기판소재 특성상 통신용 반도체와 스마트폰 경기에 민감하기에 그 흐름에 맞춰 움직였다. 최근 반도체 쇼티지로 호경기를 맞아 기판소재 수요가 늘어난 데 따라 투자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써 LG이노텍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CAPEX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연초인데도 CAPEX는 연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1조2439억원)기록과 근접하다.

LG이노텍은 지난달에도 이사회를 열고 카메라모듈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에 1조561억원에 달하는 신규 시설투자 안건을 결의한 바 있다. 투자기간이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조561억원 전액이 올해 CAPEX에 반영된다.

여기에 기판사업부 투자금 4000억원을 모두 합산할 경우 CAPEX는 1조4561억원으로 2017년(1조2439억원)기록을 뛰어넘는다. 4000억원을 3년 균등 분할해 1333억원만 반영한다고 해도 현재까지 누적 CAPEX는 1조1894억원으로 작년(1조324억원)기록을 넘어섰다.

LG이노텍의 시설투자는 통상 광학솔루션사업부에 치중돼왔다.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인 아이폰 실적에 따라 LG이노텍의 매출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장사업부 투자는 올해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액은 2019년을 기점으로 작년까지 400억원대로 감소했다. 다행히 모회사인 LG전자에선 전장에 적극투자를 하고 있어 일부 상쇄가 됐다.

전장부품사업은 기판소재와 달리 반도체 쇼티지로 인한 타격이 크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한정된 생산라인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데, 좀 더 수익성이 좋은 분야인 통신용 반도체를 차량용 반도체보다 더 많이 만든다.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장부품의 수익성은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