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중견그룹]'고속성장' 후성, 김근수가 점찍고 김용민이 키웠다②2006년 인적분할로 경영권 승계 기업 '낙점'…매출, 퍼스텍·한국내화 '압도'
박상희 기자공개 2022-03-25 08:00:08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7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후성, 한국내화, 퍼스텍 등 20여개가 넘는 계열사 가운데 후성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최근 실적과 향후 성장 기대치를 감안할 때 후성을 첫손에 꼽는 이들이 많다. 국내 유일의 리튬이차전지 전해질 핵심소재 생산업체로, 실적이 고속성장하며 시장에서 우량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후성그룹 창업주인 김근수 회장이 그린 '빅 픽처'의 결과물이다. 김 회장은 2006년 퍼스텍을 인적분할해 후성을 설립했다. 이듬해 증여를 통해 아들 김용민 총괄부회장을 최대주주 자리에 올렸다. 2012년에 후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열어줬다. 후성의 실적은 곧 김용민 총괄부회장의 성과이고, 후성 성장의 최대 수혜자 역시 그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2008년 김용민 총괄부회장 입사에 앞서 2006년 후성 신설
후성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한국내화와 후성, 퍼스텍 등 모두 3개다.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규모를 살펴보면 후성 3812억원, 한국내화 2717억원, 퍼스텍 1367억원의 순이다. 3개 계열사의 총매출액만 7896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김근수 회장은 2012년 대표 계열사인 한국내화와 후성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현재도 여전히 계열사별 이사회 등기임원이나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아들인 김용민 총괄부회장이 2012년 부사장 직급에서 사장을 거쳐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2세 경영체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해인 2012년과 비교하면 상장 계열사 전반적으로 고른 성장을 했다. 매출액 914억원으로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던 퍼스텍은 지난해 1367억원으로 10년 새 50% 증가했다. 한국내화 매출은 같은 기간 2523억원에서 2717억원으로 소폭 성장했다.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건 바로 후성이다. 2012년 2227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8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직전 2020년 매출(2616억원)과 비교해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매출 규모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만 304억원을 기록하면서 3분기(225억원)에 기록한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는 등 이익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앞으로도 후성의 고속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후성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47% 늘어난 5589억원, 영업이익은 94% 증가한 115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후성이 후성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로 우뚝 섰다고 봐도 무방한 이유다. 그러나 후성의 기업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다. 2006년 11월23일 퍼스텍의 화학, 신소재 및 카매트 사업부문 인적분할을 통해 탄생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여파로 전기차 시대 앞당겨져, 치솟은 후성 기업가치 수혜
후성은 김 회장이 아들인 김 총괄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린 밑그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976년생인 김 총괄부회장은 미국 워싱턴대학교를 졸업하고 코넬대학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이후 현대해상 뉴저지지점을 거쳐 2008년 후성그룹 계열사인 후성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아들의 경영 수업을 시작하기 2년 전 퍼스텍 인적분할을 통해 후성을 설립했다. 인적분할은 분할 이전 기업과 분할된 기업의 주주 구성이 같다. 분할 이후 후성 주주 구성은 김 회장이 26.7%로 최대주주, 김 총괄부회장이 18.16%로 2대주주였다. 이듬해인 2017년 김 회장은 본인이 보유 중인 후성 지분 약 10%를 증여를 통해 아들에게 넘겼다. 이를 통해 김 총괄부회장은 후성 최대주주가 됐다.
상호명을 ‘후성‘으로 정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김 회장의 호인 '후성(厚成)'을 그대로 가져왔다. 장차 후성을 그룹의 대표 계열사로 키우겠다는 오너일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후성은 냉매, 2차전지 전해질, 반도체 특수가스 등의 기초화합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판매하고 있다. 후성은 국내 냉매가스 분야 선두업체로, 냉매산업은 세계적인 환경규제의 대상으로 사업 허가권이 더 이상 발급되지 않아 진입 장벽이 높다. 김 회장이 후성을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점찍은 것은 높은 환경규제에 의한 높은 진입장벽과 고도화된 기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생산·판매하는 등 국내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고루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후성을 성장시키고 키우는 것은 2세 경영인 김 총괄부회장에게 주어진 숙명과 같았다. 김 총괄부회장은 기대에 부응했다. 후성에 입사 후 해외시장 진출에 힘을 쏟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주목했다. 중국에 공장을 보유한 미국 2차전지 전해액 생산기업 노블라이트의 지분 49.9%를 150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노블라이트의 중국공장을 기반으로 2016년 중국의 2차전지 기업과 4건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2차전지소재사업부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후 후성은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도래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전해액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전해질 육불화인산리튬(LiPF6)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판매하는 회사로서 몸값이 크게 치솟고 있다. 후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국과 유럽 등 해외 진출 고삐도 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근수 회장이 김용민 총괄부회장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회사로 후성을 점찍었고, 실제로 후성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서 그 수혜는 김근수 회장 부자가 누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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