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주역 ‘오스코텍’의 지금]자회사 제노스코가 갖는 의미, 상장은 득일까 실일까③지분희석 제한적, 과반 지배력 유지 예상…72억 장부가 그대로, 자본·자산 '확대'
김성아 기자공개 2024-11-22 09:39:28
[편집자주]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는 유한양행이 아닌 ‘오스코텍’이다. 국내 바이오텍의 미국 법인 설립이 활발하지 않을 2000년대 자회사 ‘제노스코’를 설립해 7년 만에 렉라자를 만들었다. 렉라자가 FDA 승인을 받으며 결실을 맺은 지금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또 한 번의 퀀텀점프를 노린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더벨은 오스코텍의 현재와 이들이 그리는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스코텍에 있어 자회사 제노스코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다른 기업의 자회사와는 완전히 격이 다르다. 오스코텍의 자생력 기반이 바로 제노스코이기 때문이다. 통상 모기업이 자회사의 생명줄인 것과는 반대 상황이다.유한양행이 기술수출로 대박을 터트린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가 바로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다. 따라서 제노스코의 상장을 곧 오스코텍의 자생력 상실로 연결짓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오스코텍은 제노스코 상장을 통해 얻는 효익은 분명하다고 본다. 연결회계로 한몸처럼 실적이 묶이게 되는 데 더해 재무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상장 이후에도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따라 자회사 지위도 공고할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오스코텍이 별도기준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재무적 효익은 없다.
◇5년 준비한 제노스코 상장, 과반 지배력에 이사회 장악도
오스코텍이 보유한 제노스코 지분율은 3분기 말 기준 59.12%다. 2000년 미국에 100% 자회사로 설립했지만 이후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분이 축소됐다. 작년과 올해도 약 500억원 안팎의 투자유치 및 구주거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코텍은 여전히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제노스코에 대한 지배력을 이어왔다. 회계 분류상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의 종속기업이다. 제노스코의 실적은 물론 재무도 모두 연결회계로 오스코텍과 한몸으로 합산된다.
이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제노스코가 고종성 대표 중심으로 경영되고 제노스코가 곧 고종성인 살아있는 자산처럼 인식되지만 이사회는 절반이 오스코텍 사람이다.
고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세원 대표는 오스코텍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2022년까지 오스코텍에서 임상개발 사장을 맡다가 제노스코로 넘어갔다. 이외 오스코텍 최대주주인 김정근 대표도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요구에 맞게 제노스코 독립성을 위해 김 대표가 이사회에서 사임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장을 위한 절차일 뿐 이사선임 권한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처럼 과반이상의 지분율, 이사회 지배력, 회계상 종속기업 분류까지. 완벽하게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에 종속된 자회사임에도 시장은 제노스코의 독립성에 집중한다. 고종성이란 걸출한 인물 없이는 제노스코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시선이 반영된 결과다.
고 대표는 신약을 2개나 만든 인물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있다. 그래서 아무리 오스코텍이 모기업이라고 해도 제노스코는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제한적 지배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따라서 제노스코 상장을 오스코텍에서의 분리를 시사하는 것으로 주주들은 받아들이는 셈이다. 제노스코 없는 오스코텍의 기업가치에 대한 불안이 내재된 결과다.
오스코텍이 제노스코를 품고 있으면 제노스코 투자를 위해서라도 오스코텍을 투자할수밖에 없지만 제노스코가 상장하게 되면 그와 같은 대안적 선택으로서의 호재도 사라진단 얘기다.
하지만 오스코텍은 이 같은 우려는 섣부르고 또 근시안적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자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공개하며 자회사 상장은 오스코텍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성토했다.
제노스코 상장이 ‘호재’라는 자신감,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으로 R&D를 강화하고 제2, 제3의 레이저티닙 탄생을 이뤄낼 것인 만큼 이는 곧 오스코텍의 자산가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양사는 공동으로 세비도플레닙 외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세비도플레닙의 류마티스 관절염 외 면역혈소판 감소증을 타깃으로 본임상 개발을 하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타깃하는 FLT3·AXL 이중 저해제 SKI-G-801도 함께 개발 중이다.
◇연결 자회사 지위 유지할 듯, 별도기준 효익은 전무
그렇다면 제노스코의 상장이 득일지 실일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분율이다. 제노스코가 상장하게 되면 연결 회계에서 제노스코가 제외될까. 신주를 얼마를 상장할 지에 따라 다르지만 당장 쉽지 않다.
제노스코의 6월 말 기준 보통주 발행주식수는 총 710만2437주로 추산된다. 제노스코의 상장 예정주식은 4922만8386주, 공모 예정주식수는 630만주다.
제노스코는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원주 1주를 주식예탁증서(DR) 6주로 나눠 발행할 계획인 만큼 이를 반영한 실제 제노스코의 상장 예정주식수는 820만4731주, 공모예정주는 105만주다.
전체 이를 감안하면 12% 안팎 수준에서 신주가 발행되는데 오스코텍의 지분율 희석은 제한적이다. 오스코텍은 대략 과반 지분율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과반 이상의 지배력이 유지되는데 따라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의 종속기업 입지가 이어지는 셈이다. 재무회계상으로 당연히 지금과 마찬가지로 연걀 회계로 한몸처럼 인식된다.
이사회 임원 권한을 어떻게 분배할 지는 지금으로선 단언하기 어렵지만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한 제노스코의 완전한 독립을 얘기할 수는 없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임직원의 주식매수선택권 등 일부 지분이 제외되더라도 제노스코 상장 후 오스코텍 지분율은 52% 정도가 될 것"이라며 "최대주주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할 계획이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제노스코의 상장 후 오스코텍에 미치는 재무적 효익이 어떻게 될지도 따질 필요가 있다. 현재 장부가로 제노스코의 가치는 단 73억2000만원이다. 작년 펀딩받을 때 프리밸류가 2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스코텍에 반영돼야 할 제노스코 가치는 1200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제노스코 상장밸류가 대략 700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가치는 더 올라간다. 대략 과반 지배력이라고 가정하면 3500억원 수준이 된다. 현재 장부가의 50배 수준으로 재평가되는 셈이다.
하지만 오스코텍의 별도기준으로 제노스코에 대한 장부가는 변화가 없다. 종속기업에 대해 원가법 회계기준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유 자산 가치가 늘어나는 데 따라 연결기준 총자산 및 자본이 늘어나게 된다. 제노스코가 신주를 발행하며 자본이 늘고 상장으로 조달하는 현금이 유입되면서 자산이 늘어난다. 이는 곧 재무구조가 개선 효과로 이어진다.
제노스코가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R&D에 나선다면 모기업은 자금지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제노스코는 재원 마련 창구가 늘어나게 된 데 따라 R&D 기반을 더 탄탄히 다질 수 있다. 또 다른 렉라자가 탄생하게 되면 기업가치가 더욱 제고되고 또 오스코텍의 재무 및 실적 선순환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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