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25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물적분할'이다.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떼어 내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상장시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로 활용된다. 그러나 모회사 주주 입장에선 자회사 지분도 확보하지 못한 채 캐시카우를 잃는 만큼 썩 마뜩잖은 일이다.다만 미코그룹의 물적분할 사례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미코그룹은 현대전자산업(현 SK하이닉스) 출신의 전선규 회장이 1996년 설립한 코미코가 모태다. 반도체 장비 세정·코팅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며 경쟁력을 키운 데 이어 현재는 소재 및 부품, 바이오, 에너지 사업 등으로 자산총액 7200억원대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여기엔 적시에 단행한 물적분할이 한몫했다. 전 회장은 2013년 코미코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장비 세정·코팅 사업을 동명의 자회사로 물적분할시켰다. 존속 법인은 미코로 사명을 바꾼 뒤 코미코 지분을 활용해 일부 현금화도 했다. 물적분할로 신설한 코미코는 2017년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하며 사세를 키웠다.
미코는 이 과정에서 확보한 유동성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했다. 세라믹 부품과 연료전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내부에서 육성한 이 사업부문들은 모두 물적분할됐다. 세라믹 부품 사업은 2020년 미코세라믹스로 독립했고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부문은 2021년 '미코파워'로 출범했다. 이후 미코세라믹스는 삼성전자 투자를 유치했고 미코파워는 산업은행 등 유수의 투자자를 주주로 맞이했다.
시장에선 미코세라믹스와 미코파워 등을 차기 상장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코세라믹스는 상장 주관사를 정하고 IPO 절차를 밟는 중이다. 특히 최근 전방 반도체 산업 호조에 힘입어 코미코에 이은 제2의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미코도 물적분할한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 아일랜드 진단 바이오기업 '트리니티 바이오테크(Trinity Biotech)' 인수합병(M&A)에 나선 가운데 코미코와 미코세라믹스로부터 300억원을 조달했다.
물적분할이 단순히 캐시카우를 잃는 일은 아니란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코 투자자 입장에서도 상황이 나쁘진 않다. 사업부를 연이어 내보낸 미코는 2013년 코미코 물적분할 전과 비교하면 주가가 4배 이상 올랐다. 자회사 코미코도 2017년 상장 후 공모가를 웃도는 주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미코세라믹스도 최근 기업가치가 2123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는 등 모회사 연결 재무제표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기업마다 성과는 다르겠지만 전 회장은 물적분할 후 지분 유동화와 투자, 상장이란 해법을 찾아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물적분할한 기업들이 어떤 성장을 이어갈지, 또 어떤 신사업이 독립할진 예상할 수 없지만 전 회장의 미코그룹이 많은 성공 사례를 쌓아가길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푸드테크에 진심' 롯데벤처스, 투자재원 확충 시동
- [thebell interview/비상하는 K-우주항공 스타트업]박동하 “코스모비로 우주와 인간 가까워지기를”
- [모태 2024 2차 정시출자]‘AC전용' 스포츠출발, 상상이비즈 '연속 GP' 도전
- '오스템임플란트 볼트온' MBK-UCK, 브라질 임플란트 3위 업체 인수
- '주주환원 강화' 케이카, 1분기 실적 주목
- 가보지 않은 길 'ARC' 셀비온-앱티스 맞손, 독성에 도전
- [여전사경영분석]BNK캐피탈, 순익 반등에도 수익성 제고 과제 여전히
- [은행경영분석]권재중 BNK금융 CFO 첫 성적표 'CET1 12%대' 진입
- 마이금융파트너, 신계약 성과에 2년째 매출 급증
- [여전사경영분석]문동권식 수익다변화 전략 적중…신한카드, 순익 회복 시동
신상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건설사 미수금 모니터]HDC현대산업개발, '개포1단지' 공사비 회수 관건
- [건설리포트]삼성E&A, 연간 수주 목표 달성 '이상무'
- [건설사 미수금 모니터]삼성물산 건설부문, 공사비 회수 속도낸다
- [thebell desk]'부동산 PF' 누가 떠안을 것인가
- [건설리포트]삼성물산 건설부문, 분기 최대 영업이익 달성
- [2024 건설부동산 포럼]"부실 PF 분산·유동성 지원책 필요, 세제 혜택도 해법"
- 디벨로퍼 시티코어, 서소문 개발 사업 본PF 전환 '첫발'
- [디벨로퍼 리포트]일레븐건설, 주춤했던 외형 성장 다시 '기지개'
- [건설리포트]주택 키운 제일건설, '실적·재무' 두토끼 잡았다
- 서희건설, 오너 지배력 강화 '애플이엔씨·자사주' 투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