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비상하는 K-우주항공 스타트업]박동하 “코스모비로 우주와 인간 가까워지기를”③홀추력기 국산화 필요성 느껴…‘인공위성 수명 연장’ 우주 주유소 장기목표
이채원 기자공개 2024-05-02 18:23:03
[편집자주]
위성, 우주발사체, 착륙선까지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산업 시대가 다가온다. 2020년 37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우주경제는 2030년 6420억달러(약 86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장한 컨텍을 필두로 이노스페이스, 루미르, 나라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더벨이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상장 로드맵, 미래 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추진시스템은 인공위성, 우주정거장, 우주선 등 모든 우주 기술에 쓰인다. 추진시스템을 잘 만들어서 우주 개발 속도를 높이고 사람들이 우주에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꿈이다.”박동하 코스모비 대표(사진)는 최근 더벨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추력기는 우주상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교통수단과 같다”며 “장기적으로는 떠다니는 위성이 연료가 다 떨어져서 수명이 다했을 때 주유하듯이 화학이나 전기를 주입하는 위성까지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주 주유소라고 해석되는 재급유 위성은 우주상에서 인공위성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화학이나 전기를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코스모비는 추진 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이다. 박 대표는 초소형, 소형, 대형 위성용 추력기를 만든 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재급유가 가능한 추진 시스템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위성을 만들어 재급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목표다.
◇추진 시스템 국산화 위해 창업…2025년 발사 K히어로 큐브위성에 홀추력기 탑재
박 대표는 고려대학교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원자력 및 양자공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는 대학교 3학년 재학 당시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보조원(인턴)으로 일하면서 추진시스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위성을 직접 보면서 한국에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카이스트에서 관련 연구를 하는 최원호 교수를 직접 찾아갔다.
학교에서 하는 연구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비로만 개발을 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전문적으로 전기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이 전무했다. 박 대표는 2023년 만 26세의 나이에 창업이라는 도전을 하게 된다.
박 대표는 “전기 추진 시스템은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기술임이 분명한데 전국에서 카이스트에서만 추진시스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며 “창업을 해서 개발을 하고 상용화하는데 속도를 내지 않으면 한국의 전기 추진 시스템 기술 발전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늦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홀추력기 기술이 향후 우주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전기 추진 시스템은 화학추진에 비해 효율이 뛰어나다. 박 대표는 “위성 무게가 100kg이면 화학 연료를 쓸 때 연료가 60kg을 차지하는데 똑같은 임무를 한다고 가정하면 전기 추진은 10kg가량 차지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력기는 군집위성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소형 군집위성은 최근 우주 산업에서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스페이스X 스타링크가 있다. 한국에서도 24일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초소형 군집위성 1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군집위성은 초소형 위성이 군집을 이루며 통신, 지구 관측 등 임무를 수행한다. 위성이 동일한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력기가 필요하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위성 사업자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전기 추진기를 사온다”며 “2027년부터 국내 민간업체와 기관이 쏘아올리는 위성 개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으로 코스모비 홀추력기 쓰임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홀추력기로 지구 관측 초소형 위성의 해상도를 높일 수도 있다. 박 대표는 “소형위성의 제한된 크기와 무게에 카메라 크기도 작아져 직경 면에서 해상도를 높이기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며 “위성 무게를 키우지 않아도 고도를 낮춰 지구를 가까이서 찍으면 해상도는 높아진다”고 했다.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초저궤도로 위성을 내리고자 하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고 저궤도에서 고도를 유지하려면 전기 추진 시스템을 사용해야한다.
초소형 위성용 홀추력기 공학 모델 개발은 마무리된 상태다. 연료공급장치와 전력변환 장치 등 서브시스템 개발만이 남아 있다. 내년 하반기 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되는 K히어로 큐브위성에 코스모비의 홀추력기가 들어간다. 2026년부터 초소형위성용 홀추력기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우주시장에서는 어떤 성능이 나오는지 기술만을 보여주기보다 우주에서 유지, 작동했는지 여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FM급 부품 개발을 완료한 뒤 2026년에 K히어로 큐브 위성을 통해 검증을 마치고 그 이후에 본격적으로 초소형 위성용 추력기를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올해 소형 홀추력기 개발을 시작한다. 그는 “올해 국가 연구 과제로 소형 위성용 추력기를 개발하려고 한다”며 “지금부터 개발을 시작해서 실제 발사까지 하려면 2030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중1부터 우주 관심 가져…홀추력기 연구소 수소문해 카이스트 입학
박 대표는 1997년생으로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그가 우주에 눈을 뜨게 된 시기는 중학교 1학년 때다.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면서 인류가 외계 종족하고 싸우고 탐험하는 스토리가 눈에 들었고 우주에 대한 관심을 처음 가지게 됐다.
중학교 2학년 시절 나갔던 물로켓 대회는 그가 로켓을 연구하게 된 주요한 계기였다. 교내 물로켓 대회에서 2등을 해서 시 대회에 나갔다. 이후 로켓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학교 대표로 도에서 주최한 과학경시대회까지 나갔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우주 발사체 연구원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고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진학한다. 당시 대학교에서 로켓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로켓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2020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연구보조 일을 하게 된다. 그는 “당시 우주환경시험부라는 부서에서 일을 했었는데 진짜 위성들이 다 놓여있었다”며 “그 때 추진 시스템을 알게 됐고 우주 발사체도 좋지만 국내에서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던 최원호 교수를 찾았다. 카이스트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사과정을 거치면서 추력기 연구에 매진했다. 그리고 2022년 기회가 찾아왔다. 한공우주연구원 주관 제6회 큐브위성 경연 대회에 기초위성 팀으로 선정돼 연구한 추력기를 우주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를 계기로 위성 전기추진 기술의 상용화에 대한 구성원들 간 공감대가 형성됐고 2023년 코스모비를 창업했다.
코스모비 시작에는 박 대표를 기점으로 5명의 연구원들이 있었다. 박 대표는 홀추력기 덕후들만 모였다는 점에서 코스모비 팀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그는 “우주는 사업적으로만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은 분야다”라며 “우리나라 우주 발전을 위해 그리고 홀추력기의 필요성을 알고 연구하고 싶어 모인 사람들이라 같이 일하며 나는 시너지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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