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메타버스' 이프랜드, 매스 서비스로 차별화" [thebell interview]안재욱 SKT 메타버스사업개발팀 리더 "하반기 글로벌 영토 확장 계획"
이장준 기자/ 원충희 기자공개 2022-04-29 14:13:11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7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의 '이프랜드(ifland)'는 올 초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2022)' 행사에서 통신사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통신업의 본질을 살려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실감 나게 구현하겠다는 이상을 현실화하고 있다.이프랜드는 네이버의 '제페토(zepeto)'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보유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소셜 메타버스'를 지향하며 대규모 미팅을 가능하게 하는 매스(mass)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여기에 해외 진출, SK ICT 패밀리와 협업을 통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안재욱 SK텔레콤 메타버스사업개발팀 리더(사진)를 만나 이프랜드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XR 넘어 큰 흐름 된 메타버스…소셜 기능에 집중한 이프랜드
SK텔레콤이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스터디한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통신업계에서는 실감형 미디어, 확장현실(XR)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SK텔레콤도 내부 연구원에 선행기술팀을 꾸리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보다 플랫폼 기술을 축적하는 시기였다. 디바이스를 머리에 쓰고 영상을 즐기는 HMD(Head Mounted Display) 시장도 아직 안 열렸고 컴퓨팅 환경도 열악해 시장에 임팩트를 주기 어려웠던 탓이다.
2019년 통신사들이 5G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어떤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일지 고심이 깊어졌다. 이때도 메타버스 개념은 태동하기 전이었기에 XR 개념으로 접근했다. 이후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시대가 개막 조짐을 보였다.
안 리더는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나왔고 단순한 XR을 넘어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판단했다"며 "온라인도 평면 페이지가 아니라 3D 공간으로 바뀌면서 고객들이 실제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차세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선보였다. 초기 메타버스 서비스가 대부분 게임에 치중된 만큼 엔터테인먼트 요소 외에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살리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메타버스 게임은 타깃으로 삼은 10대 초반에게는 '핫'하지만 메타버스가 대다수 사람의 생활 일부분으로 들어오려면 범용성과 실용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프랜드는 소셜 메타버스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소셜부문에 집중하는 만큼 버추얼 밋업(virtual meet-up)이 자연스레 이뤄지도록 음성 퀄리티를 높였다. 또 이프랜드 중앙에 대형 전광판을 배치하면서 소통의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야외 행사를 하려면 수천만원이 소요되지만 이프랜드에서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한 공간에 131명까지 모일 수 있도록 매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페토의 제한 정원이 20명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대중 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대규모 미팅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켰다.
감정표현을 위한 제스처가 다양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안 리더는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에서는 박수, 하트 정도만 가능하지만 이프랜드에서는 태권도 품새나 아이돌 댄스도 구현할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한 메타버스 댄스그룹도 생겨 이프랜드에서 공연도 하고 이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벤트 기획사도 만들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반기 글로벌 진출 도전, SK코인 생태계 접목도
이프랜드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최근 13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SK텔레콤 고객이 50~60%를 차지하지만 이프랜드는 결코 'SKT향 서비스'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안 리더는 "SK텔레콤 고객에 국한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반쪽 짜리라 생각해 일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마찬가지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아직 국내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MAU가 매달 상승하고 재방문자도 늘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달 이용자 수가 3억명을 돌파한 제페토 역시 동남아시아, 남미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며 고객이 유입됐고 국내 고객은 5%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통신사를 비롯한 파트너도 물색하고 있다. 그는 "별도 플랫폼을 만들기로 선뜻 결정하기엔 부담스러운 만큼 MWC 2022에서도 SK텔레콤과 메타버스 관련 파트너십을 원하는 곳들이 많았다"며 "현재 복수의 통신사들과 논의하고 있고 가입자 기반과 마케팅 파워를 갖춘 로컬기업을 파트너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SK ICT 패밀리와 시너지도 키울 계획이다. SK플래닛이 주도해 선보일 'SK코인(가칭)' 생태계에도 연결된다. 올 2분기 백서를 내고 하반기에 가상자산 발행 및 거래소 상장까지 목표를 두고 있다.
그는 "아직 이프랜드는 경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인데 SK그룹 차원에서 코인을 만들면 생태계에 동참할 계획"이라며 "메타버스 플랫폼 역시 중요한 활용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와 메타버스 결합…'두 개의 삶' 영위하는 세상 첫걸음
SK텔레콤은 SK스퀘어와 인적분할한 이후 'AI·디지털 인프라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역시 AI와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에 해당한다.
안 리더는 "AI 기술과 메타버스 서비스가 현재는 융합돼 있지 않지만 결국 밀접하게 결합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메타버스 내 NPC(Non-Player Character)에 AI 기능을 부여해 경험을 축적하고 사용자들과 인터랙티브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아바타에 개별 고객 성향이 반영되고 데이터가 쌓이면 AI 에이전트(AI agent)로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궁극적으로는 'SKT 2.0' 비전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AI 에이전트가 가상공간에서 경험, 학습한 내용을 현실 속 나와 공유하는 '두 개의 삶'이 가능해진다.
그는 "결국 통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기존엔 텍스트, 음성을 통해 이뤄진 소통이 좀 더 생동감 있게(immersive) 바뀔 것으로 보고 메타버스 사업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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