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06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신작 '엑시노스2200' 점유율 하락 원인은 무엇일까. 세트사들이 선택하지 않은 데는 수율, 가격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성능 측면으로 보면 전작(엑시노스2100, 엑시노스980)에 비해 개선된 부분이 확실히 존재한다. 판단근거는 글로벌 IT부품 성능측정 기관인 '긱벤치(Geekbench5)' 등의 벤치마크 결과다. 멀티코어 벤치마크(CPU, GPU, 전력소비, 지속성, 앱구동 등) 점수가 상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PU 지속력을 강화했다는 건 전력소비를 낮추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세트사 입장에선 충분히 가점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바일AP 칩셋의 존재 이유도 사실상 전력소모 최소화다. 여러 기능을 한데 함축해 발열을 최소화했다. 따라서 AP 성능평가에선 저전력이 핵심이고 모든 요소와 기능이 곧 가격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엑시노스가 가격경쟁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엑시노스는 퀄컴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미디어텍 대비 프리미엄 제품이란 인식이 강하다. 이런 와중에 퀄컴이 저가 마케팅을 지속하고 미디어텍이 저가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엑시노스의 입지가 줄었다는 해석이다.

◇GPU 개선…긱벤치 멀티코어 벤치마크 우상향

삼성 시스템LSI부가 올 초 출시한 엑시노스2200에 준 가장 큰 변화는 'GPU 성능' 개선이다. 이전에 사용하던 ARM의 GPU인 '말리'(Mali) 대신 AMD와 공동 개발한 'RDNA2' 아키텍쳐 기반 GPU(mRDNA)를 탑재했다. 그동안 퀄컴 스냅드래곤의 제품 대비 전력소모가 높고 GPU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업계의 평가를 수렴해 2019년부터 AMD와 협업을 추진했다.

퀄컴은 2008년 AMD의 모바일 GPU사업부를 인수한 뒤 자체 GPU인 Adreno를 채택해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왔다. 반면 삼성은 ARM의 Mali GPU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GPU 성능이 떨어진 탓에 전력소비가 컸다. 고성능 게임 이용시 발열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던 배경이다.


삼성과 AMD의 협업은 긍정적이었다. 그간 모뎀 규격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했던 버라이즌, 차이나모바일 등 통신사들도 삼성 MX(세트부문)사업부에 AMD GPU를 탑재한 엑시노스 AP 요구했다는 점 역시 GPU 성능개선을 방증한 부분이다.

IT 정보 유출자(팁스터) '트론'(＠FrontTron)는 앞서 엑시노스2200의 GPU 지속성 성능이 전작 엑시노스2100보다 최대 성능은 31~34%, 지속 성능은 17~20%가량 앞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엑시노스2200 공개 당시 유출됐던 긱벤치 평가 결과를 보면 싱글코어, 멀티코어 벤치마크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향됐다. 퀄컴과 비교하면 점수가 낮지만 자체 엑시노스 추이만 놓고 보면 꾸준히 개선되는 양상이다. 긱벤치는 AP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프로세서(GPU) 성능을 평가하는 툴이다. 싱글코어보다 멀티코어 부문에서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멀티코어는 CPU, GPU, 전력소비, 지속성, 앱구동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한 지표다.

엑시노스2200의 CPU가 전작과 스펙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멀티코어 벤치마크 개선엔 GPU 개선이 크게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 AP는 영국 ARM 설계를 사용한다. ARM은 전성비(전력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다수의 팹리스 업체들도 자사 AP에 탑재하고 있다.

사실상 긱벤치 점수 만으로 AP의 성능을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 AP 칩셋 내부에 CPU나 GPU 블록 말고도 그래픽, 카메라, 통신 등 다양한 시스템들이 혼재돼 한 곳에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200 출시 당시 GPU, CPU에 대한 성능 개선에 대해선 언급 하지 않았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연산 성능이 전작 대비 2배 이상 향상됐다는 점만 공개적으로 밝혔다.


◇퀄컴과 미디어텍 중간 포지션 '애매'

일각에선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은 자체 운용체제(ios)를 보유한 애플과 달리 소프트웨어를 수정할 수 없다. 모두 ARM의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지만 안드로이드 진영 팹리스사들은 오롯이 하드웨어의 성능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서 삼성의 엑시노스(프리미엄)는 퀄컴의 스냅드래곤보다 성능이 낮지만 미디어텍 보다는 높은 것으로 인지된다. 하지만 수율에서 앞선 퀄컴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디어텍이 가성비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엑시노스는 성능 개선에 주력해 퀄컴과의 멀티코어 벤치마크 격차를 2020년 753점에서 2021년 55점으로 좁혔다. CPU와 GPU이 성능은 전년대비 30%, 40% 이상 향상시켰다. 하지만 점유율은 2018년 48%에서 2020년 36%, 2021년엔 20%대로 하락했다.

IT업계에서는 TSMC 공정에 최적화됐던 AMD의 아키텍처를 삼성 파운드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발열 이슈도 경쟁력 하락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엑시노스2200가 1.9㎓(기가헤르츠) 클록 속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론 발열로 1.29㎓ 정도만 실행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삼성 MX사업부에서 GOS 옵션을 걸었다는 이유로 긱벤치에서도 퇴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