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19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벽 갬성’, ‘어릴적 갬성’, ‘갬성 돋는다’ 등 2~3년 전부터 소셜 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많이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갬성이다. 처음엔 감성을 굴려 부르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갬성을 감성(感性)의 변형된 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알고 보니 특유의 감정이나 느낌, 즉 ‘개인적인 감성’을 줄여 부르는 말이었다. 언뜻 원래 감성은 개인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 아니었나 의문이 들었다. 한편으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본인의 욕구에 솔직한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신조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라밸 확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노동관의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 속에서 ‘감성’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가 점차 커지는 추세임은 부인 할 수 없는 듯하다.
사명에 ‘감성’을 활용한 기업이 있다. 아웃도어 어패럴 브랜드 ‘스노우피크(snow peak)'를 전개하는 감성코퍼레이션이다. 사명은 기업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핵심 언어이자, 철학과 비전 등을 대내외적으로 전달하는 주요 자산이다. ’감성‘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버츄얼텍‘이 감성코퍼레이션으로 상호를 변경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책임자(CEO)인 김호선 대표는 사명이 확산하고 있는 ’갬성‘ 트렌드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인 ‘가심비’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스노우피크도 감성이든, 갬성이든 개인의 특유한 감정이나 느낌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노우피크를 내츄럴하면서도 감성적인 옷을 만드는 브랜드로 키워보자는 생각에서 정한 사명이다.”
김 대표는 한때 7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던 아웃도어 시장이 2조원대로 쪼그라든 2019년 버츄얼텍을 인수했다. 당초 버츄얼텍은 고지(신문 폐품)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였는데, 인수 이후 사명 변경에 나서며 아웃도어 의류업체로 변모시켰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70%는 의류사업에서 발생했다.
쪼그라드는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하면서 '믿는 구석'이 없었을 리 없다. 스노우피크는 일본의 고가 텐트업체인 ‘스노우피크’로부터 라이선스를 가져온 브랜드다. 스노우피크는 캠핑을 즐기는 캠퍼(camper)들 사이에서 일명 '캠핑계의 샤넬'로 불릴 정도로 고가 라인을 자랑한다. 같은 브랜드로 아웃도어 어패럴을 론칭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스노우피크는 단기간에 국내 아웃도어 업계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며 경쟁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캠핑업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스노우피크를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감성코퍼레이션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700억~800억원에서 1100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더 나아가 3년 후에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겠다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의 승부처는 매출 3000억원 구간이라고 한다. 3000억원을 돌파해야 스노우피크가 잠깐 반짝 돌풍이 아니라 장기 생존이 가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캠핑계의 샤넬로 불리는 일본의 텐트 브랜드 파워는 스노우피크가 아웃도어 어패럴 시장을 개척하는데 강력한 원천이 됐다. 그러나 언제까지 라이선스 브랜드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사명에서 의지를 피력했듯 소비자의 갬성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어야 타깃 소비자층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매출증가도 이끌어낼 수 있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MZ세대의 갬성을 선도해야 롱런의 길이 열린다. 감성코퍼레이션은 '갬성'으로 성공의 역사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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