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을 움직이는 사람들]돌아온 허백영 대표, 두 번 실패는 없다①기술과 금융 두 분야 이해도 모두 높아…2018년 실패한 하락장 대응 올해는 성공 다짐
노윤주 기자공개 2022-05-27 09:49:31
[편집자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우여곡절 많았던 과거를 정리하고 환골탈태를 꿈꾸고 있다. 'MZ세대를 위한 젊은 거래소'로 거듭나기 위해 조직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점유율 1위였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신사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도약을 꿈꾸는 빗썸을 책임질 핵심 경영진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4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업계 점유율 1위 탈환을 위해 심기일전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빠르고 편한 빗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계획의 중심에는 허백영 빗썸코리아 대표(사진)가 있다. 허 대표는 이례적으로 대표직을 두 번 맡은 인물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떠났던 자리로 다시 돌아온 CEO는 허 대표가 유일하다. 가상자산 최고 호황기라 할 수 있는 2017년과 2021년을 모두 겪은 그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하락장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공대-금융 이력…"가상자산 시장에 적합한 리더" 평가
허백영 대표는 공대 출신의 금융 전문가다. 기술과 금융이 합쳐진 가상자산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홍익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첫 커리어를 씨티은행에서 시작하면서 금융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씨티캐피탈, ING은행, ING증권 등을 거쳐 빗썸에 합류했다.
금융권 종사 당시 정보보호책임자를 역임하면서 전산 및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분야 경험을 쌓은 허 대표는 빗썸에서도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첫 합류 당시 맡은 직책은 컴플라이언스 실장이었다. 2017년에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 및 정책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허 대표가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고객신원확인(KYC)제도를 수립하면서 빗썸은 거래소로서의 면모를 다져나갔다.
빗썸은 내외부 통제 체계를 만든 허 대표의 공로를 인정해 그를 김재욱 대표 후임으로 발탁했다. 허 대표 취임 당시 빗썸의 사정은 밝지 않았다. 경영권 변경으로 내부 상황은 어수선했고 가상자산 하락장까지 겹쳤다.
전임이었던 김재욱, 전수용 공동 대표는 취임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대표는 개인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였다. 전수용 전 대표의 경우 NHN 부회장 출신으로 플랫폼 사업 확장을 위해 모셔온 인사였다. 전 전 대표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자리가 바뀌어도 빗썸 신사업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부에서 영입해온 대표가 5개월 만에 바뀌면서 후임 허백영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커졌고 덩달아 부담도 더해졌다. 사업기획팀 이사였던 허 대표는 회사 내외부 통제 및 매출 개선이라는 큰 임무를 받게 됐다.
◇내부 혼란·적자에 빗썸 떠난 허 대표…1년 반 만에 복귀
허 대표 부임 이후 빗썸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2018년 중순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빗썸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한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존재했다. 김 회장은 2년 동안 잔금 납입을 미뤘지만 끝내 대금을 치루지 못하고 인수를 포기했다.
같은 해 해킹으로 35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유출되면서 안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각종 상장 논란에 가상자산 하락장까지 겹치면서 키웠던 회사 규모는 오히려 독이 됐다. 매출로는 지출 규모를 감당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
빗썸 적자가 계속되면서 허 대표는 물러나고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던 최재원 대표가 부임했다. 최 대표의 가장 큰 숙제는 재무구조 안정화였다. 키웠던 조직 규모를 다시 줄이고 흑자 전환을 이뤄야 했다. 최 대표는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를 앞둔 2020년 허백영 대표에게 바통을 넘겼다.
떠났던 대표가 다시 돌아오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2년간 내·외홍으로 타격을 입은 내부 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허 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은 허 대표와 자신의 측근인 이정아 부사장이 협업하기를 바랬다"고 전했다.
허백영 대표는 재부임 당시 "문제없이 가상자산 사업자를 획득할 수 있도록 내부 통제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빗썸의 특금법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이정훈 전 의장이 사기혐의로 기소당하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졌다. 제휴사인 농협은행과도 트래블룰 적용, AML 시스템 구축 등 문제로 마찰이 있었지만 기한 내 무사히 신고수리 요건인 '계좌 발급 확인증'을 건네받았다.
내부에서는 허 대표의 꼼꼼한 경영 스타일과 풍부한 금융권 인맥이 특금법 통과를 도왔다고 보고 있다. 외부에서의 평가도 후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특금법 신고 당시 여러 중소형 거래소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어려움을 성토했었다"며 "당시 대형거래소 중 허백영 대표만이 중소 거래소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하락장 대비·내부 공동체 조성…"직원이 1순위"
2년째를 맞은 허백영 체재의 빗썸의 목표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하락장 대비다. 지난해 이례적인 가상자산 호황으로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한 빗썸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가상자산 하락장으로 인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인 124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이미 한 차례 상승-하락을 경험한 허 대표는 하락장에도 꾸준한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 자회사 설립을 선택했다. △메타버스 개발사 '빗썸메타' △전자지갑 개발사 '로똔다' △거래 솔루션 기업 '빗썸 시스템즈' 등이 대표 예시다. 빗썸 관계자는 "현재는 자회사 설립 초기로 당장 수익을 낼 수 없지만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과 관계 없이 매출을 일으킬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의 또 다른 목표는 공동체 조성이다. 그가 대표직에 복귀했을 때 빗썸 임직원은 연단 희망퇴직 실시,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으로 지쳐 있는 상태였다. 허 대표는 복지를 개선하고 직원 의견을 1순위로 반영하면서 '회사=공동체'라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지금의 빗썸은 주요 거래소 중 사내 공모전이 가장 활발히 열리는 기업이다.
사원, 대리, 부장 등 직급도 모두 없앴다. 호칭은 '~님'으로 통일했다. 매주 SNS를 통해 직원과 경영진 간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가능한 '빗썸하우스'도 운영한다. 허 대표는 "회사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며 "직장은 직원의 자아실현 공간이 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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