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일진머티리얼즈, 왜 매각대상이 됐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대규모 투자까지 '부담'
김위수 기자공개 2022-05-26 14:20:01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5일 15:3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를 매각한다는 소식을 접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머릿속은 물음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동박 사업을 영위하는 일진머티리얼즈는 그룹의 캐시카우가 됐다. 일진그룹 직원들조차도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설을 처음 접했을 때는 믿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일진머티리얼즈 매각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올해 일진그룹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진입한 것이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진그룹의 공정자산을 5조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공정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각종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를 받게 된다.
과거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두 아들에게 승계 작업을 했을 때도 내부거래를 활용했다. 허 회장은 일진홀딩스 지분 15.3%를 장남 허정석 부회장이 100% 지분을 들고 있는 일진파트너스에 넘기며 우회적으로 증여했다. 일진파트너스의 재원은 일진전기의 일감 몰아주기로 확보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며 일진파트너스에 대한 공시 의무를 지게 된 점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일진그룹이 계열분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했다. 장남인 허 부회장은 일진전기·일진다이아·일진하이솔루스를 산하에 둔 일진홀딩스를, 차남인 허재명 대표이사는 일진머티리얼즈와 자회사들을 맡는 구도로 사업영역을 확실하게 구분해놓은 상태다. 지분관계에도 걸림돌이 없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일진그룹이 몸집 줄이기를 위해 일진머티리얼즈를 시장에 내놓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계열사 중 일진머티리얼즈를 잘라내려고하는 이유는 뭘까. 시장에서는 일진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성장시키기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며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이런 산업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르고 신속한 자금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매년 많은 금액을 투입했다. 유형자산 취득을 위해 투입한 금액은 2019년 1320억원에서 2021년 2087억원으로 급증했다. 경쟁사로 지목되는 SK넥실리스의 사정을 봐도 비슷하다. SK넥실리스가 유형자산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2019년 1030억원에서 2021년 1858억원으로 늘어났다.
SK넥실리스의 경우 SKC와 같은 모회사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그룹에 속하지만 상위에 모회사를 둔 형태는 아니다. 그룹에서 도움을 받기 보다는 일진머티리얼즈 보유 현금, 영업에서 발생한 현금과 차입금, 외부투자 유치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이미 '쩐의 전쟁'으로 접어든 배터리 소재 시장 경쟁이 중견기업인 일진그룹으로서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 기업만 봐도 SK그룹, LG그룹, 포스코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배터리 소재 시장에 참전한 상태다. 동박 사업을 더 키우기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설명이다.
허 대표가 보유한 지분 53.3%를 매각하면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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