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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I 규모의 경쟁]KB운용 일임 1년새 20조 '쑥'…추가 성장 발판②이현승 단독 대표 체제서 안정적 수익 기대

윤기쁨 기자공개 2022-05-31 07:59:36

[편집자주]

금융그룹 내 자산운용사들이 생명·보험사를 등에 업고 덩치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보험 적립금을 운용하며 수탁고를 늘리는 한편 높은 운용 보수를 챙기며 일석 이조의 효과를 얻는다는 구상이다. 보험사별 자산 크기가 운용사 수익과 직결되면서 본격적으로 LDI(부채연계투자) 규모의 경제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벨은 적립금을 이관받은 하우스들을 자세히 분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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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자산운용은 KB생명보험·KB손해보험 자금을 대거 유치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일임 계약고를 단박에 두 배 이상 불리고 수수료 수익 역시 우상향을 그렸다.

2020년 KB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은 22조원 규모의 보험료 적립금을 KB자산운용에 이관했다. 자산 수익률을 제고하고 그룹 내 자산운용사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전사적인 조치였다. 올해 초 푸르덴셜생명도 18조원 자금을 추가로 맡기면서 계열사 보험사들의 든든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 자산 업고 업계 2위로 '우뚝', 위탁 전문성 발판

LDI(부채연계투자)본부는 KB운용의 외형 성장과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 18조원이던 투자일임 계약고는 지난해 46조원, 올해 66조원으로 급격히 팽창했다.

이달 KB운용은 조직 출범 2년만에 LDI 본부를 부문 단위로 승격하며 성장 가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운용본부(운용팀, 전략팀)에서 △대체운용본부(부동산운용팀, 인프라운용팀, 기업금융팀, 전략운용팀)와 △증권운용실(증권운용팀, 증권전략팀)로 세분화됐다. 인력도 2년만에 8명에서 30여명으로 증원됐다. 상당수가 KB손해보험에서 넘어온 운용역들이다.

보험료 적립금 운용은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만기)을 맞추는 LDI(부채연계투자) 전략을 활용하는 만큼 채권 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실제 보험사 유입금 대부분은 채권에 투자되고 있다. 채권(채무증권) 보유 금액은 40조원, 주식(지분증권)은 9조원 수준이다.

이에 KB운용은 LDI조직 수장으로 '채권통'을 전면에 앉혔다. 본부장은 1996년생 한승철 전무로 지난해 본부 신설과 함께 선임됐다. 2000년 국민연금공단에서 채권운용을 담당한 이후 2003년부터 동원증권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 2005년부터 KB손해보험에서 근무하다 자산 이관과 함께 KB운용으로 넘어왔다.

업계에서는 LDI부문 신설이 외형 성장 뿐만 아니라 OCIO 등 위탁운용 역량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면서 안정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누린 셈이다.

계열 보험사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타 보험사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2020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체투자 주간 운용사 자리를 꿰차면서 성과도 거뒀다. 이외에도 예금보험공사 등 기관 OCIO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현승 단독대표, LDI조직 승격으로 외형 성장 '승부'

LDI부문 성장으로 이현승 대표의 향후 성과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독대표 체제 이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KB운용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조재민, 이현승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조재민 대표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을, 이현승 대표가 부동산 등 대체자산을 담당했다. 조 대표가 LDI본부를 최초 출범하면서 기틀을 닦았다.

이현승 대표의 홀로서기 첫 해인 지난해 KB운용은 사상 최대 투자일임자산 및 실적을 내며 조재민 대표의 공백을 메웠다. LDI(부채연계투자) 부문이 성장을 바탕으로 순이익은 779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550억원) 41% 급증한 수치다.

무엇보다 종전 업계 3위(운용자산 기준)였던 한화자산운용(106조)을 제치고 삼성자산운용(296조원), 미래에셋자산운용(152조원)에 이어 상위권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올해 KB운용의 운용자산은 118조원으로 일년전(98조원)보다 20.40% 불었다.

호실적 배경으로는 LDI가 주효하게 꼽힌다. 실제 보험사로부터 일임받은 고유계정은 2년새 40조원이 불어났다. 2020년(1분기 기준) 2조원에 불과했던 일임자산은 2021년 26조원, 2022년 42조원으로 증가했다.

이관 규모는 계약고에 그대로 반영됐다. 투자일임 대부분은 계열 보험사(고유계정)가 담당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수수료 수익도 크게 증가했다. 1분기 투자일임 수수료는 87억원으로 전년 동기(82억원)와 비교하면 6%, 2020년(58억원) 50% 늘었다.

다만 전사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입지가 상당히 미미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KB금융그룹 내 KB자산운용의 당기순이익 기여도는 1%로 하위권이다. 1분기 기준 KB은행(67.06%). KB손해보험(9.86%), KB국민카드(8.19%), KB증권(7.88%) 등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은 경우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경쟁력을 강화해 그룹 차원에서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라며 "손해보험이나 생명보험까지 규모가 큰 계열사의 일부 손실을 다른 계열사가 만회할 수 있는 구조를 짜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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