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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멀티전략]수익률 보다 변동성 축소에 고액자산가 몰린다①대세 하락기 연 7% 절대수익 추구…주식롱숏·메자닌 각광

이민호 기자공개 2022-06-02 08:09:33

[편집자주]

최근들어 멀티전략 헤지펀드가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증시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진데 따른 결과다. 다양한 자산과 전략의 믹싱으로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 멀티전략은 그동안 주식형 대비 낮은 수익률과 운용상 어려움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각 운용사가 대체투자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면서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멀티전략 헤지펀드 부흥의 배경과 운용사들의 대응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년 월 일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멀티전략(Multi-Strategy) 헤지펀드에 가입하려는 고액자산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세 하락장에서도 주식, 채권, 메자닌, 비상장·프리IPO,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과 전략을 믹싱해 연 6~8%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올해 들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국내 헤지펀드 시장을 두 번 놀라게 했다. 1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시그니처 라인업인 ‘The Time’ 신규상품(‘The Time-Black’)을 출시하면서 삼성증권 한 곳에서만 12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3월에는 한 달간 ‘The Time’ 시리즈 14개 펀드에 각각 약 20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몰렸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The Time’ 펀드들에 대해 4월부터 소프트클로징을 단행하면서 막차를 타려는 고액자산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는 국내 대표 멀티전략 하우스로 자리잡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만 국한된 흐름은 아니다. 멀티전략에서 트랙레코드를 인정받고 있는 일반사모운용사들을 주목하는 시선도 많아지고 있다. GVA자산운용의 시그니처 멀티전략 펀드 ‘지브이에이 Fortress-A’는 올해 들어서만 설정액을 770억원 넘게 키웠다. 안다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 멀티전략 펀드 라인업을 보유한 하우스들도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멀티전략이 주목받는 데는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주식 투자매력이 감소하고 있는 매크로 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말 종가 기준 2977.65였던 코스피지수는 이번달 30일 2669.66으로 하락했다. 5개월 만에 10%가 넘게 빠졌다. 지난해 상반기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2020년 3월 증시 급락 이후 1년 넘게 상승세를 탔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반전된 것이다.

누구나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세 상승장에서는 멀티전략을 주목하는 시선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시장 노출도를 크게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승장이 종료되고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에서 손실폭이 조금씩 커지면서 ‘잃지 않는’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동시에 채권 이상의 수익을 여전히 요구했고 이에 따라 연 6~8% 수준을 목표로 하는 멀티전략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멀티전략은 광범위한 개념으로 정의가 쉽지 않지만 결국 핵심은 변동성 축소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매년 일정 수준의 절대수익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상관관계가 없거나 적은 독립된 자산과 전략을 믹싱한다. 각 자산과 전략을 선택하고 비중을 조정하는 데 운용사와 매니저의 판단이 반영된다.

국내의 경우 주식 비중이 높은 멀티전략 펀드가 여전히 많다. 주식투자분만 놓고보면 롱온니(Long Only) 전략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롱숏(Long-Short) 전략을 이용한다. 숏 전략을 병행하면 하락장에서도 수익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다만 롱숏 전략만 취하는 펀드를 멀티전략 펀드로 보기는 어렵다. 헤지 기능이 있어 이론상 절대수익 추구가 가능하지만 다양한 자산이나 전략의 믹싱은 아니기 때문이다. 롱숏의 경우 에쿼티헤지(Equity Hedge) 전략으로 별도로 분류한다.

국내 멀티전략 헤지펀드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메자닌 투자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메자닌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뿐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전환우선주(CPS)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포함한다. 메자닌이 각광받는 데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메자닌이 리픽싱(Refixing)이라는 독특한 조건을 가진 이유가 크다.

리픽싱은 발행사 주가 변동에 따라 일정 수준까지 메자닌의 전환가액도 조정되는 조건이 달려있다. 메자닌 전환가액은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취득가액이 되기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수익 가능성의 지표가 된다. 과거에는 주가 하락에 따라 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 조정하는 하향 리픽싱 조건만 존재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주가 재상승시 최초 전환가액의 100%까지 재조정하는 상향 리픽싱 조건도 의무화됐다.

비록 시차는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리픽싱 조건에 따라 메자닌 전환가액도 하향 조정되기 때문에 투자자로서는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 최초 전환가액의 70%가 마지노선으로 30%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풋옵션도 삽입돼 최악의 경우 원금 수준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처럼 하방이 탄탄한데다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차익도 누릴 수 있어 메자닌 단일 전략뿐 아니라 멀티전략의 주요 부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대부분의 멀티전략 헤지펀드가 주식롱, 주식롱숏, 채권, 메자닌, 비상장·프리IPO, 공모주, 블록딜을 적절히 믹싱하지만 대체자산이 가미되기도 한다. 가치투자 명가로 이름 높은 VIP자산운용이 일반사모운용사 전환 직후인 2018년 10월 하우스 첫 번째 헤지펀드로 ‘VIP All-in-One’을 설정하고 펀드자산의 약 절반을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재간접투자 △프로잭트파이낸싱(PF) 선순위·중순위 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매출채권 유동화증권(ABS) 등 대체자산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멀티전략 펀드가 최근 인기에도 여전히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펀드 판매사의 보수적인 태도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운용업계는 보고 있다. 라임펀드 및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거치면서 판매사의 운용행위 관리 및 감시 의무가 강화된 것을 계기로 대부분 판매사가 펀드 설정 당시 편입자산을 확인할 수 없는 블라인드 형태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멀티전략 펀드의 경우 특히 대체자산은 블라인드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올해 들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식투자에서 큰 손실을 경험한 고액자산가들이 멀티전략 펀드로 고개를 돌리면서 가입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외치던 고객들도 이제는 연 7%만 내줘도 시장수익률을 큰 폭으로 웃도는 성과라는 인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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