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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CB 전환한 산은·수은, 아시아나 물량은 아시아나, 스텝업 적용 앞두고 중도상환 청구·차환 준비 병행

유수진 기자공개 2022-06-15 07:23:33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4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의 영구 전환사채(CB)에 전환권을 행사하며 '넥스트 스텝'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물량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비슷한 시기에 두 국책은행을 상대로 같은 규모(3000억원)의 CB를 발행했다.

마찬가지로 발행 2년이 지나 스텝업 조항 적용을 앞두고 중도상환 의사도 밝혔다. 심지어 대한항공보다 최초금리가 높아 이자부담이 더 크다. 이에 최근 새로 영구 CB를 찍어 차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만 두 은행은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주식 전환시 보유하게 되는 지분율이 적잖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은의 경우 15%가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1750억원 규모의 영구 CB를 찍었다. 표면이자율은 4.7%, 만기보장수익률은 5.1%다. 전액 채무상환에 쓴다고 공시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과거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부담이 점점 커짐에 따라 차환을 시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다. 지난해 연간 3360억원에 달했던 이자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3년간 발행한 영구 CB는 모두 6건으로 총 1조3350억원 규모다. 운영자금 확보 등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번에 차환을 추진하고자 하는 건 2020년 6월30일 산은과 수은을 상대로 찍은 '제97회 영구 CB'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두 은행에 중도상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항공에 영구 CB를 인수하는 형태로 3000억원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에 한것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동성 공급 차원이었다. 산은이 2152억원, 수은이 848억원 어치를 가져갔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회사 에어부산 영구 CB도 인수했다.

해당 CB는 조만간 발행 2년이 도래해 스텝업 조항이 발동된다. 최초금리(7.2%)에 연 2.5%와 조정금리가 가산된다. 상환 없이 2년을 넘기면 금리가 10% 안팎으로 뛴다는 얘기다. 최초금리가 2.28%이었던 대한항공보다 불리한 조건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서둘러 중도상환 의사를 밝혔다. 앞서 2019년 4월(4000억원)과 6월(1000억원) 각각 발행한 영구 CB는 이미 가산금리가 적용돼 연 9.7%를 적용받고 있다. 두 건 모두 산은과 수은이 인수한 사채다.

공을 넘겨 받은 두 국책은행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도상환을 받아들일지, 주식 전환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13일 대한항공 CB에 대해 전환권 행사를 결정한 만큼 아시아나항공 건도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전환권 행사시 아시아나항공은 2046만9432주(전환가액 1만4656원)를 새로 발행해 산은과 수은에 나눠주게 된다. 단순히 계산하면 산은 1458만2724주(15.47%), 수은 몫은 578만6708주(6.1%)로 산출된다. 산은 3.32%, 수은 2.22%로 합산 5.54% 수준인 대한항공 CB건과는 지분율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두 은행이 결국 주식 전환을 추진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분 확보를 신중히 결정할 필요는 있지만 굳이 전환 카드를 안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CB 역시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경영정상화시 이익공유'라는 조건이 걸려있다.

이는 곧 전환을 해야 배임 이슈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의미기도 하다. 산은은 지난해 보유 중이던 HMM 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지분 희석 등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강행했다. 이동걸 당시 산은 회장은 "이익기회가 있는데 그걸 포기하면 배임"이라며 "전환을 안할 수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환 이후 산은 지분은 11.94%에서 24.99%로 늘어났다.

산은 지분율이 15%를 넘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을 거란 해석이다. 현행 은행법 제37조는 은행이 타기업의 지분 15%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필요성이 인정돼 금융위의 승인을 받은 경우만 예외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산은은 해당 규제에서 자유롭다. 특별법인 산은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산은법엔 산은이 은행법 제37조를 따르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시행령에도 주식 관련 채권을 전환해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지분율 제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산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중도상환을 청구했다"면서 "다만 CB 전환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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