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리니지' 신화 넘어설 대안 모색 [게임사 IP 경쟁력]②24년째 이어진 초장수 IP, 리니지식 BM 지적…신작 TL에 쏠린 눈
이장준 기자공개 2022-06-28 13:01:29
[편집자주]
게임사 주가는 부침이 심하다. 매번 히트작을 내놓을 수 없을 뿐더러 신작 출시 시점도 배분하기 어려워서다. 최근 크립토 시장이 겨울을 맞아 블록체인 게임 진출 선언만으로 주가를 띄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게임사 본연의 지식재산권(IP) 역량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조만간 신작 출시를 앞둔 게임사의 과거 흥행 실적 및 재무 성과, 주가 추이 등을 토대로 IP 경쟁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4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8년 PC 플랫폼으로 론칭한 '리니지(Lineage)'는 한국 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 기반 온라인 게임으로 단일 게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리니지 시리즈는 20년 넘게 초장수 지식재산권(IP)으로 자리매김하며 엔씨소프트를 업계 톱으로 끌어올렸다. 5년 전부터는 모바일로 영역을 확장해 확실한 캐시카우(cash cow)로 거듭났다.
하지만 최근 나온 리니지 외 IP가 흥행에 실패하고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리니지식 비즈니스모델(BM)을 답습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때 10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현재 40만원대로 떨어지면서 게임 대장주 자리를 크래프톤에 내줬다.
회사 안팎에서 신규 IP에 대한 갈증이 커진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올 하반기 '트론앤리버티(TL, Throne and Liberty)'를 선보인다. 김택진 대표가 '리니지W'를 마지막 리니지로 칭하기도 했던 만큼 이를 대체할 신작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MMORPG 명가, 모바일로 이전해 수익성 극대화한 리니지 시리즈
엔씨소프트는 1998년 첫 작품 리니지를 선보였다. 온라인 게임이라는 용어 자체가 익숙하지 않던 당시 게임업계는 텍스트를 활용한 채팅 게임(MUD)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혈맹 시스템, 대규모 사냥, 공성전 시스템 등을 구현한 리니지는 혁신이었다.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고 서비스 15개월 만에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 100만 회원 시대를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는 2000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추후 2016년 리니지는 단일 게임 최초로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2019년에는 '리니지 리마스터(Lineage Remastered)'로 대규모 업데이트하며 현재도 20년 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03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하고 후속작 '리니지2'를 출시했다. 리니지2는 3D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를 이끌면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영예 역시 리니지2에 돌아갔다.
2008년에는 리니지 시리즈가 아닌 IP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11월 선보인 MMORPG '아이온(AION)'은 160주 연속 PC방 1위라는 기록을 썼다. 200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고 이듬해부터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갔다.
이어 2012년 6월에도 신규 IP인 무협 액션 MMORPG '블레이드&소울'을 선보였다. 5년 넘게 5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역작으로 이 역시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고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특히 웹툰과 웹소설, 뮤지컬 등 콘텐츠 분야로 IP를 확장하는 성과를 냈다.
다만 주가나 수익성을 봤을 때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시대를 개막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2017년 6월 출시한 '리니지M'이 이를 주도했다. 출시를 앞두고 국내 모바일 게임 최초로 사전예약자 550만명 기록을 세우며 리니지 IP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후 2년 5개월 동안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대만 진출 직후에는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달성했고 현재까지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모바일 시장 진입 자체는 늦었지만 PC 부문 IP를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2016년 9836억원이었던 엔씨소프트의 영업수익은 리니지M을 선보인 2017년 1조758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년 새 영업이익도 3288억원에서 585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에는 리니지2를 모바일로 구현한 '리니지2M'을 선보였다. 738만명의 국내 최다 사전예약 기록을 세우며 리니지M을 넘어섰다. 이 역시 대만에 진출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찍고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중이다.
2020년 엔씨소프트는 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824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탄탄한 이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주가는 가파르게 올라 작년 초 104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출시한 기대작 '블레이드&소울2'가 흥행에 실패하고 '트릭스터M' 등 신규 IP에서 리니지식 과금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자 유저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를 기점으로 주가는 날개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수익성도 주춤했다. 지난해 매출은 2조3088억원 수준을 지켰지만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4.5% 줄어든 3752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다시 한번 리니지로 위기를 타개하려 했다. 2021년 11월 '리니지W'를 출시했다. 김택진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하는 심정으로 24년간 쌓은 걸 집대성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사전 예약자가 1300만명을 넘어서며 MMORPG 역대 최다 규모를 달성했다. 리니지 시리즈의 대표 BM인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없애며 승리를 위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페이투윈(pay-to-win) 시스템을 일부 완화해 유저 달래기에도 나섰다. 리니지W는 출시 약 5개월 만에 7308억원의 매출을 이끌며 역대 모든 엔씨소프트 게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럼에도 떨어진 주가는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최근 3년 새 최저점을 기록하고 현재는 4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를 제외한 신규 IP 경쟁력을 보여줘야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플랫폼·장르 시도…리니지 아성 넘어설 IP 나올까
리니지W가 엔씨소프트의 최대 흥행작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차세대 IP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엔씨소프트 역시 이를 인지하고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신작 'TL'을 연말 출시 목표로 개발하는 중이다. TL은 엔씨소프트가 가장 잘 만드는 MMORPG 장르 PC·콘솔 게임 신작으로 4분기 글로벌 동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TL은 2011년 공개돼 2017년 개발을 중단한 '리니지 이터널'의 후신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후 방향성을 완전히 달리 잡아 5년 정도 자체 개발 과정을 거쳐 선보이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지난 3월 100% 실제 게임 플레이 영상으로만 제작한 TL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는데 87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그중 절반 이상을 북미, 유럽 등 이용자가 차지해 글로벌 흥행 기대감을 높였다. 서구권에서 영향력이 높은 세계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한 출시도 적극 검토하는 중이다.
이달부터는 TL의 세계관을 담은 인터랙티브 소설 플레이 노블(PLAY NOVEL)도 연재하기 시작했다. TL은 차기작인 프로젝트 E와도 세계관을 공유하기에 IP 경쟁력을 탄탄히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엔씨소프트는 내년까지 다양한 게임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2월 공개한 티징 영상에서는 TL 외에도 프로젝트E, 프로젝트M 등 신규 IP의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프로젝트M 트레일러 영상의 조회수 역시 500만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았다.
올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3년까지 출시할 게임이 모두 7종"이라며 "오픈형 연구·개발(R&D) 기조 아래 개발팀이 중간중간 개발 과정과 타임라인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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