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부장 2.0 돋보기]'수주 폭증' 피엔티, 사세 확장 성공할까①1분기 수주잔고 1조 돌파…명성티엔에스 인수, 경영 정상화 여부 주목
박상희 기자공개 2022-07-22 07:47:52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주도했다. 이 트렌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전기차 산업 밸류체인 속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는 코스닥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방증이다. 더벨은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2차전지 소부장 강소기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5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롤투롤(Roll-to-Roll) 기술을 바탕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피엔티는 2차전지 업종 호황을 만끽하고 있는 장비업체 중 하나다. 2차전지 제조업체들이 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장비업체인 피엔티의 수주 잔고도 늘어나고 있다. 발주 주문이 폭증하면서 올해 1분기에 수주잔고 1조원을 돌파했다. 피엔티의 시가총액도 1조원을 웃돌면서 2차전지 장비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피엔티는 내친김에 종합 배터리 장비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올해 경영 어려움에 부닥친 배터리 분리막 장비업체 명성티엔에스 경영권을 인수한 이유다. 명성티엔에스가 동종업종을 영위하고 있어 2차전지 음극 및 분리막 소재 관련 설비 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1분기 신규 수주 규모, 지난해 2차전지 사업부 매출 규모 맞먹어
피엔티는 장비 공급업체다. 롤투롤 기술을 바탕으로 2차전지사업부와 소재사업부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롤투롤 공정은 모재를 회전롤에 감으면서 소정의 물질을 도포하여 새로운 기능을 부가하는 공법이다.
소재사업부는 전지박(동박), 광학필름, OCA 필름 등 각종 디스플레이 소재용 특수 필름 및 전자 전기 소재를 생산하는 장비 등을 생산한다. 2차전지사업부는 전기자동차, ESS, 각종 모바일 기기 등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양극·분리막을 생산하는 Coating M/C, Press M/C, Slitter M/C, 노칭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2차전지사업부의 경쟁업체로는 국내에 씨아이에스가 있으며, 해외경쟁회사로는 히라노, 도레이 등이 있다.
롤투롤 장비의 경우 일본 및 유럽 장비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피엔티를 비롯한 소수 업체만 생산을 하고 있다. 롤투롤 장비는 다양한 사업군에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데, 피엔티의 경우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박막화에 특화된 2차전지용 소재, 전지박 등을 생산하는 장비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피엔티의 2차전지사업부는 올해 들어 수주 잔고 확대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피엔티는 올해 3월에만 3000억원 규모의 단일공급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여기에 올해 1월 중국의 필름업체인 강쏘상성으로부터 수주한 금액 568억원까지 포함하면 3568억원 규모다. 1분기 신규수주만 2021년도 매출규모(3777억원)에 맞먹는다
불과 2년 전 피엔티의 2020년 1분기말 기준 수주잔고는 5000억원에 그쳤다. 2021년 3분기 수주잔고 7502억원에서 짧은 시간 안에 1조원을 돌파했다. 더욱더 의미가 있는 것은 올해 신규 수주가 모두 새로운 거래처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2차전지 장비업체들의 경우 업체 몇 군데 매출 의존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 반면 피엔티는 신규 수주 실적에서 드러나듯 고객사가 분산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피엔티만의 강점이다.
2차전지사업부는 피엔티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2017년 824억원이었던 2차전지사업부 매출은 이듬해 1806억원으로 두 배가량 커졌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2709억원, 2749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70~80%를 책임지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2021년에는 24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선제적으로 쌓아둔 장비 기술 역량이 뒤늦게 빛을 봤다는 평가다. 피엔티는 해외에 의존하던 2차전지 생산설비에 대한 자체 개발에 나섰다. 2009년 3월 분리막 코터(Coater) 장비를 시작으로 이듬해 8월 2차전지 전극 코터까지 국산화했다. 기술력으로 무장해 2차전지 업체 증설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명성티엔에스 경영권 인수 '도전장'…매출 및 수익성 회복 '관건'
피엔티는 2차전지 호황기에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세 확장을 노린다. 시작은 배터리 분리막 장비업체 명성티엔에스 경영권 인수다. 명성티엔에스는 지난 2월 유상증자 납입대금 50억원이 완료(신주 128만5347주, 지분율 16.84%)되면서 최대주주가 피엔티로 변경됐다.
피엔티가 명성티엔에스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기술력이다. 명성티엔에스는 2차전지 분리막 제조 설비 제작 업체다. 국내에서 분리막 제조 설비 전체를 턴키(설계·시공 일괄)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다.
설비 라인업은 △압출·성형과정을 거친 시트(Sheet)를 연신해 얇은 필름(6~20μm)으로 만드는 연신기 △필름에 섞여 있는 오일을 추출해 기공을 생성하는 추출기 △분리막을 건조하고 형태를 고정시켜주는 건조기 △분리막 필름에 세라믹 또는 불소수지를 코팅 처리하는 코팅기 등이다.
2차전지 전극 공정 설비를 공급하는 피엔티와 인접한 사업 분야다. 피엔티가 공급하는 주요 장비는 △알루미늄·구리 박 위에 리튬이온전지 활물질을 코팅하고 건조하는 코터 △코팅된 기재를 일정한 두께로 압연하는 롤 프레스 △압연된 전극의 코팅된 부분 또는 무지부를 원하는 폭으로 자르는 슬리터 △연속 코팅된 전극을 가로 방향으로 자르고 탭을 내어 전극 시트로 만드는 노칭기 등이다.
명성티엔에스 인수는 2차전지 분리막 생산 장비로 사업 영역을 넓힐 기회다. 피엔티는 2009년부터 해외 설비를 국산화해 2차전지 전극 공정 설비 공급 사업에 뛰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에 납품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명성티엔에스가 잇따른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리더십 공백기에 실적이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2018~2019년 350억~400억원을 오르내리던 매출은 2020년 175억원으로 줄었다. 그해 영업손실 95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1% 감소한 110억원이다. 영업손실은 43억원을 기록해 적자가 이어졌다.
명성티엔에스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경영진 교체에 나서며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명성티엔에스의 경영은 명성티엔에스의 최대주주이자 CEO인 김준섭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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