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을 움직이는 사람들]세노바메이트 만들어낸 '성공한 외골수' 조정우 대표①카리스바메이트 기술반환을 기회로…국내 첫 CNS 신약 회사 출범
최은수 기자공개 2022-08-09 07:59:11
[편집자주]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FDA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2020년 공모주 열풍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IPO에 성공한 배경이다. 신약개발이 어려운 영역으로 꼽히는 중추신경계 질환 R&D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투자와 함께 기업 키맨들의 헌신이 있었다. 더벨은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를 개발해 신약 주권을 세운 SK바이오팜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5일 0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대전 소재 작은 연구소부터 시작됐다. 1993년 약 10명의 연구원을 꾸려 출범한 대덕기술연구원은 1999년 뇌전증 치료신약 후보물질 카리스바메이트를 존슨앤존슨(J&J)에 기술이전하며 주목을 받았다.첫 기술수출 이후 상업화 결실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여러 난관 속에서도 바이오를 그룹 핵심축으로 키우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는데 그 배경엔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있었다.
조 대표는 1961년 생이다. 1986년 인하대학교 생물학 석사, 1991년 텍사스 A&M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금호석유화학 산하 금호생명과학연구소에서 바이오 경력을 쌓았다.
SK그룹과의 인연은 2001년 시작됐다. SK그룹은 2000년대 초 최 회장의 '바이오 비전 2030'을 선언 이후 대대적인 바이오 전문가 헤드헌팅에 나섰다. 당시 그룹에 합류한 조 대표를 비롯해 유창호 전략투자부문장, 정구민 신약연구소장 등은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성장했다.
조 대표는 당시 SK㈜ 산하 대덕기술연구원에서 신약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SK바이오팜의 물적분할 후 합류하기 전엔 그룹에서 라이프사이언스랩장(2004년), 디스커버리랩장(2007년), 신약개발사업부장(SK바이오팜 전신, 당시 상무) 등을 역임했다.
업계에서 조 대표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설명할 때 '성공한 외골수'라는 별명을 빼놓지 않는다. 그가 이와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을 총괄하고 성과를 낸 것과 무관치 않다.
CNS 질환은 신약개발 난이도가 높은 적응증이다. 타 질환 대비 약물 작용 원리나 기전을 밝히기 어려우며 약물이 뇌혈관 장벽(BBB)을 넘는 선행작업도 거쳐야 한다. 전문가 중에서도 우직한 연구자형 인물에 잘 맞는 R&D 영역으로 꼽힌다.
조 대표의 외골수 성향은 매년 수백억 적자에도 20년 넘게 바이오 투자를 이어온 최 회장과도 결이 맞는다는 평가다. 세노바메이트의 기술이전과 반환, 그 이후 SK바이오팜의 출범에 얽힌 일화가 이를 설명한다.
조 대표가 SK㈜ 신약개발사업부장으로 재직중이던 2008년, J&J는 카리스바메이트의 FDA 신약승인(NDA) 확보에 실패했다. 이어 J&J는 카리스바메이트의 기술 권리 일체를 SK측에 반환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조 대표를 비롯한 신약개발사업부 임직원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신약개발을 지속할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의 의지를 확인한 조 대표는 최 회장에게 자체 신약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첫 CNS 신약 탄생의 기대감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 역으로 바이오 투자를 늘리자고 담판에 나선 셈이다.
최 회장은 조 대표의 제언에 투자 확대로 답했다. 2009년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조직 확장과 업계 전문가를 채용했다. J&J와의 협업을 통한 상업화는 어려워졌으니 자체 개발 신약 출시와 상업망 확보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2011년엔 신약개발사업부의 물적분할을 통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SK바이오팜은 출범 후 8년 만인 2019년 세노바메이트의 11월 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2020년 5월 미국에서 정식 출시(상품명 엑스코프리)됐다. 이후 2020년 7월 공모주 열풍의 중심에 서며 코스피에 입성했다. 대전에 소재한 10명 남짓 규모의 연구원이 모태였던 회사는 2022년 8월 기준 시가총액 6조원, 임직원 250명의 바이오텍으로 거듭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최은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Board change]합병 앞둔 한화인더스트리, '비전 C레벨' 이사회 합류
- [캐시플로 모니터]한화오션, 2조 유증에도 아쉬운 현금흐름 '또 차입'
- DB금투, '약식명령'에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흔들
- [CFO 인사 코드]'변화대신 안정' 미래에셋그룹, 재무라인 교체 '없었다'
- [On the move]'그룹 넥스트' 찾는 삼성물산, '신사업 팔방미인' 공채
- 명륜진사갈비의 '변신을 위한 용기'
- [2024 이사회 평가]'AI 투자회사 변신' SK네트웍스, 힘 보태는 이사회
- [2024 이사회 평가]'사내이사 없는 이사회 고수' 한샘, 참여도만 '우수'
- [조달전략 분석]포스코홀딩스, 급전 융통 창구된 '해외 계열사 지분'
- [Board change]'보험 키맨' 필요했던 롯데손보, 금감원 출신 영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