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산업 체인 점검]'42년 계측기 선도' 우진, 사업 다각화 분주①계측기 '국산화', 독점지위 확보…방사능 제염·SMR 개발 추진
윤필호 기자공개 2022-08-22 08:00:43
[편집자주]
에너지 시장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탈원전’ 기조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탄소중립’을 주도했던 유럽연합(EU)은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도 새 정부가 들어서자 원전산업에 다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더벨은 원전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7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용 계측기, 제어장치 전문업체 '우진'은 철강용 계측기로 시작해 원자력발전(원전) 분야로 진출했다. 특히 원전 운영에 필수인 주요 계측기 국산화에 앞장서며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그동안 원전산업을 둘러싼 사건사고와 정책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이 같은 정책이 전환되면서 성장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진은 이런 상황에서 신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1980년 설립된 우진은 국내 계측기 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다. 산업용 계측기 개발과 제조를 통해 성장했다. 설립 초기에는 제철 산업현장에서 쇳물 온도와 성분을 측정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계측기를 만들었다. 1987년 국내에서 최초로 '계측전문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산업용 계측기 표준화와 국산화에 투자를 강화하면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계측기사업을 원전 분야로 넓힌 시기는 1994년부터다. 당시 울진원전 3, 4호기에 온도센서를 공급하면서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당시 원전 분야의 계측은 국내 기업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기술적 장벽이 있었다. 하지만 우진은 꾸준한 개발을 통해 온도센서 등 제품 국산화에 성공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여하는 최고 등급인 'Q클래스' 인증도 획득하며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후로도 원자로 내 4대 계측기로 꼽히는 △원자로내 핵 계측기(ICI) △냉각재수위감시용열전대(HJTC) △제어봉위치전송기(RSPT) △냉각재온도감시센서(Fast Response RTD) 등의 국산화에 성공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원자로 계측기 독점기업으로 지위를 구축했다. 신규 원전 준공 시 계측기와 코일, 케이블 등 제품을 납품하거나 계측 정비 용역을 수주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 우진은 기존 탈원전 정책의 전환에 따른 신규 수요 발생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가 실제 수익 등으로 가시화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신규 원전의 공사 기간을 대략 5년으로 잡으면 계측기는 3년차부터 투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보다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진은 국내 원전 계측기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했다. 하지만 원전 시장은 2013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졌고 탈원전 추세까지 더해지며 경영 환경이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그동안 진출한 분야를 살펴보면 자동화장치와 설비진단(CMS) 등 시스템 사업을 비롯해 고규소주철 전극봉, 전극판 등 신소재 사업, 유량교정 사업 등이 있다. 여기에 2020년 반도체 산업까지 진출했다. 당시 벨기에의 ‘헤레우스(Heraeus) 일렉트로나이트’로부터 온도센서 사업부를 인수했다. 주력 제품은 반도체용 ‘써모커플(T/C)이다.
최근 공을 들이는 신사업으로 방사능 제염사업과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앞서 2018년 방사능 제염기술 개발업체 원자력환경기술개발(NEED)을 인수했고 이듬해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이동형 제염설비 실증을 진행하며 꾸준히 개발을 진척시키고 있다. 이는 방사성 세슘으로 오염된 소각재를 제염하는 기술이다. 일본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상용화를 꾀하고 있다.
또 다른 신사업으로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이 있다. SMR은 비용이 저렴하고 안전성, 건설 측면에서 용이해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원전 업계도 이미 2009~2010년부터 개발에 착수하며 기술을 쌓았다. 우진도 일찌감치 SMR에 적용 가능한 제어봉 위치지시기(Rod Position Indicator) 등 기자재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한국전력기술에서 의뢰한 SMR 관련 개발·제작 용역 과제를 완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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