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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연봉킹’을 향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thebell note]

이지혜 기자공개 2022-08-23 07:51:59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9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재계가 들썩인다. 실적은 차치하고 누가 ‘연봉킹’에 올랐는지, 얼마를 받았는지 반기보고서가 올라오자마자 업계, 회사, 인물 별로 나래비를 세우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집계한 결과 올 상반기 증권업계 연봉킹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51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반기 기준으로 증권업계 CEO 사상 역대 최대다. 어지간한 대기업 오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다른 증권사도 상황이 비슷하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35억원,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22억원,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21억원을 받았다.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금액이 늘었다.

막대한 액수지만 수긍이 간다. 2021년 증권사 전반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가운데 그 대가가 올해 CEO 연봉에 비로소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보수가 너무 많으면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받는 CEO 특성 상 성과급 잔치가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세간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 CEO 성과보수 체계는 일찌감치 공표된 사항이라서 예견된 결과인데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실적이 반토막 났는데", “개미들이 피해를 보는데”, “고객들은 손실을 입었는데” 등. 표현은 여러가지지만 요점은 하나다. 주주와 투자자는 손해를 봤는데 경영진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게 부적절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물론 돈 잘버는 기업인들을 두고 해마다 반복되는 의례적인 트집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들을 대충 넘기기는 찜찜하다. 그러기에는 증권사의 사건사고가 너무 많았다. 올 상반기에만 10여곳의 증권사가 100억원 넘게 과징금·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당장 한국투자증권 등의 불법 공매도부터 논란거리다. 폭우로 트레이딩 시스템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잇단 사고에 정 사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단행했지만 좀처럼 여론이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비단 한국투자증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사모펀드(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메리츠증권과 유안타증권은 펀드 판매 대가로 부당이득을 취해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를 부당하게 권유해 판매했다는 혐의로 과태료를 문다.

많은 잘못과 잦은 실수. 실적만으로 고연봉을 납득하기에는, 증권사가 떳떳하게만 돈을 벌지 않았으리라는 삐딱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는 말이다.

고연봉의 이유가 떳떳하다고 판단될 때 파급효과는 크다. 실적에 상응하는 보상과 실력에 맞는 대우를 보여줌으로써 내부와 사회전반에 동기가 부여된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경영 투명성이 좋아진다.

지금이 그런 상황일까.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연봉킹을 둘러싸고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 증권업계에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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