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22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은 해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간한다. 그 뒤에는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에 대한 준수 현황을 놓고 언론들의 평가가 잇따른다. 비교적 낮은 준수율로 꾸준히 도마에 오르는 지표가 2개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집중투표제 실시다. 각각 이사회의 독립성과 소수주주의 권리 보호를 가늠하는 지표다.오너경영체제가 강력하게 구축된 대기업일수록 준수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 심지어 집중투표제의 경우 정관을 통해 실시 가능성을 차단하는 기업들마저 있다. 어느 기업도 이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으나 의도는 분명하다. 오너의 영향력을 기업 경영에 투사하는 데 있어 불확실성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업계에서는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 강화’나 ‘투자자들의 권익 보호’ 등 2개 지표의 순기능을 언급하며 준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 2개 지표가 오너의 경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라면 과연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배구조 판단 기준일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통상 오너경영인 체제의 강점으로 미래지향성과 의사결정의 속도가 꼽힌다. 오너가 전문경영인에 비해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는 성향을 보이며 더욱 강력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기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로 대표되는 본업의 혁신은 물론이고 PBV(목적기반차량)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신사업을 위해 수천억대 투자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미래지향적 오너가 기업의 체질을 어떻게 바꿔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두산그룹은 의사결정 속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 위기로 그룹의 존망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두산 모트롤BG 등의 잇따른 매각을 통해 가장 빠른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자가 됐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지 않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달리 말하면 책임경영의 강화다. 법을 어기는 것도,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오너의 애정이 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요인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게만 볼 이유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물, 즉 성과다. 현대차그룹은 신사업의 성과가, 두산그룹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의 성과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지배구조에서 나타난 'ESG 비친화성'은 아직 정산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냉정한 관점에서 기업의 ESG가 주목받는 것은 결국 투자자들의 판단 근거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핵심지표 미준수 기업들은 ESG 평가의 불이익을 감수하는 만큼 그 이유를 결과물로 투자자들에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결과물이 나오기 이전에 색안경을 끼는 것은 피하고 싶다. 이들의 지배구조가 오답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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