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23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벨로퍼가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암초에 부딪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최근 벌어진 일은 국내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용산구 한남동 알짜 땅을 사들인 해당 디벨로퍼와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사업 초기만 해도 경쟁사의 부러움을 한몸에 샀다. 고급주거단지로 손색없는 입지라 개발만 되면 상당한 차익이 가능했다.
어찌된 일인지 관할구청의 인허가는 나오지 않았다. 주변 부지들이 속속 개발승인을 받는 와중에도 유독 해당부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행정심판까지 가서도 실마리를 풀지 못한 디벨로퍼는 결국 백기를 들고 10개월만에 재매각에 나섰다.
공식적으로는 '인허가 단순 지연으로 인한 주주간 이견'이란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시장에선 사안을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있다. 매입부지 바로 아래 쪽으로 내다보이는 대기업 오너일가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오너 머리 위쪽으로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것이 못마땅해서 방해공작을 펼친 것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이 운용사는 부지 매입 직후 해당 대기업 계열사 임직원의 문의에 시달렸다. 어떤 목적으로 샀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한다.
인허가가 안나온 것도, 행정심판에서 진 것도 개발 전문가들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발사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이라는 것을 모를리가 없기 때문이다.
매물로 출회된 해당부지는 여전히 매력적으로 대우받고 있다. 중견기업에서 너도나도 대기업 오너일가가 내려다보이는 땅을 사겠다고 나선다는 후문이다.
부지를 처음 사들인 운용사가 손해볼 일은 없겠지만 민간 사업자의 개발의지를 위축시킨 것은 사실이다. 혹여 대기업집단에 보복당할까봐 속앓이 사정을 제대로 공개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 유사사례는 또 나올수 있다.
정당한 이유없이 개발사업이 방해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디벨로퍼의 건전한 성장을 막는 행위다. 합법적이지 않은 길로 사업을 꾀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 중심의 개발을 외치기 전에 사업과정에서 각종 잡음을 걷어내는 것부터 신경써야 한다. 유력 개발 전문가조차 손을 들 정도라면 이보다 더 영세한 사업자는 더더욱 약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민간 디벨로퍼가 투명하게 사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시대가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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