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원재료 매입액 사상 최대치, 방어책은 [원재료 리스크 점검]원재료 구입 비용 올 상반기 15조8711억원 투입, 다각화된 사업구조 방어막 기대
김위수 기자공개 2022-08-30 07:44:05
[편집자주]
올 상반기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한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중국 일부 도시 봉쇄 및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 둔화가 겹친 여파다. 올해 중 시장상황이 반전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벨이 석유화학업계에 닥친 원재료 리스크를 점검해보고 이를 상쇄하기 위한 기업별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올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9% 줄어드는 쇼크를 겪었다.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에 제품 판매가격이 상승하며 매출은 늘어났지만 원재료 가격 오름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원재료 구매를 담당하는 조직에서도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석유화학 업계의 어려움이 거시경제에서 비롯되고 있어 수익성 확보를 위한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시황 '버티기'를 하며 하락 사이클을 보내는 동시에 첨단소재사업에 집중해 지나친 수익성 훼손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 역대 최고 수준, 수익성 주춤
LG화학의 올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은 15조871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원재료 매입을 위해 11조2971억원을 썼는데, 1년 만에 금액이 40.5%나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 부문을 제외한 매입액만 따져도 9조4659억원에 달했다. 반기 기준 역대 LG화학이 쓴 원재료 구입비를 비교해보니 올 상반기만큼 높은 해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LG화학의 원재료 구입비는 기업의 규모가 커지며 자연스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시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큰 줄기를 살펴보면 원재료에 쓴 금액이 커지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원재료 구입에 사상 최대치 금액을 투입한 올 상반기에는 매출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꺾이는 모습을 보인 점이 주목된다.
원재료 구입비가 확대된 주요한 이유가 더 많은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일부 반영되며 최종제품 가격도 올라 매출이 늘어났지만 원가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훼손된 것이다.
실제 LG화학이 매입한 원재료 대부분의 톤(t)/kg당 금액이 오른 점이 확인된다. '석유화학의 쌀' 에틸렌을 생산하기 위한 재료인 나프타의 가격은 2020년 평균 톤당 44만9045원이었지만, 올 상반기 평균가는 톤당 107만9689원으로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수입한 양극재도 2020년 kg당 16.48달러에서 올 상반기 42.37달러로 치솟았다. 농업 계열 자회사 팜한농에서 사용하는 암모니아·요소·염화가리 등의 1톤당 가격도 최대 2배가량 확대됐다.
원재료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원인은 공급의 불안정이다. 나프타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 화학사들이 러시아산 나프타를 우회한 풍선효과로 전반적인 가격이 치솟았다. 양극재 가격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난 탓에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비상걸린 석유화학본부, 돌파구가 흐릿하다
LG화학의 원재료 구입은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전사 차원의 구매담당과 석유화학사업본부·첨단소재사업본부 등에 소속된 사업부별 조직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사 구매조직이 전반적인 방향성을 그린다면 사업부 소속 구매조직에서 재료 구입을 이행하는 식으로 역할이 분담돼있다.
사실 구매담당에서는 원재료 매입 뿐만 아니라 설비, 건축자재 구매 등 담당하는 업무가 다양하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원재료 매입 자체가 가장 중요한 의제는 아니었겠지만 올해들어 급격이 악화된 환경에 원재료 이슈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됐다.
원재료 매입에서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은 주로 장기공급계약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 및 비용 절감, 원재료 가격이 낮아질 때 스팟성 계약을 통한 물량확보 등이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업력이 길다보니 이같은 체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축돼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비정상적인 업황으로 치솟은 나프타 가격을 구매차원에서는 상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들어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이 상반기와 비교해서는 안정되는 모습이어서 구매조직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8월 19일 나프타 가격은 톤당 689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3월 4일 1023달러 대비 32.6% 가라앉았다. 원재료 매입액이 상당부분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제품 가격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납사로 만드는 에틸렌 가격은 올 상반기 원재료 가격과 함께 동반 상승했지만, 고점을 찍은 4월 이후로는 납사의 가격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4월 1일 톤당 1360달러였던 에틸렌 가격은 8월 19일 톤당 790달러로 41.9%가 빠졌다. 에틸렌 가격은 석유화학 시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요원해 보이는 모습이다.
◇하반기도 어려운 석화업, 첨단소재가 방어막 될까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에서 원재료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성을 최대한 높이고 석유화학 설비 가동률을 낮게 가져가는 방향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수요가 살아있는 첨단소재사업부의 사업을 수익성 방어의 핵심으로 활용한다.
LG화학 첨단소재사업부는 2차전지용 양극재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6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26만톤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는데, 목표치를 상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첨단소재사업본부의 비중을 확대하며 석유화학 시장의 '혹한'을 견뎌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소재사업본부 구매담당 조직의 역할에 주목된다. 첨단소재본부의 구매담당은 석유화학본부의 구매담당과 주력하는 일이 조금 다르다. 주로 2차전지 소재를 담당하는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원재료는 리튬·니켈·코발트 등과 같은 희귀금속이다.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원재료 구매조직에서는 원재료 구매 자체보다는 공급망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 2차전지에 사용되는 광물에 대한 수요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공급부족까지 예견되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선을 구축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현지에서 판매되는 배터리 원료와 부품 일정 비율 이상을 북미 등지에서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LG화학이 2차전지 소재를 공급하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고, LG화학도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공급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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