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인베스트 동남아 도전기]동남아 투자 '톱티어 VC' 초석, 역외펀드 3개 결성①싱가포르 법인 설립 1년만에 900억 규모 동남아 겨냥 펀드 론칭
권준구 기자공개 2022-09-13 08:06:31
[편집자주]
SV인베스트먼트가 미래 먹거리로 해외 투자 선점에 나섰다. 2015년 중국 사무소 설립을 시작으로 미국, 싱가포르 등에 거점을 마련해 해외 유망기업을 발굴하는 등 활발한 노력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한 이후 동남아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더벨은 SV인베스트먼트의 동남아 투자의 발자취를 조명하면서, 운용 전략과 미래 지향점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6년 창립 이래 하이브(옛 빅히트), 올리패스 등 굵직한 포트폴리오를 발굴했던 SV인베스트먼트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벤처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글로벌 투자를 중장기 구상으로 삼았다.SV인베스트먼트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 투자거점으로 싱가포르를 낙점했다. 지난해 동남아 투자를 목적으로 한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올해만 3개의 펀드를 결성하는 데 성공하면서 유망 딜(Deal)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미국 이어 동남아 투자 정조준…싱가포르 현지법인 설립
글로벌 투자는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첨병 역할로 시작했다.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스타트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벤처캐피탈로 성장하려는 구상이 담겼다.
2015년 박 대표는 우선 맨몸으로 중국을 공략했다. 그는 중국에 기반이 없었지만 현지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해외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이듬해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현지 네트워크를 다진 덕분에 심천캐피탈과 손잡고 약정총액 1억달러 규모의 'Shenzhen China-Korea Industrial Investment Fund'를 결성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투자 영역을 확대했다. 2018년엔 미국 보스턴에 법인을 세웠다. 세계적인 제약사와 스타트업이 모여든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어 딜 소싱의 최적지라고 확신했다. 켄싱턴캐피탈벤처스와 합심해 1억달러 규모로 'Kensington-SV Global Innovations LP'를 조성했다.
SV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해외 현지법인을 운용하는데 거의 국내 중소형 VC 만큼의 비용이 발생한다"며 "그럼에도 국내 투자만으론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에 글로벌 벤처캐피탈과 견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동남아시아 권역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거점으로 삼았다. 동남아를 해외 투자 요충지로 삼은 이유는 명확했다. 인구는 6억8000만명에 이르렀고 그중 절반이 30세 이하였다. 그렇다보니 스마트폰 모바일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차량 공유 기업 '그랩(Grab)', 오토바이 호출 어플리케이션 운영사 '고젝(Gojek)' 등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흐름에도 집중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동남아에서 '세컨드 무브먼트'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방정헌 SV인베스트먼트 상무는 "그동안 그랩, 고젝 등 동남아 주요 플랫폼 기업에 VC들이 투자해서 큰 수익을 냈다"며 "여전히 동남아에는 교육, 금융, 콘텐츠 등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로 넘어가지 않은 버티컬이 많다"고 말했다.
SV인베스트먼트와 방 상무는 앞으로 5년~10년 내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 보고, 현지 거점 구축과 로컬 인력 충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를 중심 투자처로 보고 있다. 동남아 인구 중 절반 이상을 인도네시아가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탄생하는 유니콘 기업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에서 탄생했을 만큼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투자 생태계를 리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올해 SV인베스트먼트는 싱가포르 법인 산하에 인도네시아 사무소를 세워 현지 딜 소싱에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과 인도네시아 사무소는 방정헌 상무가 총괄하고 있다. 방 상무는 과거 인터베스트에서 동남아 벤처펀드를 운용하며 현지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2020년 SV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겨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하는 데 힘을 더했다.
방 상무는 싱가포르 출신인 현지 파트너인 Steve Patuwo와 함께 동남아 역외펀드의 운용을 맡았다. 싱가포르의 VC펀드가 LLC(유한책임회사) 형태를 취하다보니 공동 파트너제로 운영된다. 파트너 아래 현지 애널리스트, 듀 딜리전스(Due Diligence), 사후관리 담당 등이 한 팀을 이뤄 딜 발굴에 나선다.
◇법인 설립 1년만 동남아 투자 펀드 3개 결성, 총 900억 규모
여세를 몰아 SV인베스트먼트는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신규 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올해 초 프로젝트 펀드 2개와 블라인드 펀드 1개를 론칭해 총 966억원 규모의 역외펀드를 론칭했다. 해당 펀드는 방정헌 상무와 Steve Patuwo가 공동 파트너로 참여했다. 빠르게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기 위한 프리IPO 등 중·후기 스테이지에 있는 기업 발굴에 집중했다.
프로젝트 펀드 1호인 'Korea ASEAN Technology Fund 1'은 디지털 신용카드를 개발하는 업체인 '핀액셀' 베팅을 목적으로 했다. 펀드 규모는 450만달러(한화 약 62억원)다. 핀액셀은 방정헌 상무가 인터베스트에 있을 당시 직접 발굴한 기업이다. 인도네시아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간편 결제를 원하는 MZ세대들의 수요가 높다고 판단해 SV인베스트먼트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 투자를 단행했다.
2호 펀드 역시 방 상무가 과거 투자했던 포트폴리오를 겨냥했다. 'Korea ASEAN Technology Fund 2'는 2750만달러(약 378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해당 펀드는 싱가포르의 PE와 Co-GP 운영하며 국내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LP로 참여했다. 인도네시아 물류 업체인 시츠팟에 투자했다. 시츠팟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블라인드 펀드 론칭까지 이어졌다. 'SV Southeast Asia Growth Fund 1'은 3350만달러(약 460억원) 규모로 퍼스트 클로징했다. 100% 민간 자금으로 구성됐으며 개인자산가 및 동남아시아에 전략적 니즈가 있는 중견기업 등이 LP로 참여했다. 추후 6000만달러(약 820억원)까지 멀티클로징을 목표로 하고 있다.
SV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이번 동남아 1호 블라인드 펀드는 우리와 기존에 관계가 있던 국내 LP 위주로 자금을 모았다"며 "현지 기업으로부터 펀드레이징을 받기 위해선 이번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했다는 트랙레코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펀드를 통해 빠른 속도로 회수할 수 있는 중·후기 기업에 집중 베팅할 전망이다. SV인베스트먼트는 현재 블라인드 펀드 결성 반년만에 약 30%의 재원을 소진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60% 이상 소진해 2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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