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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그룹은 지금]영풍도 2차전지 신사업, 고려아연과 ‘각자 도생’ 이유는④리사이클링 방식에 기술적 차이 있어… 일각에서는 계열분리와 연관짓는 시선도

강용규 기자공개 2022-10-05 09:53:39

[편집자주]

영풍그룹에서 잡음이 흘러나온다. 고려아연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떠오르는가 하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풍과 고려아연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신사업 행보가 주목받고 있으며 오너 3세 경영자들이 경영능력을 입증해가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도 함께 감지된다. 영풍그룹이 마주한 눈앞의 이슈들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30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이 제련 공정의 노하우를 활용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에 도전한다. 앞서 그룹의 자매회사 고려아연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신사업 중 하나로 낙점했다.

다만 두 회사가 별개의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같은 분야의 신사업을 따로 추진하는 것을 놓고 영풍의 장씨 가문과 고려아연 최씨 가문의 계열분리설을 연관짓는 시각도 나온다.

영풍은 10월부터 연 2000톤 규모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파일럿 설비를 경북 석포제련소에서 가동한다. 이는 전기차 8000대 분량에 해당한다. 추가 투자를 통해 2024년 하반기까지 전기차 10만대 수준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양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영풍은 석포제련소를 50년 넘게 운영하면서 용광로를 활용한 금속 추출 및 분리의 노하우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이를 폐배터리의 광물 회수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영풍이 본업인 아연 제련업 이외에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첫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풍은 2018년 환경부의 ‘건식 용융 과제’ R&D사업과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R&D사업을 수행하면서 리튬이온배터리에 쓰인 코발트·니켈·구리를 95%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여기에 기존 폐배터리 재활용회사들이 회수하지 못하거나 회수율이 낮았던 리튬까지 90%를 회수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기존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회사들은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NCM배터리(니켈, 코발트, 망가니스 3개 광물로 만든 양극재를 탑재한 배터리)의 재활용에 특화돼 있다.

반면 영풍은 NCM배터리뿐만 아니라 CATL 등 중국계 배터리회사들이 주로 만드는 LFP배터리(리튬인산철 양극재를 탑재한 배터리)까지 재활용해 효율 좋게 리튬을 회수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기존에는 아예 회수가 불가능했던 철까지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영풍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의 원료인 리튬이온배터리 플레이크. (자료=영풍)

영풍보다 앞서 그룹의 자매회사인 고려아연도 2차전지를 신사업의 무대로 삼았다. 고려아연은 동박을 일찌감치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했고 양극재 전구체사업을 위해 LG화학과도 손을 잡았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역시 자원순환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다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에서 영풍과 고려아연의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 모두 양사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양사가 폐배터리 재활용에 적용하는 기술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고려아연은 건식(고온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방식) 기술과 습식(황산 등에 용해한 광석을 전기분해하는 방식) 기술을 혼합 활용하는 방식으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방식은 폐배터리의 처리량을 늘리는 데 유리하다.

반면 영풍은 전해의 기술력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건식 기술로만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을 준비했다. 이는 전처리 공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가 중점을 두고자 하는 방향이 애초부터 달랐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영풍과 고려아연이 신사업 계획을 공유하지 않을 만큼 영풍 측 장씨 가문과 고려아연 측 최씨 가문의 경영이 분리돼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두 회사는 아연 정광 확보를 위한 영업이나 제품 판매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아연 제련사업에서 시너지를 내 왔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사업도 양사가 원활하게 계획을 공유하면서 진행했다면 원료 조달이나 적용 기술 등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영풍그룹은 최씨 가문이 백기사들을 모아 고려아연을 들고 독립할 수 있다는 계열분리설에 휩싸여 있다. 최씨 측에서 한화그룹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자 장씨 측에서 영풍의 자회사 코리아써키트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개인회사 에이치씨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장내매수하는 등 견제에 나서는 듯한 움직임이 공시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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