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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제작의 명가' 비전 겨냥 인재 수급 지속 [인건비로 본 테크기업 전략]⑨작년 3N보다 연봉 높아, 스톡옵션 이어 RSU 적극 활용…주식 보상 비중 상당

이장준 기자공개 2022-10-20 11:04:36

[편집자주]

'인재 모시기'에 여념 없는 테크기업들이 인건비 이슈에 맞닥뜨렸다. 일부에서는 경쟁적으로 끌어올린 인건비가 부메랑이 돼 실적에 타격을 주자 신규 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반대로 인건비 관리를 잘하거나 그 이상 성과를 내며 웃는 경우도 있다. 주요 테크기업의 인건비 추이를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전략의 성패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7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제작의 명가' 비전 달성을 위해 기존 프로젝트 중심에서 인재 중심으로 전략 방향을 바꿨다. 지난해 전통의 강자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보다도 공격적으로 연봉을 인상했다. 매출이 여전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비용 부담을 충분히 감내하고 있다.

특히 주식 보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펼친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에 이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을 도입해 종업원 동기부여에 나섰다. 주식보상 비중이 큰 만큼 인재를 계속해서 끌어오려면 주가 부양이 절실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직원 급여 1년 새 5배 껑충…기본급 인상, 인센티브·주식보상 영향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작년 2월 말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를 통해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제작의 명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효율보다는 효과, 성장보다는 가치 중심의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인재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개발직군과 비개발직군의 연봉을 각각 일괄적으로 2000만원, 1500만원씩 올렸다. 신입 대졸의 경우 이들 직군 연봉을 6000만원, 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맘때 3N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연봉을 인상한 엔씨소프트와 비교해도 500만원씩 더 많은 수준이다.

공개 채용 규모도 확대해 지난해 700명 단위의 신입·경력 직원을 모집하겠다고 선언했다. 크래프톤의 별도 기준 직원 수는 2018년 583명에서 이듬해 726명, 2020년 1171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가장 많은 인원이 순증해 1616명이 됐고 올 들어서는 상반기 기준 1712명으로 늘었다. 현재 개발사까지 아우른 전체 종업원 규모는 3000명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해진다.


직원 급여총액은 지난해 더욱 가파르게 늘었다. 2018~2020년에는 329억원에서 412억원 수준을 오르내렸는데 지난해 17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년 새 5배 넘게 불어났고 직원 1인 평균 급여액도 처음 1억원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도 1114억원을 직원 급여로 지출했다.

기본급과 더불어 인센티브도 한층 강화했다. 지난해 크래프톤은 2020년 탄탄한 성과를 낸 보상으로 해외 거점 오피스를 포함해 총 30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한도 없이 지급하는 개발 인센티브를 비롯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 장기적인 보상책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실제 크래프톤은 적극적인 주식 보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5월 창업자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데 따른 과실을 나누고자 모든 구성원에게 최대 1000억원 규모의 사재 주식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해 9월까지 입사하기로 예정된 구성원들에게도 몫이 돌아갔다.

올 3월에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도입했다. 임직원이 기간 및 성과 요건을 달성하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해당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스톡옵션과 달리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지급할 수 있다. 행사 가격 기준이나 재직 조건이 없어 스톡옵션보다 유연해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주로 지급했다.

크래프톤은 당시 자기주식 216만7418주 가운데 11만주(전체의 5.1%)를 RSU에 활용하기로 했다. 1년 후 35%, 2년 후 35%, 3년 후 30%씩 나눠 교부할 예정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는 작년처럼 일괄적으로 연봉을 인상하진 않고 개별적으로 협상했다"며 "경력 사원을 중심으로 수시로 채용을 대거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감당할 수 있는 펀더멘털…주가 부양해야 보상 의미 살려

크래프톤이 큰 보상을 약속한 데는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됐다. 2018년 1조1200억원이었던 크래프톤의 연결 기준 영업수익은 2020년 1조670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실적인 1조8863억원을 달성했다.

'PUBG: 배틀그라운드' 중심으로 PC와 모바일 모두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고 유료화 상군 개발을 통해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도 끌어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17.3% 줄어든 6396억원을 기록했다.

마케팅 비용 증가와 일회성 주식보상비용 등 영향에도 불구하고 2019년과 비교해 78% 늘어났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에는 47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1년 전보다 18.1% 증가했다.


전반적인 인건비는 상승세다. 크래프톤의 연결 기준 인건비는 지난해 3312억원 수준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2074억원을 기록했다.

급여 및 상여는 지난 3년간 1243억원에서 2972억원으로 증가했다. 퇴직급여 역시 같은 기간 58억원에서 137억원이 됐다. 주식보상비용 역시 가파르게 불어났다. 2018년에는 465억원 수준이었는데 작년에는 1670억원으로 4배 가까이 커졌다.

다만 올 상반기에는 주식보상비용 항목에서 오히려 616억원의 환입이 이뤄졌다. 임직원에게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했지만 주식의 공정가치가 하락한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다.

올 초 46만원이었던 크래프톤의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18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주식보상 비중이 큰 만큼 주가를 부양해야 인재 유인책으로써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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