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순현금 전환' 유동성 중시·수익성 방어 카드 [철강업 한파 대비]②70% 감익에도 순차입금 3710억 줄어, 비상경영 '힌남노 피해 대응' 결실
강용규 기자공개 2022-11-08 09:22:16
[편집자주]
철강업에 한파가 불어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방산업의 철강재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제품 수익성도 하락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금리, 에너지 가격 상승에 위축되는 소비심리 등으로 한파가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국내 철강사들의 겨울나기 준비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4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7월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들을 소집해 그룹경영회의를 열고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高) 현상으로 하반기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섰다.비상경영체제의 핵심 키워드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유동성의 확보다. 철강사업의 경우는 수익성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원가구조의 혁신과 투자계획 조정 등을 통해 자금시재를 늘리는 것이다.
사업회사 포스코는 이 기조를 충실히 따랐다. 2022년 3분기 영업이익 3970억원을 거둬 직전 분기 대비 70% 급감했는데도 이 기간 순차입금은 2620억원에서 -1090억원으로 줄어들어 순현금 상태로 전환했다. 총차입금보다 현금 보유량이 더 많은 실질적 무차입경영에 들어섰다.
포스코 측에서는 원료 및 제품 재고의 감소로 운전자본이 줄어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순운전자본은 2022년 2분기 11조5000억원에서 3분기 11조1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재고자산의 군살을 현금으로 전환하면서 3710억원의 차입금 축소 효과를 거뒀다.
철강업계에서는 운전자본을 줄이고 유동성을 늘리는 포스코의 재무 전략을 놓고 그룹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에 따른 선택이기도 하지만 포항제철소의 제한적 가동 탓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포스코는 9월 태풍 힌남노의 포항 상륙으로 포항제철소의 침수 피해를 봤다. 철강 반제품을 가공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압연 설비들이 대거 가동을 멈췄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포항제철소의 가동을 완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국내 철강 공급망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재고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포스코가 3분기 재고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은 상반기 높은 가격으로 조달한 철광석으로 만든 제품의 판매가 이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따른 원재료비 증가 효과로 540억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했다. 다만 포항제철소 정상화 뒤에는 하반기 낮은 가격으로 조달한 원재료의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에게 원가부담은 장기적 리스크가 아니다.
포스코의 모회사이자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건설 등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에 따른 철강업의 불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나 일시적 원가부담보다 철강제품의 중장기적 가격 하락세에 따른 수익성 방어가 더욱 중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수익성 방어는 포스코그룹이 철강사업의 비상경영체제 사업전략으로 제시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프리미엄 철강재 브랜드인 WTP(월드 톱 프리미엄) 제품들의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2분기 대비 3분기에 후판 판매량이 17만2000톤, 선재 판매량이 15만8000톤씩 감소한 반면 WTP 판매량은 3만1000톤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체 판매량에서 WTP가 차지하는 비중은 28.2%에서 29%로 오히려 높아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생산 감소 영향으로 철강제품 판매량이 줄었다”면서도 “WTP는 국내 완성차 생산 회복으로 차량용 제품의 판매가 늘어 총 판매량의 축소를 제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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